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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우스의여자 (9)

써니 |2007.10.04 17:25
조회 774 |추천 0

 

 

# 9. 두 번째이별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강민한이 있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강이사님”

이인우는 강민한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이인우씨”

그는 이인우의 사원명찰을 확인한 뒤 말하였다

“네..네 이사님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다는 말입니까”

“회사 안에서 언성을 높여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 여자가 ”

“저 여자?”

“네 저 여자가 잡상인 인 것 같아서 쫓아내려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잡상인.. 너무 한다 진짜

이인우 니 눈엔 내가 직장상사한테 둘러대는 그런 존재니

사람들은 내게 이런 남자를 왜 만났냐고 묻겠지만

나는 남자답고 자신감 있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를 소개 시켜준 이모가 나에게 헤어져라고 말 했을 정도지만 그땐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난 사랑에 빠져있었고 그 또한 나에게는 다정한 그런 사람이었다



“이인우씨가 말하는 저 여자가 여기에 있는 한지유씨 말하는 겁니까”

나의 이름을 거론하자 이인우는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나 또한 나를 아는 척 하는 강민한이 놀라웠다


"한지유씨 내가 1층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왜 3층에서 커피를 마시는 겁니까“

이남자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

“네..? 아 .. 그게 ..”

“그리고 전화는 왜 안받습니까 찾으러 다녔잖아요”


나를 도와주는 건지 연극을 하는건지 모를 만큼 그의 연기는 휼륭하였다

강민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인우는 이제야 정신이 드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사님이랑 한지유랑 아는 사이세요?”

“이인우씨”

“네”

“한지유씨랑 아는 사이이 같은데 아는 사람한테 저여자, 잡상인 이런 말 하는거 좀 웃기네요 그리고 날 보러 온 사람한테 그런 소리 한거 듣기 불편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이사님 아시는 분 인지 몰랐습니다”

“저한테 죄송할건 없죠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한지유씨입니다 사과를 하려면 한지유씨한테 하시죠”


이인우는 매우 망설이는 듯 보였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그 였기에 직장 상사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이나 자기가 버리고 가버린 옛 여자에게 사과를 한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에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작은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까는 미안 했습니다”

성의 없는 이인우의 사과인사에 지켜보던 강민한이 말하였다

“그게 답니까?”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까는 제 실수입니다 죄송.. 합..니다”



그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헤어지는 그 순간 까지 듣지 못한 그 말을 지금 그가 하고 있다


“한지유씨 그만 갑시다”

“네? 네 ..”


멍한 표정으로 이인우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강민한이 불렀다

남아 있을 이인우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해있을지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나 였지만

나는 그를 남겨둔 채 강민한에게 갔다


잘봐. 이인우 나도 너 버릴 수 있어

그리고 이제 너와 나는 완전히 끝난 사이야

다시는 너 때문에 아파하고 눈물 흘릴 일도 없을 꺼야

니가 나에게 스토커 취급을 하고 잡상인이라고 말해서가 아니야

조금 전 널 봤을 때 내 마음이 그러더라

아 .. 이제 당신과는 안녕이군요

내 마음이 이제 당신은 아니래요 감정이 사라졌데요

내가 지금 까지 널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건 이인우 너 때문이 아니라

나의 2년간의 시간 ..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한건가 보다

그런데 이제 내 마음도 머리도 너는 아니래 .. 그래서 이번엔 내가 너 버릴게

잘가라 이인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사람이 괌에서 만났을때 말한 사람입니까?”

“아.. 괌.. 네 맞아요 휴 .. 저런 인간한테 .. 저 한심해 보이죠?”

“네 한심해 보이네요”


이 싸가지 없는 인간

“그런데 이인우라는 저 사람이 더 한심해 보입니다 괌에서 한지유씨가 소리 지를때 그냥 뒀을껄 후회 중입니다”

“강민한씨 근데 왜 나 도와준거예요?”

“전 그냥 지나가다가”

“저 도와주신거 맞죠?”

“내가 아닌 다른 누구였더라도 한지유씨가 그 남자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도와줬을 겁니다“

“에이 .. 그래도 나 도와 준거잖아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감정표현에 서툰 이 남자


“머 강민한씨는 아니라고 해도 전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지막엔 기가 살았어요”

“다행이네요 그럼이만”

“잠깐만요 괜찮으시면 제가 저녁 사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빼지마시고 사드릴께요 머 좋아하세요?”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내가 그에게 대접 할 곳은 고급레스토랑이었다


“강민한씨 지금 나랑 장난해요?

지금 나보고 여기서 저녁을 사라는 말이예요? 허참.. 이 사람 내가 어디봐서 돈많게 생겼어

이거 너무 뺏겨 먹는거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극구 사양하던 강민한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말하던 나였기에 조용히 그를 따라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서울야경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문가 자리에 앉았다 

웨이터가 주문판을 주고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강민한에게 말을 걸었다

강민한은 그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주문판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강민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굴 구멍 나겠어요 주문판 보시죠”

민망한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메뉴판을 보았다

세상에 스테이크 하나에 가격이 10만원이 넘어서고 있었다

내 지갑엔 꼴랑 3만원이 있으니깐 이를 어쩐담


“강민한씨 음식 고르셨어요?”

“전 스테이크 먹을께요 한지유씨는 고르셨습니까?”

“아 내가 말 안했는가? 요즘 기억이 깜박깜박 거려서”

 “..........”

그는 ‘이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저는 밥을 먹지 않겠습니다”

“그럼 지금 나 혼자 밥을 먹어란 말입니까 한지유씨가 식사 같이 하자면서요”

“어머 강민한씨 내가 언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어요 밥 사주겠다고 했지...”

강민한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와 눈을 마주 치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훑어 보았다


그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는 스테이크를 설어 먹기 시작했다

나도 칼질 하고 싶다 ...


“배 안고픕니까?”

“네 .. 제가 사실은 서양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잘 나는 편이라서 잘 먹지않아요”

거짓말했다 

어릴 적부터 내 별명은 돈가스 귀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배가 무진장 고프다


나는 그가 먹는 모습을 보면서 침을 꼴깍 삼켰다

그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이었다

강민한 이 냉정한 놈 ..

예의상이라도 같이 먹자고 말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스테이크를 먹을 때 본 그의 입술은 예뻤다

한지유 무슨 생각하는거니 주책이야 주책


“어디 불편하십니까?”

“네..? 아니요”

“그런데 왜 혼자 얼굴이 빨개져요”


또 얼굴이 붉어 졌나 보다

초등학생 때 나의 별명은 원숭이 엉덩이였다

얼굴이 잘 빨개진다고 친구들이 지어 준 낯부끄러운 별명 이었다


그나저나 이 어색한 침묵을 어쩌면 좋을꼬

나는 어색한 침묵을 싫어한다

친하지 않는 친구와 우연히 만나 집에 같이 가게 될 때에 나는 어색한 침묵이 싫어 수다쟁이가 되어야했고 소개팅이나 미팅을 나갔을 경우 다른 친구들은 내숭을 떤다고

남자 앞에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소개팅남 앞에서도 주책바가지가 되고 말았다

침묵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강민한씨 I.O회사에서 근무하세요?”

“네”

“아까 들으니깐 이사님이라고 하던데 이사세요?”

“네”

“우와 대단하시다”

“....”

“그럼 회장님이 아버지?”

“할아버지십니다”

“그럼 사장님은 아버지겠네요”

“어머니입니다”

“어머님이요? 대단하시다 그럼 강민한씨 재벌이세요?”

“이봐요 한지유씨 남에 가정사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 겁니까”


그럼 댁 같으면 눈앞에 재벌이 있는데 안 궁금하겠어요?

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강민한씨 신은준이랑은 집안끼리 친한 사이라고 하던데 신은준이랑 친하세요?

자기 입으로는 친하다고 하던데 워낙 아무한테나 친한 척 하는 사람이니깐“

“친해요”

제발 말을 문장으로 이어 달라는 말이야 강민한씨 !!!


“집안끼리 친한 사이면 .. 설마 신은준도 재벌?!”

“아니요 은준이 아버님이 저희 어머니 주치의라서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주치의..? 그럼 신은준 아버님이 의사세요? 요거 의외네”

“나야 말로 의외인데요”

“네? 뭐가요?”

“은준이가 여자를 친구로 둔 적은 별로 없었거든요”


신은준 의외네 여자를 달고 살 것 같은데


“여자친구들은 많이 없지만 여자들은 많죠”

그럼 그렇치 ..


강민한과의 어색한 식사를 마친 뒤 계산 할 일만 남았다

강민한이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에 나는 계산대로 가서 카드를 내밀었다


“계산 좀 해주세요”

나의 카드는 달랑 2개뿐이었고 현금은 3만원 밖에 없었다

“손님 죄송하지만 이 카드는 정지 된 카드입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 그럼 이걸로 해주세요”

“손님 .. 이것도 정지 된 카드입니다... 다른 카드는 없으십니까?”


“이걸로 계산 해주세요”

어느새 강민한이 나타나 카드를 내밀었다

너무 창피했다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죄송해요 카드가 정지 됐다네요 그럴 리가 없는데 ”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 혼자 먹은거라서 계산 하려고 했습니다”

“아니요 제가 사주겠다고 했는 건데 계좌번호 알려 주시면 제가 돈을 드릴께요”

“괜찮습니다”

“아니요 제가 진짜 안괜찮아서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그 고집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그럼 다음에 사주세요”


나의 고집에 강민한은 어린애 달래는 듯 다음에 사달라고 하였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카드회사에 전화를 했다

“저기요 제가요 정지 시킨 적이 없는데 카드가 정지가 되어있거든요”

“네 그러세요 그럼 제가 확인 해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성함과 주민번호를 알려주시겠습니까?”


몇분 뒤.. 안내원은 한달 전 내 카드가 정지신청 접수가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랬다 .. 이제야 기억이 났다

내가 비싼 노란색 명품 원피스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딸의 부르주아 생활을 볼 수 없던 나의 어머니는 옷을 돈으로 환불해서 오던지 카드를 정지 시켜라고 하셨다

그때 난 내 인생에도 명품 옷 하나쯤은 있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여 엄마가 보고 있는 그 자리에서 카드를 정지시킨 것 이다

젠장.. 그게 왜 이제야 기억이 나는거야

하여튼 나의 기억력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그리하여 나는 강민한에게 두 번째 빚을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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