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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25) 그들의 집

Ruka |2009.08.27 23:03
조회 1,480 |추천 0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연재입니다~! ^-^

 

많이 기다렸는지들... ㅋㅋ

 

앞으로 2화 정도 나오면 1부 종결이랍니다~

 

즐감하세요~ ^-^

 

 

 

출처 : 웃대 ^-^

 

 

 

 

 

"도대체 왜 우리 차를 먹으려는 거야?"


"알 필요 없으니까 잠자코 걷기나 하시지."


애꾸 덩치의 말에 수정형이 대답했다. 그는 이제 눈 가리기를 포기했는지 얼굴의 한 쪽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려놓은 채 투덜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뒤, 늦은 밤이었지만 우린 지체할 것 없이 그들의 아지트로 향했다. 차를 회수하는 데는 그닥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선 건 나, 윤호, 수정형 셋.


더군다나 꽤 큰 상처를 입은 재복이는 안정이 필요하고, 늦은 밤이라 꼬맹이 나라는 끌고가기가 버겁다.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수정형이 비척비척 걷고 있는 조폭들의 뒤를 맡은 채 우리가 뒤를 따라가고 있는데 윤호가 대뜸 내게 물었다.


"야 김진환. 너 재복이 상처 꼬맨거 잘 한 거 맞어?"


"몰라. 그냥 한거야."


조폭들을 진압한 뒤 그들에게서 아지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중, 약을 바르고 붕대로 팔을 감았지만 안색이 하얘진 채 서영이에게 부축되어 있는 재복이를 발견한 나는 녀석의 환부를 관찰해 보았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녀석의 상처를 본다고 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 보았을 때 약 바르고 붕대를 감는다고 끝날 일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체육관에 있었을 때, 해병대 수색대 출신에 별 희한한 경험을 다 해본 관장님께 내가 언젠가 "칼에 베이면 어떻게 해요?" 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관장님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종이에 베인 것과 칼로 베인 것은 달라. 피부를 가르고 조직까지 들어간 상처는 꼬매지 않으면 썩어들어가기 시작해서 작은 상처라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지. 비단 칼뿐만이 아니라, 뭔가에 다쳐 피부가 갈라졌다면 꼬매는 것이 바람직해. 특히 더러운 것에 다쳤다면 소독하는 것은 필수고 말이지. 만약 소독약이 없으면, 영화에서 본 것처럼 부지깽이나 나이프 등 쇠를 달궈서 상처를 익혀버리는 것도 방법이야. 상상도 못 하게 아프겠지만.."


그래서 내가 "그럼 꼬매는 건 어떻게 해요? 병원해서 하는 거 아녜요?" 라고 했더니, 관장님은 "실이랑 바늘만 있으면 꼬맬 수 있어. 옷 꼬매듯이. 갈라진 조직의 접합부를 붙혀 이물질의 침투를 방지하고 회복속도를 극대화시키는 게 목적이니까.. 아 너한테 이런 얘기 해도 모르겠네." 라고 말했었다. 뒤는 사족이었습니다요 관장님.


여하튼 그 때 나는 관장님의 말을 들으며, 영화 람보에서 봤던 것 처럼 갈라진 상처에 달군 나이프를 대 비명을 지르며 소독을 한 뒤 바늘과 실로 상처를 꼬매는 나를 상상하며 이를 갈았던 적이 있어 그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싸웠을 때 목격했던 재복이의 출혈량으로 보아 녀석의 상처는 꼬매지 않으면 상처가 덧나 정말 큰 일이 날 수가 있기에 나는 해 본 적은 없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재복이의 동의 하에 녀석의 상처를 꼬매버렸다. 언젠가 우리가 밖으로 나가 생필품을 챙겼을 때 윤호가 챙겼던 구급상자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과산화수소수가 없었더라면 정말로 달군 쇳덩이로 녀석의 팔을 지져버려야 했을 테니까. 소독하지 않은 치료는 상처를 더 아프게만 할 뿐, 치료가 아니다.


나는 검은 실이 달린 얇은 바늘로 재복이의 피부를 뚫고들어갈 때의 느낌이 기억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젠 별 경험을 다 해 보는군. 그리고 서영이 걔는 내가 지 남친 살리겠다고 교과서에서도 안 가르쳐 준 짓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왜 그리 난리야 난리가..


꽤나 아팠겠지만 별로 난리 칠 기운도 없었는지 재복이는 의외로 담담했었다. 혹시 그 조용했던 것이 출혈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어떻게 돌아갈 때 과일이나 채소 등을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닥 익숙하지 않은 이쪽 지형을 머릿속에 그리며 채소 등을 구비해놓을 만한 냉장고가 있는 마트들의 위치를 생각해보았다. 싱싱한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비타민 등이 공급이 되어 회복을 하지, 그런 상처를 입고 약도 못 먹고 라면먹는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정말 별 생각을 다 하는군. 나도 주책이다. 나 의사 해도 되는거 아닌가 몰라?


..뭐가 어쨌건 간에, 녀석이 하루빨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려면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야 의사든 뭐든 만날테니까 말이다.


나는 재복이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며 이번엔 우리 앞에 서서 걷고 있는 칼에 찔린 조폭을 바라보았다. 그는 웃통을 벗은 채 거의 복대 비슷할 정도로 아랫배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재복이를 치료하다보니 다친 조폭들이 눈에 밟혀 그들에게도 치료약을 주며 알아서 응급치료를 하라고 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둘 수야 없는 일이니 말이다. 만약 그들에게 아무조치도 취해놓지 않은 채 우리의 안내를 맡으라고 했다가 좀비를 만나면, 그들은 백발백중 아무런 대처도 취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눈앞에서 생사람이 괴물들에게 뜯어먹히게 할 수는 없으니..


그들은 싸움질만 하고 살아서인지 치료에 대해서도 상당히 익숙한 듯 했다. 특히 윤호 때문에 팔이 부러진깡마른 남자의 골절치료를 할 때, 부러진 팔을 능숙하게 맞추는 그들을 보고 나는 꽤나 놀랐었다. 나머지 조폭들도 서로서로 파스를 바른다던가 약을 바르고 닦은 뒤 붕대를 두른다던가 해서 지금 저렇게 걸어다닐 수가 있는 것이다.


적이고 우리고 치료하느라 바빠 안 그래도 좁은 딱 하나의 편의점 화장실은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지금 우리 애들이 닦고 있겠지, 아마.


애꾸의 말에 따르면 그들의 집은 여기서 고작 5분 거리. 하지만 우리 앞에 선 조폭들 역시 하나같이 다친 터라 꽤나 걸음이 느렸다. 편의점에서 나선 지 벌써 5분이 지났지만 우린 아직 그들의 집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다.


나는 순간 이들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도 보지 못했고, 정말 일행이 더 있다면 그들이 꽤 긴 시간동안 연락이 없는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진작에 이들의 목적은 약탈이었으니 이들과 발을 함께한 더러운 인간이라면 노획물의 정보에 굶주려 금새 연락을 취했거나 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동네가 이런 마당에 건장한 남자들이 넷보다 더 모여앉아 있었다면 아무런 마찰도 없을 리가 없다. 위급시일 수록 서로 대장을 하려고 나서거나 몸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조건을 제치고라도 일행이 있다 한들 많아봐야 하나 둘. 허나 백번 양보해도 총이 있는 우리들이 동료가 떡이 되어 돌아온 것을 보고 사기가 꺾인 남자 한둘에게 당할 리는 없다. 나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하며 근처에 좀비가 없는지 살펴보았다.


저번에 폭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동네 쪽은 전기가 끊기지 않은 상태다. 물론 어느 곳은 전기가 나간 듯 했으나 적어도 요 나흘간 우리의 행로 중에 불이 꺼진 가로등은 보이지 않았었다. 나는 먼 곳에 있는 가로등을 살펴보며 만약 무기도 없는 부상당한 조폭들을 앞에 세운 이런 상태에 좀비가 앞으로부터 걸어온다면 과연 이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순간, 내가 바라보고 있던 가로등의 전구에서 파지직 하는 소리가 나며 불똥이 떨어졌다. 우리 앞에 서 있던 애꾸도 그걸 보았는지 중얼거렸다.


"저거 뭐.."







"어?"


"뭐야?"


"제기랄! 전기가.."


..말하기가 무섭군.


애꾸가 뭐라고 불평을 내뱉는 순간 온 사방의 전기가 일제히 나가버렸다. 달빛도 흐린 서울의 밤하늘 아래 전깃불에 의지해 걷고 있던 우리는 물론 순간적으로 모든 시야를 잃어버렸다. 우리는 한 사람이 된 듯 숨을 죽이며 눈이 익숙해지길 기다렸다.


정말 기막힌 타이밍이다. 진작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지만, 하필이면 한밤중에 이동하는 도중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이건 신의 농간이 아닐까?


어둠은 공포를 터무니없이 극대화시킨다. 금방 전까지만 해도 분명 사방에 그 어떤 좀비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었지만, 나는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자리에 몸을 도사리고 선 채 혹시라도 내게 다가올 미지의 생명체에 대비해 식칼창을 앞으로 드리우고 천천히 흔들었다.


완전한 침묵.


십 초 가량이 지나자 어렴풋이 눈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곱이나 되는 인원이 괴물들 틈새를 비집고 지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야다. 다들 나와 비슷한 시점에서 눈이 보이기 시작했는지 일행들 틈에서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도 잠시 뒤, 말 그대로 어렴풋이 보이는 시야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던 우리의 머리 위에 달빛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걷힌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세상이 이 꼴이 되고 나서부터 문명의 힘과 고마움을 너무도 절실하게 느낀다.


슬슬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골목 너머의 기척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시야가 확보되자 수정형이 말했다.


"빨리 가자구. 이대로는 위험해."


"그래."


수정형이 재촉하자 그들 역시 동의했다. 한발짝만 잘못 나서도 나를 먹겠다고 달려들 괴물들이 판치는 곳에서 시야까지 잃는다는 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아까 전기가 나갔을 때도 그들이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은 것이겠지.


일행이 다시 걷기 시작하자 좁은 골목 안에서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게 느껴졌다. 오감 중 어느 감각이 차단되면 나머지 감각들이 예민해진다더니, 이게 그건가.


"이제 다 왔.. 잠깐만."


선두에 서 있던, 내게 양 손이 묶였던(지금은 풀어주었다) 조폭이 입을 열며 자리에 멈추자,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다친 둘이 그의 등에 부딫혔다. 옆구리에 바람구멍이 난 덩치는 숨을 힉 하고 내쉬며 얼굴을 찡그렸을 뿐이지만, 윤호에게 쇠몽둥이 찜질을 당해 죽다 살아난 깡마른 남자는 멈추었다 걸었다 하는 정도도 힘이 드는지 욕설을 내뱉으며 그에게 불만을 토해내었다.


"또 뭐야.. 빨리 가. 팔 아파 뒤지겠구만. 누워있고 싶다고."


그가 투덜거리며 내 앞에서 멈춘 덕분에 그의 온 몸에서 피어오르는 파스향이 내 코를 찔러 내가 킁 하고 숨을 한번 내뱉으며 코를 막는데 일행을 멈춘 조폭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그거 아니냐?"


순간 모두의 긴장의 실이 팍 당겨지는 게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달빛에 빛나는 인영은 과연 좀비였다.


회사원이었는지, 놈은 마른 골격에 흰 와이셔츠, 파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심지어 머리 스타일까지 깔끔했다. 하지만 그에 대조되는 잔인한 상처.. 그것은 그의 오른쪽 옆구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흰색 와이셔츠라 더욱이 부각되는 붉게 물든 이빨자국, 그리고 구멍. 먹히다 만 상처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놈의 그 상처에선 순대 한 가락이 배어나와 땅이 질질 끌리고 있었다. 꼭 묶이다 만 벨트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그 내장은, 달빛을 받아 야릇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행히 그 좀비는 골목을 빠져나와 길이 퍼져나가는 부분에 서 있었다. 내가 조용히 말했다.


"그냥 빠져나가도 될 것 같은데."


"응."


내 말을 들은 우리 그룹의 셋은 주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애매한 곳에서 서성이고 있는 좀비는 피할 수 있을 때 확실하게 피해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망설이는 동안 움직여서 진로를 막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쳇.. 그게 아니야."


깡마른 남자가 갑자기 우리를 제지했다. 우리가 그를 돌아보자 그는 그 좀비가 서 있는 바로 옆의 이층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우리 집이란 말이야. 그 앞에 있으니까 이러는 거지."


그의 말에 우리는 그가 가리킨 벽돌집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이층짜리 벽돌집이었다. 차가 앞에 한 대 서 있는걸로 봐서 그의 말이 맞는 듯 했다. 나는 순간 저 집이 왠지 낯익어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집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기억 속에서 이 집을 떠올리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 여기 거기잖아? 우리 처음에 여기 왔을때 누가 커튼에서 빼꼼 보고 속으로 도망쳤던 데!"


"어.. 진짜다."


수정형도 기억난다는 듯 말했다. 윤호는 물론 무슨 소리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곧 우리가 정찰 나갔을 때의 일이란 걸 기억해내고 아무 토도 달지 않았다. 나는 앞에 있는 좀비는 잠깐 잊어버리고 앞에 선 조폭들에게 말했다.


"맞지? 아저씨들 저번에 우리 지나가는 거 보고 모른 척 했지?"


"..모르겠는데."


"난 모른다."


조폭들은 내 말을 듣고 딴청을 부렸다. 지나간 일이니 뭐 지금와서 화날 것도 없지만(화내봤자 나오는 것도 없다), 그래도 당사자들을 이렇게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넘어가기는 좀 그랬다.


"아니.. 내 생각엔 그게 정찰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수정형의 한마디.


"에이, 뭔 상관이야 새끼들아! 그냥 들어가자고. 차 키 줄테니까 먹고 떨어져. 어차피 우린 다쳤으니까 몰 수도 없을테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보상금같은 거라도 나오겠지. 한달만 버티면 될 테니.."


"그럼 저게 당신들 차?"


수정형이 집 앞에 서 있는 초록색 봉고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꽤 낡아보였지만 그렇다고 아주 막 굴린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 니들이 강탈하려고 하는 내 애마다."


애꾸는 투덜거리면서 집 쪽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흠칫 하며 좀비의 존재를 알아챘다. 행동하는 양을 보니 그들도 내가 말했던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듯 했다. 금방 보았던 좀비의 존재를 우리와 얘기하는 동안 까먹은 것을 봐서는 거의 틀림없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야 미친놈. 쟤 좀 어떻게 해 봐라. 우린 무기 없잖아."


미친놈이라니..


나는 자기가 터뜨린 일의 반작용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내게 미친놈이라고 하는 그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내가 그를 애꾸로 만들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다 그들 책임 아닌가?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린 차키만 받아서 나가면 되니까 아저씨가 알아서 하시든가."


"뭐야? 그럼 우리한테 무기라도 줘."


"알바 아니지. 당신들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냉정하게 쏘아붙히자 그들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제 난 이런 인종에 대해 더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기에 그들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목숨 이상의 자비는 베풀지 않으리라 생각한지 오래니까.


저 인간들 우리 아지트에 처음 쳐들어왔을 때 했던 꼴로 봐서, 살아오면서 여럿 무고한 사람들에게 여러번 피눈물을 흘리게 했을 것이다. 내가 만약 그 일들을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면, 또는 우리 일행들이 그랬다면, 이들은 이미 좀비를 상대할때 썼었던 흉기들에 꿰뚫려 지금쯤 저기 골목에서 의미불명의 신음소리를 내며 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나는 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먼저들 가시지. 따라 들어갈테니까."


"빌어먹을 꼬맹이 자식."


그는 투덜거리면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 일행들이 그의 뒤를 쭐래쭐래 따라가자 대문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던 좀비놈이 움직임을 뚝 멈추는 것이 보였다. 뭔가 낌새를 느낀 듯 했다. 이제 확실하게 기척이 느껴지면 이쪽으로 다가오겠지.


..혹은 달려오거나.


결단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은 아니지만, 좀비들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기에 나는 자기방어를 위해 식칼창을 드리우고 녀석에게 신경을 곤두세웠다.


수정형 역시 지금만큼은 조폭들이 아닌 녀석에게 총을 겨누었고, 조폭들은 다친데다 무기까지 없는 상태라 더더욱 쫄은 듯 했다. 문 앞에 세워져있는 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좀비에게 더 가까이 가게 되자 우리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졌다.


"후우.."


불과 문을 1미터 앞두고 굼벵이처럼 움직이고 있는 우리를 쳐다보던 윤호는, 한숨을 폭 쉬더니 좀비와 우리 사이에 몽둥이를 드리우고 서며 말했다.


"먼저들 들어가요. 내가 볼테니까."


"야.."


"너도 빨리 들어가. 더이상 시간 지체하기 싫으니까. 다들 쉬어야지."


나는 윤호의 사서고생에 불만이 생겨 뭐라고 하려 했으나, 조폭들은 기회라는 듯 대문 안으로 뽀르르 기어들어갔다. 침입에 대한 겁이 없는건지 그들은 대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윤호에게 하려던 말을 채 시작도 못한 나는 입맛을 다시며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갈 뿐이었다.


내 뒤로 수정형이 들어오고, 뒤따라 윤호가 들어와 조용히 대문을 닫을 때 까지 좀비는 우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우리가 대문을 닫고 계단을 천천히 올라오는 걸 지켜보고 있던 애꾸가 문을 열며 말했다.


"니들 차 운전이나 할줄 알면서 이러는 거냐?"


"대답은 같습니다요. 알바 아니니까 차키나 내놓으시지."


"..너희들 한국 정리되고 나서 보자."


"나중에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더라."


착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악랄해진다더니 수정형이 딱 그건가보다. 조폭의 협박에 입을 이죽거리면서 대꾸하는 형의 모습은 완전 불량배 그 자체였다. 으음, 칼 든 태완이가 저렇게 화나면 더 무서울라나?


양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 퀴퀴한 냄새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독한 술냄새와 짙은 담배 냄새. 어두컴컴한 이들의 방 안쪽을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어떻게 살아왔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환기나 좀 하지.."


윤호가 코를 잡고 투덜거리는 걸 들으며 나는 수정형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전기가 나간 덕에 현관 근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베란다에서 쏟아져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가늠해 본 이 집의 내부는 꽤나 간단해 보였다. 짧은 복도가 신발 놓는 자리 앞으로 나 있고, 그 복도 양옆에 방이 하나씩.. 아마도 그 중 하나는 화장실이겠지. 복도의 끝엔 베란다가 딸린 마루가 있고..


마루로 들어가자 한 가운데에 술병과 먹을 것, 그리고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재떨이로 보이는 무더기들이 보였고, 그 가득 찬 재떨이가 무색할 정도로 마루엔 구겨진 꽁초들이 득시글거렸다. 달빛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게 이 정돈데 안이 환하게 보이면 과연 얼마나 지저분할까?


"좀 잘 안 보이는군."


그들은 집에 왔다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애꾸가 중얼거리며 커튼을 완전히 걷자 마루가 꽤 훤하게 보였다. 예상대로 마루에 가득찬 쓰레기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음?"


나는 깡마른 남자가 애꾸의 말에 따라 자기 짐들을 뒤지며 차키를 찾는 동안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가 마루에 딸리 또 하나의 문을 발견했다.


"방이 하나 더 있네?"


내가 중얼거리자 조폭들이 일제히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뭔가 있는 건가?


그들은 자기들이 지나치게 놀랐다는 것을 숨기기라도 하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셋이 차 키를 찾는 동안, 재복이에게 찔렸던 뚱땡이가 슬그머니 그 방문 앞에 가 앉는 것을 보고 내 추측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나는 이렇게 된 김에 그들에게 방 안에 뭐가 있는지 다그쳐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우리도 피곤한데 빨리 끝내고 가야지.. 기껏해야 약이나 그런 거겠지 뭐.


이윽고 차키를 찾아낸 애꾸가 수정형에게 물건을 내밀며 말했다.


"자, 차 키 여기있다. 먹고 꺼져."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야."


수정형이 차 키를 낚아채며 말하자 그는 얼굴을 실룩거리더니 갑자기 나를 쳐다보았다. 험악하게 쳐다보는 꼴이 한국이 안정되고 나서 절대로 만나선 안 될 것 같았다.


"빨리 꺼져라. 우리도 좀 쉬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유."


깡마른 남자가 소주병을 하나 집어들며 말하자 내가 대꾸했다. 수정형이 앞장서서 복도에 들어서자 나는 윤호의 등을 툭 치며 그의 뒤를 따랐다.


순간 우리의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 우우.. 우.."


나지막하지만 분명한 소리.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이게 뭔 소리야?"


금방 집을 나가려던 우리 일행의 가장 뒤에 서 있던 나는 소리를 가장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몸을 돌리며 그들에게 묻자 그들은 모른다는 듯 말했다.


"몰라. 뭔 소리야? 우린 아무 소리도.."


"우.. 우우우우~"


다시 한번 들려온 소리. 난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소리는 지금 이 방 안에서 들려오고 있다.


더 확실한 것은, 이 소리는 여자의 신음소리다.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방에 숨기고 있는 것이 무기나 약이었다면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사람이었다면 무조건 구해야 한다. 이 개같은 자식들, 약탈을 넘어서 감금까지 하고 있었던 말인가?


나는 뻔뻔하게 방문 앞에 앉아있는 뚱땡이 앞에 서서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비켜."


"엉?"


그는 아직도 딴청을 부렸다. 나는 수그러들어가던 분노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며 식칼창을 치켜들고 말했다.


"비키라고요.. 돼지새꺄. 사람 숨기고 있는 거잖아!!"


내가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자 그들은 깜짝 놀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앞에 있는 돼지는 순간 자신이 애한테 쫄았다는 사실에 열받았는지 배를 붙잡고 벌떡 일어나 방문을 확 열면서 외쳤다.


"그래 새꺄! 이 안에 창년 하나 있다 왜!"


내 요청에 따라 돼지가 문을 열었으나, 나는 그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느라 방 안을 쳐다보지 못했다.


"야.. 야! 창훈아!"


"왜?"


나와 돼지가 씩씩거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데 깡마른 남자가 방 안을 가리키며 외쳤다. 나와 돼지는 동시에 방 안을 쳐다보았다.


콰작


"아아아악!!"


"우.. 우아아아!!"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막지 못했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딱 1초만에 한마음이 되어 현관 쪽으로 뛰쳐나갔다. 방 안에서 나온 무언가가 돼지를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내 예상을 뒤엎고 방문 안에서 걸어나온 것은, 다름아닌 찢어진 옷을 걸친 여자 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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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ȭ : http://pann.nate.com/b200015388

15ȭ : http://pann.nate.com/b200015395

16ȭ : http://pann.nate.com/b200015403

17ȭ : http://pann.nate.com/b20001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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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ȭ : http://pann.nate.com/b20002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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