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맥주는 항상 꽁꽁 얼린 얼음들에 파묻혀 있을까요...
우리들은 대개 맥주는 여름에 마시는 시원한 청량음료!라는 인식이 박혀있지만, 사실 맥주는 여름에만 즐기는 음료는 아닙니다. 맥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맥주는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음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아일랜드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이 보드카를 마시며 몸을 녹이듯이, 맥주를 마시며 추운 겨울 몸을 녹였다고 합니다.
추운 날씨에 우리 몸을 녹여주는 겨울 맥주로는 대표적으로 복(Bock), 발리 와인(Barley Wine), 올드 에일(Old Ale) 등이 있습니다. 오우, 복이나 발리와인은 한국에서 들어보기도 어려운 이름이네요. 겨울 맥주라고 하지만 따뜻하게 해서 마시거나 하는건 아니에요. 겨울 맥주들은 일반적으로 진한 색, 깊은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량감보다는 진~한 맛을 느끼게해줍니다.
그럼 하나하나 자세히 알아볼까요.
복 (Bock)
이름도 복스러운 복 맥주는 14세기 독일에서 유래된 강한 라거 맥주 종류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곳이 Einbeck 지방이라고 하는데, 아마 Bock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 같아요. 원래 복은 진한 색을 가지지만, 요즘에는 진한 것도 있고, 호박색도 있고, 투명한 색을 띠는 것도 있다고 하네요.
복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사순절과 같은 겨울 언저리의 종교적 기념일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독일의 수도승(몽크!)들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됐다고 하네요. 수도승들은 단식을 하는 사순절 기간동안, 높은 열량을 지닌 복 맥주를 마시며 배고픔을 달랬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Eisbock 맥주인 Avenitinus Weizen-Eisbock.알콜도수가 무려 12도!
지금은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겨울 머물렀던 캐나다에도 두 종류의 복 맥주가 있다고 하네요. 브리티시콜롬비아 주의 Hermannator와 온타리오 주에 위치한 Creemore Springs의 urBock. Hermannator는 10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만 생산되는 9.5도의 높은 도수를 가진 겨울 전용 맥주이고, urBock는 크리스마스에만 한정된 양만 생산되는 스페셜 맥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 마셔보지 못했어요...
발리 와인 (Barley Wine)
왠 와인? 발리(보리) 와인은 와인이 아니에요. 과일이 아닌 곡물로 만들었으니, 엄연한 맥주!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19세기 영국에서 유래한 강한 에일 종류의 맥주라고 하네요. 지금은 세계 곳곳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겨울 맥주 중 하나입니다.
참 곱다..발리 와인의 알콜도수는 낮게는 8도, 높게는 12도라고 하네요. 도수가 와인만큼 높아서 발리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120의 높은 그래비티의 발효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높은 그래비티의 발효 과정이란, 그만큼 높은 알콜함유량의 상태에서 발효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는 카스 맥주가 하이그래비티브루잉(High Gravity Brewing)이라는 공법으로 제조된다고 하네요.
올드 에일(Old Ale)
올드에일은 대개 영국의 진한 몰트 맥주를 말합니다. 특히, 올드에일의 한 종류인 잉글리쉬 스트롱 에일(English Strong Ale)은 윈터워머(Winter Warmer)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윈터워머는 겨울에 제조되는 달달~한 맛을 지닌 에일입니다. 어두운 색을 띠지만, 스타우트 흑맥주만큼 진하지는 않고 조금 더 연한 색을 보입니다. 윈터워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대체로 알콜 도수는 6도에서 8도 정도라고 하네요.

사진도 참 따스해보이고, 이름도 재밌고, 윈터워머로 나홀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보고 싶네요. 에일의 한 종류이니, 한국에서도 에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바에 가면 아마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나는...?
하지만 역시, 맥주를 매니악하게 즐기는 인구가 적은 한국 시장에서는 모두 만나보기 힘든 맥주들이긴 합니다. 복(Bock)이나 발리와인(Barley Wine)이나 올드 에일(Old Ale)이나 겨울에 즐길만한 맥주의 특징을 종합해보자면, 맛과 향이 깊고 무엇보다 도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이렇게 도수가 높은, 겨울에 즐길만한 맥주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약한 복(Bock) 맥주 맛을 가지고 있는 카스 레드가 떠오르네요. 맥주를 다양하게 접해본 본들은 아시겠지만, 카스 레드는 흔히 알려진대로 '소맥맛'이 난다기보다는, 위에서 소개한 복(Bock)의 맛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약한 맛을 내는 맥주에요. 하지만 역시 일반 맥주와 조금은 다른 맛과 향은, 맥주인지 소맥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하죠. 한국에서 출시된 맥주중 가장 도수가 높다고 하니, 추운 겨울에 몸을 녹이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찬바람 쌩쌩 부는 추운 겨울, 복, 발리와인, 올드에일 대신 이거라도...진한 맛, 깊은 향...은 아닐지라도 6.9도의 고알콜이면 이내한몸 후끈 달아오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