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26살 청년입니다.
이번에 뜻 깊은 경험을 하게 되서 자랑삼아 적어볼까 해요-
처음 적는 거라 글 솜씨가 미천해도 이해해주시길^^;
오.. 톡 됐다..ㄷㄷ
이 때를 기다렸어요ㅎ 싸이 공개를 위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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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저는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점심쯤 되어 일어났었죠.
씻고 컴퓨터를 틀었는데-
칠레에 대 지진이 났다는 뉴스가 속보로 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머리에 디에고 생각이 먼저 스쳐가더군요.
좌측에서 두번째, 저희 반의 디에고랍니다. 칠레인이예요.
착한 친구 디에고가 친척들, 친구들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이
머리 속을 스쳐가더군요.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동생이 칠레로 돌아간다는 소식도 들었던 것 같았구요.
월요일에는 학교에서 디에고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화요일이 돼서야 디에고가 학교에 왔는데,
생각보다 밝은 모습이라 안심이 되더군요.
친구들, 친척들은 모두 무사하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칠레 지진 이야기를 해주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디에고를 보니,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렇게 몇일 동안 별다른 이야기가 없던 디에고는
금요일 수업이 마칠 때에 저와 친구에게
"이번 토요일에 칠레 대사관에서 지진 피해 관련 모금 행사가 있다"며
꼭 와 달라더군요.
물론 가야죠.
(또) 내리는 눈을 맞으며 도착한 러시아 칠레 대사관의 모습입니다.
조기가 계양 되어있어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만,
들어갔더니 디에고가 웃으며 맞아주더군요.
오른쪽에 있는게 디에고 여동생입니다.
(그리고 바보같이 웃고 있는게 접니다;ㅎ 왼쪽은 제 친구)
가려던 날 새벽에 지진이 나서 귀국이 일요일로 미뤄졌다고 합니다.
행사 분위기가 의외로 편해서 조금 안심했습니다.
'대사관'은 난생 처음인데다 '지진 관련 성금 모금'은 더더욱 처음이라
장례식장 비슷한 걸 생각했는데 말이죠.
행사 장면입니다.
물론 행사는 저로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운데 계신 분이 러시아 주재 칠레 대사시라더군요.
맨 오른쪽에 계신 분이 디에고 아버님인데 (판박이!)
무려 어깨에 별이 3개....
(나중에 들어보니 대령님이시라더군요)
뭐 말이 안 들리니 다른걸 많이 보게 되더군요.
행사가 끝나고 성금을 내러 갔습니다.
...맙소사...
저희 일행은 그냥 슬쩍 봉투만 내고 나오는 그런걸 상상했습니다만,
모금실에는 왠 카메라맨이 2명 대기중이고
심지어 뭔가 전교생 앞에서 상장 받는 분위기더군요..
저희 일행 3명은 뻣뻣하게 굳어서
뻣뻣하게 사진 찍히고 뻣뻣하게 성금을 냈습니다.
영수증이랄까요- 이름 적으니 싸인 슥슥해서 도장 찍어서 주시더군요.
멋졌습니다.
성금을 납부하고 디에고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대사관을 나왔습니다.
밖에는 눈이 더 많이 오더군요;ㅎ
그래도 일행들과 대사관에서의 얘기를 하며 즐겁게 돌아왔습니다.
평생 기부라고는 ARS 번호 몇 번 눌러본게 다인 저로서는
무척이나 흥분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