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켠 컴퓨터의 메인화면에선 타블로의 학력위조에 관한 논쟁이 한창 이었다.
정황상 기정 사실이 되어가고 있는 타블로의 학력위조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번지는 통에 그 핑계삼아 담배 한대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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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 조성된 강변공원을 마음껏 누볐다. 4대강 사업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예쁘게 단장된 공원을 보니 4대강 사업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세금이라던지, 그런 문제는 가벼이 여겨졌다. 언제는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알뜰하게 쓰이는걸 우리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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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느냐던...
우리가 정작 분노하는 것은 작은 일에 분노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이며, 나의 분노가 닿을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에게도 인문대 상위 7퍼센트의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던 영광의 날이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빛나는 졸업장이 없는 지금. 타블로의 학력위조설은 어쩐지 더 아프게 다가왔다.
물론 이 일의 진위가 밝혀진다면 그는 그의 행동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지만, 그런건 내게 부차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내가 세상과 싸우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할 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학력상승의 위조가 아닌 학력하강의 위조였다. 그 이력서들을 반추해보며 내심 자랑스럽기도, 한편 측은하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타블로의 학력 위조에 신경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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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시집 {거대한 뿌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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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렇게 자판을 토닥이지 않으면, 답답한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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