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이사를 했네요...
결혼 2년만에 6개월 된 큰아이와 이제 태어날 작은 아이를 생각해서 대출을 받고 쬐끔 무리해서 27평형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했어요.
아시는 분의 소개로 집구경을 하고, 그날 바로 계약하고 이삿날 받아놓고, 이삿날 3일전 청소를 하러왔다가 신랑의 큰매형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청소하다 말고 부랴부랴 큰시누이 집으로 뛰었답니다.
발인하는 날이 이삿날이었기에, 다행히 포장이사를 맡겨서 제가 짐을 싸야하는 불편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 집 이산데 안주인인 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큰시누이님껜 사정 설명을 드리고 죄송하다는 인사도 몇번을 드리고 발인 전날 밤에 혼자서 6개월 된 큰아이를 데리고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지요.
그래도 매형이 돌아가셨는데 신랑은 장지까지 다녀오는 게 예의일 듯 싶어 저 혼자 움직였지요.
당일날... 포장이사업체에서 약속시간에 꼭 맞춰 왔기에 큰아이는 업고, 부른 배를 안고 짐싸는 것도 보고 귀중품 같은 것도 챙기고 그랬네요.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경 모든 짐이 다들어오고 이사업체분들은 돌아가시고 이제는 제가 해야할 일만 남은 듯해서 큰아이를 보행기에 태워놓고 부엌살림부터 정리에 들어갔지요.
5시경쯤 되니 신랑이 왔습니다. 큰누님 댁에서 장지가 가까워 생각보다 빨리 장례가 끝났다구요.
부른 배를 안고 살림정리하는 저를 보며 신랑은 많이 미안했는지 이방저방 다니며 미처 정리되어있지 않은 살림살이들의 정리를 하더군요.
7시경쯤 제가 신랑에게 저녁은 어쩔꺼냐고 물었더니, 울 신랑왈... '엄마랑 식구들 온다네...'
순간.. 당황스럽고, 암담했지요..
'어머니 오셔도 식사도 준비 못하는데 어떡해요?'
'나가서 먹지 뭐... 이사한 날 누가 집에서 밥먹냐... 아님 짜장면 시켜먹던지...'
차암~~ 대답도 무지 간단하게 하데요...
8시가 조금 안되었는데, 시어머니를 선두로 해서 시아주버님, 둘째형님내외, 막내시누 내외... 게다가 아이들까지... 암튼 우리 식구빼고 열명이 집으로 들어오시더군요.
장례 끝나고 신랑은 제가 걱정이 되어 장지에서 바로 출발을 했고, 다른 식구들은 큰형님 댁까지 갔다가 오시느라고 신랑과 시간 간격을 두고 오신 듯...
시댁 식구들이 꽉 들어찬 거실...
'어머니... 식사 어떡하죠? 저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하고 여쭈니, 시아주버님께서 '제수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나가서 먹읍시다. 이사 선물로 내가 저녁 살께요' 하시더군요.
맘속으로 무지 고마운 맘이 었지요. 그런데... 시누 두분께서,
'뭐하러 나가요, 김치찌게 끓이고 밥해서 먹지..'
'새언니, 나는 이사다닐때마다 닭계장 끓여서 다녔는데, 뭐 그런거 안했어요? 식구들 온다고 했음 미리 준비를 좀 했어야죠..'
아니, 갑자기 초상이 나서 이사도 부른 배안고 큰애업고 나혼자 했는데..
이삿날 다들 쳐들어와선 무슨 시누이 티내는 것도 아니고, 웬 닭계장 타령인지..
시어머님도 '그래라, 에미야 지금 얼렁 밥 앉혀라.. 김치에 밥먹자.' 하시네요..
난감해서 신랑을 쳐다보니, 울 신랑..
'엄마.. 이사람 배불러서 게다가 애까지 업고 혼자 이사했어요. 지금 무슨 기운이 남아있다고 밥을 해요? 나가서 먹읍시다. 형님이 내시던 내가 내던 나가요. 누나랑 막내 너도 일어나고..'
이러면서 아주버님과 함께 서둘러 식구들을 앞세워 나갔네요.
집근처 커다란 삼겹살 집이 있어 모두들 그리로 자리를 옮겼는데..
울 시누 두분..
계속 뭣 씹은 얼굴을 하곤 그래도 고기는 꾸역꾸역 잘도 먹더군요.
식사가 끝나고 아주버님께선 둘째형님 댁으로 가신다며 어머님께 막내딸네 가서 하룻밤 주무시라고, 내일 모시러 간다고 하시자..
막내 시누.. '뭐하러 그래요.. 작은오빠네 집도 넓더구만, 뭣하러 좁아터진 우리 집으로 가..? 큰오빠도 그냥 여기서 자요. 아니 그러지 말고 낼 주말이니까 우리 다 그냥 여기서 잡시다. 다들 큰형부 장례 치르느라고 힘들었잖아요. 그래도 새언니는 미리 왔으니 덜 힘들 거 아니유..'
할 말... 잃었어요.. 어이... 없었지요..
그러면서 시어머니 팔을 잡아당기며 우리집으로 향하는 막내시누.. 정말 미웠어요..
식구들이 안보는 틈에 신랑에게 얼른 고개를 저어보였어요. - 나.. 피곤해요.. 힘들고..-
신랑이 작은매형을 데리고 아주버님께서 다가가 뭐라 얘기하는 것을 보았지요..
잠시후..
아주버님께서 어머님을 붙잡으시며 말씀 하셨어요..
'어머니. 우리 내려갑시다.. 나 내일 긴한 약속 있었는데 깜박했어요. 글구, 니들도 니들 집으로 가라. 제수씨, 혼자 많이 힘들었죠? 오늘 푹 쉬세요.'
그말에 뭐라고 반박하려고 하는 막내시누에게 아주버님.. '막내매제.. 애들데리고 조심해서 가게. 둘째매제도 조심해서 가고. 다음에 또 보자구. 그때 내가 술한잔 거하게 살께.'
이러면서 말문을 막아버리시더라구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횡단보도를 건너면 저희 집이고, 건너지 않고 그자리에서 약 10미터만 가면 정류장이거든요..
신호가 바뀌자 아주버님께서 어머님을 이끄시고 급히 길을 건너시고, 저희도 서둘러 인사를 하고 아주버님 뒤를 따라 건너왔지요. 속으로 안도의 숨을 크게 쉬면서... ㅎㅎ
그날.. 식사만 하시고 아주버님과 어머님은 다시 시골집으로 내려가셨답니다.
그치만, 저녁 10시경.. 집으로 걸려온 작은누나의 전화에 울 신랑 열 받은 듯 했어요.
자세한 얘기는 안했지만.. 아마도 싫은 소리를 하셨겠지요..
설에 시골에 갈때, 우리 아주버님 선물.. 근사한 걸로 준비하려구요..
저를 구해주신.. 은인이시잖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