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싸늘한 재킷 한 장에 몸을 겨우 의지하고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다른 한 여자는 네온사인보다 눈빛을 파랗게 빛내고 있었다. 한 여자가 순수하고 열정적이라면 다른 한 여자는 완벽하도록 자극적이었다.
“생각보다 귀여운데. You so happy?”
“Yes, so sweet. 그녀는 나의 꿈이야.”
“꿈?”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내 케이스 안의 담배를 섹시하게 입술 가까이 물었다.
“이제 이야기 좀 해도 괜찮은 거지?”
“좋아. 옷을 입고하는 이야기라면.”
그녀와 제이슨과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고 그것은 그에게 혼자 있는 것 보다 더욱 텅 빈 느낌을 주었다. 네온사인처럼 파랗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 움직이는 자신이 섬뜩하게 조차 느껴졌다.
“Ok. 서로 솔직해지자. 사실 영화 홍보계획 같은 것은 없었어.”
“이미 알고 있었어.”
“난 상관없어.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랑을 찾은 거니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난 칼을 죽이지 않았어. 단지 친구 칼에 대해선 마음 속 깊이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야.”
“물론, 그는 인생 낙오자니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두툼한 입술 가까이 담배 연기를 만들어 가며 그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 우리가 서로를 도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린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잖아? 일단 이렇게 하자고 헤어졌던 우리는 오늘 밤 서울에서 다시 만난 거야.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고 또 다시 세기의 연인이 되는 거지. 그럼, 사람들은 칼보다는 우리들 이야기에 더 열광하겠지. 또 유리라는 귀여운 여자까지
등장해 삼각관계까지 된 다면 이야기는 더 완벽해지겠지. 어떻게 생각해?”
“앤지, 아직도 나를 원해?”
제이슨은 팔짱을 끼고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가 막혔다.
“제이슨, 지금 자신의 처지를 잊은 건 아니겠지?”
“잠시지만 그녀와 나는 너무나 멋진 순간이었어. 앤지가 이렇게 끼어들기 전 까지는. 그녀와 나의 사랑을 팬들이 받아들여주는 것만으로도 칼에 대한 스캔들은 충분히 정리됐다고 생각해. 우리 사이를 먼저 정리한 것은 앤지였어.”
“정신 나갔군.”
그녀의 궤변대로 칼이 인생낙오자라면 지금 그녀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내 자기를 먼저 버렸다고?”
어쩜 그녀의 정신병적 기질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섹시하면서도 어두운 이미지와 딱 떨어지는 것이다. 그와는 상반되게 그녀의 캐리어는 지독히도 잘 쌓아나갔다. 그 때 이탈리아 재벌과 거의 약혼단계까지 갔던 그녀는 당시 영화제작 중 갑자기 나타난 젊고 각본가이라기엔 지나치게 뛰어난 용모의 제이슨을 만났었다. 그녀는 그와 금새 불꽃이 튀었고 영화 완성과 함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깨질 당시 누가 먼저 버렸는지는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주목받지 못하면 불안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세상의 평판이든 남자든.
“젠장! 그 문제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어쨌든 자기가 나를 떠났을 때도 별 생각 없었어. 내게도 바로 브래드가 생겼으니까?”
물론, 그 때 스캔들은 곱게 끝나지 않았다. 스캔들은 제이슨이 배우가 되면서 세간에 터져나갔고 그것은 질투심 많은 이탈리아 재벌을 자극했다. 너무도 앤지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앤지는 그것을 재빠르게 대처했다. 자신이 차이기 전에 이탈리아 재벌을 재빨리 먼저 차버리고 톱스타 브레드를 목숨을 다해 잡았다. 목숨을 다해 잡은 그는 그녀의 평판과 값을 상한가로 유지시켜주었다. 원래 여배우가 최고의 상한가 남자 재벌이나 톱스타를 잡았다 놓치면 그에 상응하는 남자를 잡지 못해 자신의 주가까지 떨어지는데 그녀의 경우는 그녀의 재빠른 대처로 값을 지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 자기와 그 귀여운 여자의 기사를 읽고도 진심으로 축하했었지. 근데, 막상 그 귀여운 여자를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군!”
그 다음엔 몸으로 말했다. 문득 그 기사를 보고는 축하했지만, 가슴 속 깊숙이 남아 있는 그에 대한 그림자가 자꾸만 되살아났다. 바다 건너 펼쳐지는 또 다른 데이트쇼라고 그녀 스스로 안위했지만 자기 아닌 다른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그랬다. 그것은 자기와 뜨거운 날들을 보냈던 예전의 남자로서 그의 시선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확인하고 싶어졌고 비행기로 날아와 그 현장을 진짜 확인했다.
“You loved me, you loved me.”
그녀는 그의 몸을 더듬었다. 그의 입술에서부터 그의 가슴을 입술로 빨아 당기며 손으로 그의 셔츠를 밀어젖히며 그의 몸을 더듬었다. 더듬으며 계속 외쳤다.
“You loved me, you loved me, and love me.”
“Stop!”
하얀 거품을 쪼개듯 그가 그녀를 밀쳤다.
“You loved me. 분명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 자긴 나와 너무나 잘 어울려.”
“No!”
그는 그의 위에서 그를 집어 삼킬 듯 그의 두 다리 사이를 그녀의 부스스한 머리와 함께 두드리려던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그때 내가 실수 했던 것 같아.”
“What!”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그런 그녀를 완벽하게 밀쳐냈다. 현기증이 났다.
“Shut up! 그녀가 뭐가 그렇게 다른 거지?”
마침내 그는 말했다.
“유리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이니까?”
그것은 진심이었다. 말리부의 별장에서도 서울의 30노트 파도 보다 격정적이었던 거실에서도 그가 계속 지치도록 소중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은 여자는 유리뿐이었다. 언제까지나 그럴 것만 같았고 그것은 뇌쇄적인 앤지 그녀를 분노케 했다. 그녀는 무섭게 그를 쏘아보았다.
그의 깎아 놓은 듯한 뺨에 남아있는 유리를 닮은 유리의 키스자국은 그것을 더욱 분명케 했다.
“I hate her!”
그녀의 질투심이 그의 심장에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