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동안 긴 장편 글을 쓰느라 신경쓰지 못한 나의 이야기들이.
서로 헐뜯고 싸우며 써달라고 난리를 치는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최근에 가장 내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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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천사다.
아침에 눈을 뜨니 집안이 소란 스럽다..
난 무슨일인가 싶어서 큰방 문을 여니 어머니가 짐을 싸고 계셨다.-_-
러브:뭐하시는거..?
어머니:^-^
러브:말을 해요!!!!말을!!!!
어머니:아들~
러브:왜요?
어머닌 항상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 아니였고.
힘없는 미소를 보아한데 분명히 심각한 말을 하려나 보다..
어머니:엄마 없어도 잘 지낼수 있지....?
순간 내 머릿속은 아주 강력한 충격에 멍해져 버린다.
러브:어머니.짐내려요!
어머니:아냐.괜찮아.
러브:다 좋은데..짐부터 내려요
어머니:괜찮다니깐..
러브:일단!!!!짐부터 내리고 얘기해요!!
어머니:짐 안들고 있었거든?
러브:음..;;
이런 심각한 상황에 어머니가 이런 사소한걸로 따져야 되나 싶었지만..
러브:짐 들고있었잖아요!!!!!
그 애미에 그 새끼다-_-;;
러브:왜 그러시는건데요?
어머니:러브야.
러브:네.
어머니:그냥 묻지말고.아버지랑 같이 지내..
난 어머니의 그런 무관심한듯한 말투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아니,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가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것에 화가났는지도 모른다;
무슨일이 있다하여도 집을 나가는것은 옳지 못한일이다.
러브:전 어떡해요?
어머니:니 나이가 벌써 스물넷이거든?
러브:바,밥은요!!!!!
어머니:밥같은 소리 하고 있네..일로와봐.
어머니는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쌀 씻는 방법과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등등.
설명해주고 계셨다.
나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해질수 있는 어머니를 보니-_-
그녀의 결심은 아주 단단할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쌀을 씻는 방법을 설명해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알수없는 슬픔이 전해져온다.
어머니:길진 않을꺼야..
러브:어머니.
어머니:응?
러브:꼭 가셔야 해요?
어머니:니 같음 이렇게까지 말해놓고 안가겠니?-_-;;
이유가 어쨌던간에 난 어머니의 그런 행동을 인정할수가 없었고.
큰방에 있으면 어머니한테 감히 큰 소릴 칠것 같아..;
물론 5초안에 진압이 되겠지만-_-
그냥 큰방에서 나와버렸다.
그리고 구두를 신고 집에서 내가 먼저 나와버렸다.-_-;;
난 학교에가서 수업을 듣다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하하.걱정마시게~ 너희 애미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러브:아뇨.이번엔 틀려요.
아버지:걱정말라니까.집에 들어가면 분명히 밥차려놓고 드라마 보고 있을것이다.
러브:근데 싸우셨어요..?
아버지:................
아버지는 호언장담하셨다.
하긴 우리 아버진 어머니와 몇 십년을 살아왔던가..
나는 아버지가 도대체 뭘 믿고-_- 그렇게 장담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왠지 모를 안도감에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집에 들어가서 외쳤다..
러브:다녀왔습니다!!!!!!어머니!!!!!!!!
내 머리위로 바퀴벌레 한마리가 떨어지며-_-인사를 받아주고 있었다..
난 설마 하는 생각에 재빨리 큰방 문을 열어 제꼈고.
어머니:오줌이라도 쌌니?-_-
러브:-_-;;
라는 상황이 와야 정상인데..
큰방은 시커먼 TV만이 날 반겨주고 있었다..
과연 그 무엇이 그녀를 집안에서 나가게 만들었는가.....?
내가 자식의 역할을 제대로 했던건가......?
라는 생각에 쌓여 내 방으로 오니 쪽지 한장이 있다.
종이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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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야.책상에 2만원 넣었놨으니까
이 돈으로 겜방가지말고 학교에서 점심 꼭 사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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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밥 굶고 겜방가는걸 어떡게 아셨지?-_-;;따위가 중요한게 아니라..
책상서랍에 들어가 있는 2만원을 보고 있으니.
내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는걸 확인할수 있었다..
차라리 10만원 정도만 됐어도-_-
이렇게 슬프진 않았을껀데.
초라한 만원 짜리 2장이 내 마음을 움찔하게 만든다.
난 아버지가 오면 마구 따질 생각이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어머니가 집까지 나가셔야 했는지.
아버지가 무척이나 원망스럽다.
난 야구방망이를 준비해놓고 아버지를 기다리다가-_-
농담이다;
하여튼 마구 따질 생각으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어둠속에서 우리집 현관쪽으로 누가 기어들어오기 시작한다-_-
물론 그는 아버지였다-_-;;
러브:뭐예요!!!!
아버지:엄마는?
러브:드라마는 개뿔!!!!!!!!
아버지는 그렇게 술에 취한 상황에서도 나의 눈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계셨다..-_-;;
난 의식을 잃은 아버지를 큰방에 눕히고 안쓰러운 마음에..
지갑을 찾기 시작.....
할리가 없잖아!!!
제발 분위기 좀 보고 웃겨라!!이 인간아!!!!
머리속이 온통 혼란 스럽다..
난 부엌에가서 잔뜩 쌓여있는 설것이를 하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젠장.설것이는 하고 가시지!!!!!
라는 생각보단..-_-
설겆이를 하고 있으니 어머니가 방안에서 주무시고 계실때..
싱크대에 잔뜩 쌓여있던 그릇들을 애써 외면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하지만 난 걱정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가정생활을 칼 같이 하시는 분이기에..
분명 내일 당장 돌아올것이다..!!
3일이 지났다-_-;;
계속 나의 눈치를 살피던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아버지:짜,짜장면 시켜 먹을까?-_-
러브:됐어요!!!!!
아버지:짬뽕은?
러브:아버진 지금 먹을게 들어오나 보죠?
아버지:탕수육...?
러브:중국집 전화번호가...
아버지와 나는 짜장면을 시켜서 먹다가..
하나 남은 단무지를 먹기위해 서로 눈이 마주쳐 버렸는데..
아버지와 나는 들고있던 젓가락을 던져버렸다.-_-
서로가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버지에겐 아내였음을...
나에겐 어머니였음을...
우린 모르고 있었다.
집 나가신 어머니를 무작정 원망할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집을 나가셔야 했던 그 절박했던 마음을..
러브:된장국 맛이 왜이래요?
아버지:여보.나 차 사고 났다-_-
러브:지금 컴퓨터 하잖아요.나중에 갈켜드릴께요.
아버지:남편이 이렇게 술을 마셨으면 옷좀 벗겨줘야지!!
러브:제 옷을 뭐하러 샀어요?돈 아깝게!!
아버지:넥타이 이거 싫어.바꿔와
러브:물 또 안끓이셨죠?
아버지:이사람아!!가스렌지 껐어?지금 타는 냄새 나잖아!!
러브:저 공부-_-;해야 되요.큰방가서 주무세요.
아버지:TV소리 시끄러우면 작은 방 가서 자!
결국 거실에서 주무셨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_-
그리고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들이 떠오른다.
"밥 먹었니?"
"또 라면 먹었니?"
"그러게 우산 쓰라고 했지?"
"낼 아버지 생일인거 알지?"
"담배 피지 말랬지!!!"
"컴퓨터만 하지말고 운동 좀 해!"
"아버지도 고생하시잖아.."
"아이구 참.그거 러브 좀 먹게 그만 먹어요!!"
"니 동생한테 편지 좀 쓰라니까!!!!!"
그러고 보면 그녀는 새장에 갇혀있던 천사였던것 같다.
우린 그녀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천사라도 자신이 천사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있을테니까.
집을 오래 비울꺼라 예상되던 어머니는..
며칠 가지않아 돌아오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집에 오시자마자 말씀 하신다.
"러브야!!!드라마..드라마!!!!!"
-_-;;
리모콘을 꽉 쥐고 TV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아버지와 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걸 보니..
그녀는 역시 천사다..
Written by Love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