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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가득한 가을의 서정이여

푸른바다 |2003.09.15 11:53
조회 596 |추천 0

 

그리움으로 가득한 가을의 서정이여



남해안으로 상륙한 태풍도 모진 심술부린 후 동해안 산맥을 가로질러 먼 바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이제 철지난 뭉게구름이 몇 점 빈 하늘에 걸려 있다. 하늘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산자락과 들녘에 소소히핀 들꽃들이 가늘게 하늘거린다. 봄이나 가을과 달리 가을의 운치는 역시 은은함이다. 인공의 냄새 없이 해마다 시냇가에 멋대로 피어나는 코스모스는 보드라운 가을바람에 무리지어 살랑살랑 해맑은 웃음을 웃고 있다.


모진 비바람도 즐겨 산책하는 오솔길은 피해 갔는지 그 오솔길을 따라 따스한 해바라기를 하며 들꽃들은 피어있다. 솔가리며 상수리 낙엽들이 깔린 오솔길의 폭신폭신한 촉감을 느끼며 걷다보면 길 양옆 관목 아래에 핀 갖가지 들꽃들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다. 들꽃이 자라기 힘들다는 응달진 숲 속의 오솔길이라도 이름모를 꽃들이 빛을 잃지 않고 곱게 피어있다.


오솔길이나 들녘에 피어난 꽃들, 이름난 꽃보다 이름 모르는 꽃이 많이도 피어있다. 청초의 순정 가득한 꽃들에 취해 내 자신 꽃이 되다보면 나도 그들의 뽐냄 없는 겸손의 철학을 배운다.  쑥부쟁이 봉우리에서는 나비들이 노닐고, 도라지 꽃술마다에는 꿀벌들이 잉잉댄다. 가을은 눈으로만 오지 않는다. 살며시 눈을 감으면 풀벌레는 잠시도 쉬지 않고 노래하고 있었음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화려함도 요염함도 아름다움은 아니라는 듯 어느 것 하나 자연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소박하고 정겨운 수더분한 멋스러움이 한결 마음을 편하게 한다.


살결에 와 닿는 서늘한 기온은 어김없이 가을이 곁으로 찾아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뒷산의 솔숲이 시원한 모습으로 한 눈 가득 들어온다. 자유로움을 느끼며 자유를 힘껏 마시는 나의 포만감은 이 오솔길 따라 오르며 얕은 산마루 언덕에서  비릿한 세상의 오만 헛것들을 훌훌 털어버림에 있을 것이다. 가을은 결실의 넉넉함을 맛보게 하고 포근한 휴식과 함께 조용한 사색의 짬을 준다.


아, 은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가을의 서정이여, 나는 너의 품에서 자유를 힘껏 마신다.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천상병 ‘들국화’ 전문)


                                                                                    2003, 09, 15

 

                                                                                    푸 른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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