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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저편이 아름다운 이유.........2
내가 자라던 어린시절엔 머리와 몸에 ‘이’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겨울밤이면 할머니는 손녀의 내복을 벗기고
벗은 맨몸 추울까봐 이불로 꼭꼭 둘러서 바람 들어가지 않게
감싸주시고는 호롱불 아래서 이를 잡으시며 옷 솔기마다
이가 까 논 서케를 호롱불에다 그을리면 따닥 딱닥 소리를 내며
호롱불 옆에서 서케를 태우시던 할머니 모습....
낮이면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방에서 할머니 무릎에 손녀 눕혀두고
머리카락 한올 한올 검지 손가락으로 가라마를 타서 넘겨가며
서케를 훑어 내시고 참빗으로 머리를 빗겨가며 ‘이’를 잡아주셨던
모습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이’라는걸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 시절엔 이가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몸에 이가 더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쓰는 지금
여기 저기 괜시리 몸이 근질거려옴은 왜일까요...
할머니는 유난히 막걸리를 좋아하셨지요.
여름이면 손녀를 데리고 밭을 메러 가셨지요.
손녀는 할머니의 몸빼바지 자락을 꼭 붙들고는
언제나 할머니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여름의 길고 긴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할머니는 호미자루 흙을 털어 소쿠리에 넣고
그 소쿠리엔 밭을 매며 잡초속에서 나온 씀바귀나
고들빼기가 한줌 들어 있었지요.
할머니는 끈 달린 둥그런 소쿠리를 어깨에 메고
손녀는 할머니의 넓은 몸빼바지 자락 꼭 부여잡고
비포장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지나 기찻길을 넘어서
넓게 뚫린 신작로를 가로 질러서 조그만 구멍가게에
들어갑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곳이 집까지 가는곳의 절반인 듯이
느껴집니다.
밭일을 마치신 할머니는 막걸리 한사발을 사서는 쭈욱
들이키시며 여름 한낮의 타는듯한 목을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로 축이시고...
손녀에겐 언제나 그랬듯이 비닐 껍질도 쌓여있지 않고
알맹이만 파는 눈깔사탕 몇 개를
종이 봉지속에 사서 담아줍니다.
그때는 그 눈깔사탕이 왜그리 컸는지...
입에 들어가면 이쪽 볼에서 저쪽 볼로 옮겨지지가 않을만큼
사탕 한개가 입안을 꽉 채웠지요.
다시 반대쪽 볼로 눈깔사탕을 옮기려면 기어이 손으로 빼서는
반대쪽 볼로 밀어 넣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고 가게문을 나온
할머니는 긴 여름날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긴 한숨도 지어가며
구슬픈 노랫가락 부르시며
손녀의 손을 꼭 부여잡고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지요..
할머니한테는 아들이 셋 있었습니다.
손녀의 아버지는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었지요.
큰아들과 막내 아들은 살기가 어려웠는지... 빚이 있었는지...
할머니와 손녀가 살고 있는 집을
아무런 말도 없이 팔았습니다.
그때가 소녀 나이 아홉살...
할머니와 손녀가 살던집은
넓은 앞마당도 있었고..
뒷마당엔 우물도 있었고..
넓은 앞마당엔 한켠으로 작은 텃밭이 있었고..
해마다 그곳에선 봄이 되면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노란 황매화...그리고 황매화와 닮은 햐얗고 탐스러운 이름모를 꽃...
할머니는 꽃을 유난히 좋아해서
봄이되면 봉숭아,해바라기,맨드라미,키가 컸던 나리꽃...
그리고 밭의 가장자리엔 키 작은 채송화를 빙 둘러 심으셨었지요.
그 집은 ......
할머니의 꿈과 할머니의 모든 것 이었던 집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린 손녀의 모든게 묻어있는 집을 비워주고
바로 앞에 작은 오두막집으로 이사를 했지요.
달랑 방하나에 부엌하나 있는집..
울타리도 없는집..
우물도 없는집..
할머니는 바로 뒤에 예전에 살던 우리집이 있었지만
그 집에서는 물을 길어다 드시지 않았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셨겠지요.
할머니는 남한테 절대 아쉬운 소리 안하시는 자존심이 강하신
대쪽같으신 분이라서 사시던 그 집으로 물을 길러 간다는게
자존심이 허락을 안했던 것이었나 봅니다.
살아가면서 제 성격이 절 키워주신 할머니의 성격을 쏙 빼어
닮았다는걸 느끼겠더군요.
누구 보다도 자존심이 강하고 남한테 절대 손내밀지 않고
남에게 피해 안주며 대쪽같은 성격이 할머니를 닮았다는걸...
낳아주신 부모를 닮는게 아니고 한집안에서 같이 살 부딪히며
키워주신 분의 성격을 닮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더 자주 술을 드시고...한숨을 자주 내쉬고...어린 손녀를 보며
자주 눈물을 흘리셨지요...
동네잔치가 있는 날이면 할머니는 잔칫집에서
술을 많이 드셨지요...
잔치가 있는날 아침이면
손녀는 할머니가 걱정스러워 학교를 가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할메~~할메~~오늘 술 마시지마세요 ...예? 약속해~~꼭~~
하며 할머니와 손가락을 걸면서도 마음이 안 놓여
몇 번을 할머니께 당부하고 당부를 합니다..
할머니는 그런 손녀에게 그러마...마시지 않을테니
어여 학교 가그라....하시며 등을 토닥거리셨지요..
하지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는 할머니는 안계시고..
손녀는 걱정스런 마음에 할머니를 찾으러 잔칫집을 들어갑니다.
북적대는 많은 사람들 속에 할머니가 보입니다.
할머니는 너무나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듭니다.
손녀는 그런 할머니를 부축하며 할머니~~ 할머니~~
정신 좀 차리세요~~하고 울먹거리며 할머니의 팔을
부축하고는 힘없는 손녀는 할머니가 움직이는 대로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하지요..
그러다가 개울위에 있는 삽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할머니는 그 삽다리 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넘어지시고 다리위가 안방인 듯 눈을 감고 자꾸만 주무십니다.
손녀는 그런 할머니를 앞에 두고 혹시나 할머니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눈물과 땀이 뒤범벅이 되어
할메~~할메~~부르며 할머니를 마구 흔들어 깨웠지요.
소나무와 여러 나무들을 석어서 그 위에 흙을 얹은
삽다리는 낡아서 군데 군데 다리 하나가 푹 빠질만큼 뚫어져있지요.
손녀의 울음에 간신히 일어난 할머니가 발을 헛 디딜까봐
그 작은 온몸으로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할머니를 지탱을 하며 건너온 그 다리가
손녀의 기억속엔 세상에서 제일 길고 긴 다리였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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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사는 동안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건만
그 많은 일들을 차곡 차곡 간추린다는게 쉽지가 않네요..
쓰면 쓸수록 새록새록 다시 생각나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운 많은 기억들이 ...
온몸을 움추리게 하는 추위를 느끼는 아침이건만
제 마음속을 따뜻하게 데워줌을 느끼는 하루가 될 듯 싶습니다.... 들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