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다 자는 새벽녘에 궁도장(弓道場)에서는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과녁에 꽂히는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있었다.
문덕은 활시위를 당기며 잠시 눈을 감고 심호홉을 했다. 벌써 십여차례의 화살을 쏘았다.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활을 쏘았지만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고구려의 수명이 거의 다 됐으니 이제 역사에서 사라질 때가 다가왔다는 신송개 선사의 음성이 다시 귓전에 들려오는 듯 했다.
문덕이 눈을 뜨고 시위를 놓으려는 순간,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문덕의 시야에 화살이 과녁에 박혀 부르르 떠는 모습이 잡혔다. 문덕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려. 머나먼 속말말갈(粟末靺鞨) 땅에서 언제 평양에 오셨소?"
문덕의 뒤에서 활을 쏜 사람은 말갈족장(靺鞨族長) 아소친(牙素親)의 딸인 아예신(牙譽申)이었다.
"정말 당신은 특이한 사람이군요. 남들 다 자는 시각에 혼자서 궁술(弓述)을 연마하고 있다니..."
아예신은 경장 차림에 송궁(松弓) 한 자루를 들고 문덕에게 다가왔다.
"이제 몸은 괜찮은 건가요?"
"백두산에서 오랫동안 운기조식을 한 탓에 쇠퇴한 기력을 회복하였소."
"정말 조의선인(皁衣仙人)이라는 집단은 신기하고 대단한 것 같아요. 깊은 도력으로 자연적 현상까지 제멋대로 조절할 수 있다니..."
"조의들 모두가 도력이 깊은 것은 아니오. 엄청난 수련과 고난을 거쳐야만이 비로소 세상 모든 것이 보이고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것이지."
"어쨌든 저는 몇년전 당신이 장산군도 앞바다에 폭풍우를 불게 하여 수나라의 대선단을 일거에 뒤집어 놓은 그 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 정도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지요?"
"소저도 봤지 않았소? 그것 때문에 내 몸이 깊은 타격을 받은 것을... 인간의 몸으로 천기를 희롱한 죄로 나는 오랫동안 고생을 했소."
"하지만 지금은 다시 멀쩡해졌잖아요...?"
아예신의 멋도 모르는 철없는 소리에 문덕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도력이 깊은 자라고 해도 함부토 천기를 넘보면 수명이 단축되게 되오."
문덕의 말에 아예신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럼 당신이 백두산에 갔던 것이....."
"그렇소. 단축된 내 수명을 조금이나마 연장시키기 위해 선사님이 주신 단약을 먹고 기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운동을 했던 것이지요."
아예신은 자신이 큰 실언(失言)을 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며칠을 더 살 수 있는 건가요?"
"뭐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지을 일은 아니오. 당장 내 숨이 꺼지는 날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아마 오십줄은 넘기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소."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천기를 움직이는 도력을 발휘했던 건가요?"
"나는 고구려를 지키기 위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사람이오. 그 사명을 완수하면 이 세상에서의 내 삶은 끝나는 것이지요."
"어떻게 그런....."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나면 언젠가는 한번쯤 죽게 되어있소. 다만 천수를 누리고 죽느냐, 남들보다 더 빨리 죽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하지만 짧은 생애를 산다고 해도 후세에 그 이름이 길이 전해져 영원히 기억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비록 몸이 죽는다 하여도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오."
자신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을 말하는 것인데도 문덕의 표정은 덤덤했다. 아예신은 그런 문덕의 모습이 더욱 가엾게 느껴졌다.
"참, 말갈족장 아소친 공은 잘 계시지요?"
"아버님께서는 늘 한결 같으시지요. 지난번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말갈족이 고구려를 도와 싸웠으니 언젠가는 수나라가 군사를 보내 보복할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 이에 대비해 매일 장정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계세요."
"지난번 전쟁에서 말갈족의 참전은 우리 고구려에게 큰 힘이 되었소. 말갈족이 협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고구려의 승리는 없었을 것이오. 그런 점에서 아소친 족장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소. 이런 내 뜻을 부친께 꼭 전해주시오."
"우리가 을지 공에게 진 빚이 있었으니 그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세요. 아버지는 다시 수나라가 요동을 침입한다면 역시 고구려를 돕겠다고 뜻을 굳히셨으니까요."
"참으로 고마운 일이오."
문덕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아예신을 응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짧으면 칠년 길어야 십년 정도요. 내가 사는 날 말이오. 소저가 나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소. 그러나 나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되면 소저의 마음에 큰 상처가 생길 것이오."
아예신은 문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당신이 누구보다 자신의 조국인 고구려를 걱정하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을 이해하고요.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아이를 출산하면 당신의 뜻을 이어서 고구려의 기둥으로 키우고 싶어요. 그것이 저의 소망이에요."
문덕의 두 팔이 조용히 아예신의 교구를 감싸안았다. 여인의 체취와 온기가 사내의 몸에 가득히 전해진다.
두 남녀의 입술이 서로 포개어졌다. 두개의 혀가 날카로운 창끝처럼 상대방의 입속으로 침투하여 이빨이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서로 만나 포옹한다. 뜨겁고 긴 입맞춤을 하는 동안에 어느새 여인의 손길이 사내의 사타구니로 향했다. 문덕은 아예신을 끌어안은 채 달빛이 비추는 궁도장의 바닥 위에 드러누웠다.
아예신은 문덕의 바지춤을 풀고 하의를 아래로 잡아내렸다. 문덕이 엉덩이를 살짝 들어 그녀가 자신의 하의를 벗기는 것을 거들었다. 삽시에 여인의 섬섬옥수(纖纖玉手)에 의해 문덕의 하의가 벗겨지며 그의 늠연한 남근(男根)이 불끈 드러났다.
아예신은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두 손으로 소중하게 문덕의 남근을 감싸쥐었다. 지극히 예민한 남자의 상징에 명주고름같이 보드라운 여인의 손길이 닿자 문덕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으음..."
여인의 손길이 남자의 상징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음경(陰莖)이 딱딱해지기 시작하면서 허공을 찌를 듯 당당하게 곤두섰다. 아예신이 문덕의 하체에 얼굴을 묻자 문덕은 숨막히는 듯한 엄청난 충격에 몸서리쳤다. 등줄기로 벼락과도 같은 세찬 전율이 훑고 지나갔다. 그녀가 교묘하게 입술과 혀를 움직이자 문덕은 전신이 아찔해지는 강렬한 자극을 느끼고 연신 신음을 흘렸다.
아예신은 문덕의 하체에서 얼굴을 떼며 자신의 의복을 모두 벗어버렸다. 전라(全裸)의 모습으로 화한 그녀는 문덕의 가슴 양쪽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다리를 활짝 벌렸다. 아예신의 대담한 치태에 문덕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낭자....."
오랫동안 초원에서 말을 달리며 무예(武藝)와 함께 생활하던 유목민 여성답게 아예신의 피부는 약간 까맣고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너무도 큼직하지만 조금도 처지지 않은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는 한 쌍의 유방(乳房)과 개미처럼 가는 세루요(笹陋腰), 기름진 복부(腹部)와 유난히 길고 늘씬한 허벅지는 아찔한 유혹을 발산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그녀의 사타구니에 아주 도독하게 살찐 둔덕은 모든 사내들의 성욕(性慾)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예신은 봉목(鳳目) 가득히 뜨거운 욕정의 빛을 발하면서 한껏 팽창된 문덕의 실체를 오른손으로 움켜쥐고는 왼손으로 자신의 비역을 확보하더니 그 입구에 남근의 끝을 잇대었다.
"허억!"
순간 문덕은 전율하며 뜨거운 숨을 삼켰다. 자신의 가장 예민한 부분에 느껴지는 더할 수 없이 보드라운 점막의 감촉은 절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리게 만든다.
아예신이 천천히 둔부(臀部)를 내리눌렀다. 그와 함께 문덕의 입에서는 절로 뜨거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달덩이 같은 아예신의 둔부가 깊숙이 내리 눌려짐에 따라 문덕의 실체도 그 깊은 곳으로 모습을 감추어갔다. 더할 수 없이 촉촉하고 보드라운 동굴이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그 전율적인 감촉은 형언할 수 없는 쾌감으로 엄습해온다.
아예신의 입에서도 짐승의 울음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일거에 둔부를 문덕의 하체에 완전히 밀착시켰다. 순간 두 남녀의 입에서 숨막히는 듯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덕의 실체는 깊고 끈끈한 늪 속으로 완전히 함몰되었다.
그 순간의 기분을 무어라 형언해야 좋을 것인가? 마치 수만 마리의 연체동물이 휘감는 듯한 느낌, 숨막히도록 꼭꼭 죄어드는 그 감촉에 문덕은 거의 반실신하고 말았다.
아예신은 쾌감에 정신이 혼미해진 문덕의 몸 위에서 뜨겁게 숨을 헐떡이며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큼직한 그녀의 젖가슴이 율동에 따라 물결치듯 위 아래로 출렁거렸다.
삽시에 궁도장(弓道場)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때아닌 열풍(熱風)이 궁도장을 온통 숨막힐 듯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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