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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 우리는 태국 순례자? (방콕, 차오프라야, 왓포, 왓아룬)

쾌락여행마... |2011.01.24 17:43
조회 738 |추천 0

 

    순례자 巡禮者 :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 순례: 종교적 의미가 있는 것을 찾아가며 참배하는 여행 종교 宗教 : 무한, 절대의 초인간적인 신을 숭배하고 신성히 여김 / 마루 종+가르칠 교 ; 으뜸되는 가르침      가끔 우리가 삶의 기준이 될 가치를 찾아 헤맬 때 인생의 비밀들을 하나 둘 배워가면서 생의 배신과 폭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될 때 문득, 사람들의 여행이 순례를 닮고 여행자의 얼굴은 순례자를 닮는 것은 아닐까?    먼지 끼고 삭막한 종교의 기원을 찾아 고난을 끌어안고 있지 못해도 넓은 의미로 여행의 어떤 시간에 우리는 간혹 순례자가 아닐까?    나는 가끔 내가 신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착각을 할 때도 있다.  

 

  조금 늦게 숙소를 나와 방콕을 좌우로 나누며 흐르는 차오프라야 강이나 차오프라야에 비해 턱없이 좁지만 훨씬 방콕의 속살에 근접한 썬셉운하를 따라 배를 타면, 물 줄기 옆으로 들어선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일품이지만, 이 물을 따라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 여행자들의 단아한 눈매와 고요한 입, 굳고 탄탄한 등을 보는 것도 그 못지 않게 보람된 일이다.   사람들은 절의 지붕과 빼곡하게 들어선 가난한 태국인의 빨래, 하늘 중턱까지 솟은 높고 번쩍번쩍하는 빌딩을 가늠하며 저마다 다른 삶의 비밀을 찾고 배운다. 진지한 표정들. 성서를 필사하는 것처럼 눈으로, 카메라로 삶의 비밀을 베껴적는다.  나는 꼭 그럴때의 저들 얼굴과 표정이 좋다. 조금 외롭고 조금 조심스럽고 약간 소심하며 사려깊은 얼굴.    

 

  나중에 다시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태국은 상좌부 불교의 나라다. 도처에 많은 절이 있고, 그에 못지 않은 많은 승려가 있다. 새로 알게된 태국친구(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가 태국의 승려들과 절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귀뜸해주기도 했지만 방콕을 여행하며 왓아룬, 왓포와 같은 유서깊은 사찰 구경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가만히 가만히 걷는다. 정숙하고 고요하게. 되도록이면 낮은 신발을 신고, 불상을 향해 함부로 발을 뻗지 않으며, 짧은 치마를 입은 이는 다리를 가리고 민소매를 입은 이는 어깨를 감춘다. 나는, 쓸데없는 정숙이나 금기 따위는 개나 줘버려, 같은 주의지만 신 앞에서 낮아지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유럽의 많은 성당들에서 천천히 입을 닫고 되도록이면 느리고 차분하게 촛불을 켜는 것처럼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누구를 믿는지와 상관없이 가만히 가만히 신과 삶의 원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시간. 무릎을 꿇고 등을 구부린 뒷모습 아래에 거기에도 순례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생긴다.  

 

  무엇을 더 찾으면 더 이상 찾을 게 없어지는 걸까? 뭐를 얼마나 많이 알아야 더 이상 턱까지 숨이 막히는 갑갑한 질문들은 떠오르지 않게 될까? 하기사, 그걸 쥐똥만큼이라도 알았더라면 여기서 어설픈 순례자 흉내를 내는 일이야 없었을테지.   어찌보면 살짝 비웃는 듯도 하고 웃지 않는 듯도 하고, 조금 모자란 듯도 하고 어딘지 음흉한 것도 같은 불상 얼굴 위에 미소; 마음이 많이 심란하던 때 한참 울고 불상의 저 미소를 보면 그래, 그만큼 울었으면 됐다, 그만하면 된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제 집에가서 뭐 좀 요기라도 해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많았다.   불상을 오래 쳐다보고 있는 저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통해 신을 만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십자가라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 꼭 탑을 닮은 저 콧날을 보면, 가끔 여행자는 순례자가 된다는 걸 믿지 않을래야 믿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만히 누군가 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여행의 통증이나 결핍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기를. 두 손을 모으고 아주 가끔은 삶의 궁극에 닿기를 바라며 길을 떠나길.     Bangkok   당신과 나의 더 많은 이야기, www.ky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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