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3시즈음이었다.
한창 바쁜 금요일 오후,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여진이 느껴졌다.
드문일은 아니지만 불과 며칠전에도 여진이 있었고
상하로 흔들리는 지진은 위험하기 때문에 진동이 조금씩 커지자 이번껀 틀리다!!
.....설마설마 싶었다.
사무실은 16층..
흔들림은 점점 심해지고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 친구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잊을만하면 찾아와 둔감한 내가 두번에 한번은 눈치 채기도 전에
살짝 떠보고 가는 여진과는 달리 이번 지진은 그 파통도
시간도 길었다
일본인 언니가 이런지진은 자기도 첨이라며 책상밑으로
들어갔다.
"전등등의 낙하물에 상처를 입을수도 있다."
안전불감증이 부르는 부끄러움같은건 일본온뒤 나이먹으면서 없어졌다.
언니를 따라 각자 책상밑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액자가 떨어지고
프린터기 PC가 차례차례 쓰러졌다.
불과 몇분만에 사무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랍이 열렸다닫혔다 열렸다닫혔다...
책상밑의 그 좁은 공간에서도 몸을 못가눌 정도의 파동에
이대로 죽을수도 있겠구나..실감이 났다.
남편 생각이 나 손을 뻗어 책상위의 핸드폰을 집었다.
안테나는 빵빵한데 전화가 안걸린다.
여보 라고 두글자를 찍었다.
문자가 내쪽에선 간걸로 나오는데 답장이 오질 않는다...
불과 몇분이었을거다.
그 상태로 움크리고 있는데 지진이 조금 가라앉은 틈을 타
팀장의 대피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파티션 넘어 팀원들은 진작에 대피한듯,
뒤처진 몇명과 그와중에 외투와 가방을 챙겨서
비상계단으로 서둘렸다
-해야할 일이 밀렸는데,도중에 나왔따 어떻하냐...
-금요일은 캐주얼 데이라 편한 신발이라 정말 다행이다.
-일본와서 이렇게 심한 지진은 처음이다.
-일본에서 평생 살았지만 동경은 큰지진이 없어 이렇게 심한건 자기도 첨이다
같은 부서 언니와 서로 움켜잡고 흔들리는 계단을
멀미하면서 내려왔다.
건물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높은 건물이 밀집된 지역이라 어디로도 못가고 그저 웅성웅성 모여있을 뿐이다.
땅을 밟으니 안심이 됐는지 어린친구가 눈물을 보이고
한 과장님은 미처 외투를 챙기지 못한 여직원에게 자기 옷을 내주고
한손에 여권을 쥔채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다들 가족과 지인의 안부를 묻고자 터지지않는 휴대폰을 눌러댔다.
남편은 답이 없다.
나랑 비슷한 상황에, 좀 놀랬겠지만
무사할거란 확신은 있었다..
그와중에도 여진이 몇차례,
눈앞의 가로등, 고층빌딩이 대충 봐도 알 정도로 크게도 흔들렸다.
우리 건물도 저렇게 흔들렸다고 한다.
이렇다할 대책도 없이 건물 주위에서 회사사람들이 모여 있기를 수십분
지진이 어느정도 가라앉고,
본부장님이 남자사원들을 모아 상황을 살피러 사무실로 올라갔다.
여직원들이 남아 불안한 마음에 근처를 배회하다
그제서야 어느가게에 설치된 티비로 뉴스속보를 봤다.
센다이에서 일어난 8.8규모의 강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방금의 흔들림이 동경에선 규모4
센다이는....
등골이 오싹 했다.
사무실과 연락이 되어 이대로 돌아가도 좋다는 소리에
월요일날 살아서 보자고 인사를 하고
동료 3명과 여자 넷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집에가는 전철이 운행을 중지했기때문..
강풍만 불어도 운행을 중지하는 신중한 일본의 전철은
이 지진을 어떻게 예측하고 판단하여 언제 재개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애초에 자리를 잡았다.
그사이에 남편과 연락이 닿았고
가게 콘센트를 빌려 핸드폰을 충전 하면서
걱정 하고 있을 한국가족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한국가족은 센다이가 어딘지 동경이 어딘지 8.8규모가 우리 사무실인지
저위에 어딘지 모른다.
전화가 안터진다.
카카오톡으로 친구동생에게 부탁해 어머니와 엄마한테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엄마는 한방에 알겠다하고, 어머니는 예상대로 대걱정을 하고 계셨다.
동생친구의 핸펀번호를 받아 우리 부부의 안부를 실시간으로 알려달라 하셨다고 했다.
엄마는 백프로 아직 뉴스를 안봤다.
친구동생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고 전하고,
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동안
카페 테라스의 미국애들은 건배를 나눴다.
그것도 잠시 카페가 예정시간 보다 일찍 클로즈를 하는 바람에
다음 장소를 찾아야 했다
남편은 싫어했지만 걸어서 이리 오라고 한 상황이다.
만만한게 커피숍이라 두잔째 커피를 마시기 위해 다음 카페로 이동을 했다
그전에 초토화 일보직전의 편의점에서 칼로리바란스등 보존식을 사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으로 걱정하는 친구들과 안부를 나눴다.
핸드폰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혼자였음 어쩔뻔 했을까....
캐주얼 데이여서 다행이다.
핸드폰 충전기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카카오톡 주가 좀 올라가겠다
불안한 마음과 함깨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를 걱정하는 친구들과
불안해 하는 같은 처지의 친구를 걱정하는 동안
진정이 되어갔다.
남편이 직장친구와 2/3쯤 걸어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남편이 도착할려면 아직 30분은 남았는데 또 카페가
일찍 클로즈를 한다고 나가달란다.
점원들도 대피해서 가족들과 함께해야지..
화장실을 들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전철은 운행 개시를 안했고,
도심한가운데 학교도 없어 오늘밤 잘데도 없다.
걸어서 집에 간다면 내일모레 도착할 판이다.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다 들어갈만한 가게도 없고
근처 교회를 검색해 보았다.
피난할 만한곳이 있을 것이다.
지도를 따라 가까운 교회로 가던 중
단골음식점이 영업을 하고있길래
일단 밥이라고 먹고 교회든 절이든 가야겠다 싶어
자리를 잡았다
음식이 나오고 남편이 근방에 왔다하여 데리러 나갔다
와보니 육개장국밥은 죽이 되어있었지만
전철이 운행을 개시 했다고 한다.
밤 10시반
남편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치고
미어터지는 전철에 올랐다.
혼자 사는 회사언니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와
오늘밤 여진대피경보발령에 대비해 피난꾸러미를 쌌따.
여권과 통장 반지 목걸이등 최소한의 금품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바닥에 잠든 남편과 침대에 뉘인
언니 사이에 누웠따.
지진 정보를 위해 티비를 켜두었다.
여진이 계속 된다..
그떄마다 귀신같이 티비에 정보가 뜬다.
잠들어 버림 모를텐데......
너무 피곤한데 잔 부딪히는 소리, 전등이 흔들릴떄마다
정신이 말짱해진다...
뭐라도 해야했다.
타다타닥 티비조명과 모니터 불빛으로 타자를 치는 동안에
3시간여가 지나고 그사이 여진이 몇번을 왔을까....
남편이 자다깨다를 반복한다.
지진이 날밝았다고 안오는것도 아니고
사정 봐주는것도 아닌데 이번 주말은 어떻게 지나갈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