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물셋 남자 서울지앵이예요:)
급작스런 결심과 짬짬준비로 유럽 2주여행 중입니다.
이제 곧 몇시간 뒤면 마침내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라요.
하루에 하나씩 밀린 후기를 쓰고나면 아쉬워서 원...
뒤를 이어서 서울적응기라도 써야할까봐요.
오늘의 이야기는 6월 23일의 여정입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위에 '이어지는 글'을 순서대로 읽고오시면 좋을거예요.
자, 그럼 손 꼭 잡고 잘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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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일패스를 포함해서 예약된 철도티켓을 모두 분실했기 때문에본래 계획했던 일정을 맞춰가기가 힘들어. 원하는 시간에 이동수단이 항상 있는게 아니고,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거든.
유로스타 예약문제로 런던에서 계획보다 하루를 더 있었고, 그 결과 파리에서의 세 번째날인 오늘 피렌체로 떠나야 해.
그런데 나 티켓을 못 구했어. 아쉽지만 피렌체는 접고 바로 로마로 향하기로 얼른 마음을 정하고 6월 24일 저녁에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예약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주 특별한 곳에 갈꺼야.
늦게 일어난 나를 위해 따로 아침을 차려주신 우리 이모님.
감사해요. 덕분에 오늘 잘 돌아다닐 수 있겠어요!
후다닥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어.
샌드위치와 음료를 좀 사려고 역앞에 있는 마트에 들렀는데,
내 눈에 띈 KUNG-FU.
저걸 사진 않았어. 맛없어 보이잖아.
여정을 나서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늘도 지하철을 타.
도착한 곳은 튈리르(Tuileries)정원. 여기가 그 특별한 곳은 아냐.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런던아이의 동생뻘쯤 되는 친구가 있네.
안 돼! 거기만은!
이 곳이 오늘 내가 갈 특별한 곳. 의 일각.
조금 더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카루젤 개선문(Arc de Triomphe du Carrousel).
흔히들 알고있는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과 라데팡스에 위치한 신개선문의 조상쯤 돼. 이 세 '문'은 서로 먼 거리를 두고 일직선 상에 있지. 기억해 둬.
그리고, 드디어, 내가 말한 그 특별한 곳이 어디냐면,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
소장 작품 약 30,000여 점.
연중 관람객 약 9,000,000여 명.
오늘도 줄이 어마어마하구만.
티켓을 끊고나서 내부지도를 찾으러 왔어.
세종대왕님이 만들어주신 자랑스러운 한글이 요기있네.
반갑다 한글!
불어에 위축돼 있던 자신감이 충전됐어. 가자!
이게 바로 그,
밀로의 비너스상.
루브르박물관은 상설전시품의 경우에 사진촬영이 가능해.
사진촬영을 허용하는 박물관의 장점은, 당연하겠지만 작품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고 공유하기에 용의하다는 것. 반면에 내가 관람하면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박물관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컬렉션을 위한 피사체로 전락해서, 작품의 본질을 느끼려 애쓰기보다 렌즈에 얼마나 더 잘 담아내는가가 주가 되어버릴 수가 있다는 것.
고백합니다. 나는 솔직히 모나리자를 제외하곤 나의 컬렉션에 두는 비중이 더 컸던 것 같아.
방문 목적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관람할지 미리 머릿속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두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꺼야.
사장님 나이스샷.
전쟁의 여신 아테나. 레드카펫을 방불케하는 의상과 자세. 아주 좋아.
아프리카관에 전시된 개구리 육남매.
우리 옥희는 어디있나.
세계사 책 속에서만 보던 이집트의 파피루스야.
생각보다 글씨 쓸 맛이 나게 생겼던 걸.
중학교 수준의 시험에서 단답식 답으로 한 번씩은 써보지 않았을까.
작품 앞에 있는 숫자는 귀에 꼽는 오디오가이드용 표시야.
숫자를 입력하면 해당하는 작품의 해설이 나오는 식이지.
난 항상 반려동물로 원숭이를 키워보고 싶었어.
오. 이것은 그 유명한 스핑크스. 아가버젼이네.
범지구적으로 유명한 수수깨끼를 냈지.
"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로 걷는 동물이 뭐~게."
람세스 2세의 좌상.
유명한 조각인 것 같은데 발길이 뜸하네.
외로워보여서 내가 잠시 말동무를 해줬어.
소설 타나토노트가 떠오르는 벽화.
베르베르가 그 책을 구상할 때 많은 부분 신화를 참고했지.
아주머니, 위아래보다 뱃살이 더 걱정이신가봐요.
아고 귀엽다. 깨알같다.
무덤의 저주로 유명한 투탕카멘.
어? 나도 안녕.
에로스와 천사들.
사모트라케의 니케상.
이건 뭐 돌덩이인지 조각인지. 내 감수성이 좀 모자란가봐.
루이스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 대관식.
저 그림 엄청나게 커.
유명작품 앞에는 항상 인파 아닌 인파가.
그리고 루브르의 화룡정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 일부러 땅만 보고 걸었어.
그림에 가까워질수록 자꾸 웃음이 나는거야. 고백하러 가는 발걸음처럼 두근두근.
그대는 모나리자. 아 내 눈앞의 그대가 그 모나리자군요.
눈썹없는 그대의 인기는 왜 이리 좋은거야.
내 이 두 손가락으로 그대 양눈썹을 만들어드리리. 휙.
한 잔 거하게 걸친 디오니소스.
이것도 세계사 교과서 단골 손님.
함무라비 법전.
그림문자의 한 종류인 설형문자가 새겨져 있어.
야무지게 잘 새겼네.
어느덧 시간은 여섯시.
나가야 할 때야. 박물관이 하도 커서 출구를 찾는 것도 힘들어.
이제 루브르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앵발리드(Invalides)로 가볼까.
내가 들린다는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났는지
멀리까지 마중나온 사자들.
파리의 솜털구름과 앵발리드.
신호등을 왼쪽으로 건넜다, 오른쪽으로 건넜다...
아주 쌩난리를 피우면서 점점 다가가고 있어.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걷는데 불편해.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삼색기.
앵발리드는 군사박물관이야. 하지만 지금은 전시를 하지 않는 것 같았어. 관람시간이 지나 닫은 것치고는 너무 황폐했거든.
저것은 나폴레옹.
덩치와 다르게 귀여운 포를 가졌더라. 뿅뿅. 하고 쏠 것 같아.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글씨가 참 예쁘지?
2층에 올라가서도 한 장 찍어보고.
반전을 노려봤지만 여기 그냥 그랬어. 다리만 아팠어 엉엉.
그 다음 찾아갈 곳은 1호선의 종점 라데팡스(La Defense).
이 곳은 신개선문이라고 불리우는 그랑드아르슈(Grande Arche)가 위치한 곳이야.
이 거대한 게 바로 그랑드아르슈. 이름이 참 고급스럽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구개선문의 두 배 크기라고.
계획되어 개발된 지역이라 각 건물들도 예쁘지만 크게 봐도 조화로와.
자, 신기한 걸 보여줄게.
zoom1.
zoom2.
zoom3.
저기 보이는 게 구개선문이야.
카루젤개선문과 구개선문, 그리고 신개선문이 일직선 상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지? 여기서 더 당길 수 있는 성능의 렌즈와 카메라가 있다면 루브르박물관 앞에 있는 카루젤개선문을 볼 수도 있을꺼야.
오늘 볼 거 다 봤다!
나의 지친 몸은 다시 파리의 지하철 안으로. 철거덕철거덕.
숙소로 돌아오니,
와인과.
삼겹살이. 이런 게 행복인가봐.
그렇게 나의 하루가 맛있게 익었습니다.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