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물셋 서울지앵 남자입니다.
급작스런 결심과, 느적느적한 준비로 2주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왔어요.
6월 17일부터 7월 1일까지의 여행기간 중
오늘은 6월 24일의 우울한 기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의 공백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한 장도 없는 어두운 날이지만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느정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적어봐요.
처음보시는 분들은 윗편의 '이어지는 글'들을 차례로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오늘은, 손 안 잡고 팔짱끼고 따라오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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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결국 이탈리아가 일정에서 빠져버렸어.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감안하고 로마에서 단 하루를 있더라도 갈 생각이였는데 바르셀로나로 넘어오는 이동수단이 걸려.
본래 그리말디페리(Grimaldi Ferrie)를 타고 로마에서 바르셀로나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예약을 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어. 혹여나 로마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게되면 겉잡을 수 없이 꼬여버리는 스페인에서의 일정.
그렇게 고민 끝에,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기차를 예약하기로 했어.
무진장 길었던 줄을 서서 겨우 표를 끊었더니 하루가 다 갔네.
그런데 22.5유로라니. 왜 이렇게 싸지.
뭐, 환승해서 싼가보지.
이건 낙서가 좀 심하더라.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한국 기차역에 저런 낙서가 있다면 난 창피해서 민원넣을꺼야.
눈살 찌풀.
오늘은 몽셍미셸(Mont Saint Michel)을 좀 돌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기차예약을 하고나니 시간이 없어.
왠지 모를 안도감에 의욕도 없는 날.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니까 뭐라도 좀 해야할텐데.
결국, 티켓을 끊은 가르 드 리옹에서 바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가서 짐정리도 하고 일찍 쉬어야지. 스페인을 위해.
그게 낫겠다.
오늘 카메라를 잡은 내 손에 힘이 없어.
런던에서부터 계속 마주치는 옵티머스 프라임. 한국에 가면 꼭 3D로 만나러 갈께.
파리의 지하철 내부.
이렇게 의자가 지하철 진행방향의 앞뒤를 보고있는 것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승객들이 마주보게되는 것도 있어. 두 가지가 한 칸에 함께 있는 혼합형도 있더라.
파리가 이런 하늘을 보여줄 때도 있구나.
멍하니 육교 위에 서서 한참을 보고있었어.
그랬더니,
잠시 후에 우울한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는거 있지.
그리고 조금 더 있으니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숙소로 돌아가서, 케리어를 열어 옷가지와 다른 물건들을 정리했어.
괜히 뭔가 아쉬운 마음에 지갑을 뒤져 유로화도 늘어놔보고.
지금까지 사용한 까르네(Carnet: 지하철 1회 이용권 10매 묶음)도 늘어놔보고.
여행을 하다보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치는 날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 나같은 경우는 꼬여버린 일정에 대한 스트레스에, 이탈리아를 포기한 상실감에, 파리에 대한 아쉬움에. 그리고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결국 오늘은 티켓팅이 하루일과의 전부가 돼버렸네.
어둠이 내리고 같은 민박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게 됐어. 그러던 중, 한 여성분이 예약한 '프랑스 파리-스위스 인터라켄' 구간 기차가 100유로라고?
거리 상으로 봤을 땐 바르셀로나가 훨씬 먼데 내 기차는 왜 22.5유로 밖에 안 하는거야?
아무래도 기차예약 직원에게 '유레일패스 기차시간표'를 보여주며 예약을 요쳥한 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나봐. 내가 런던에서 분실했던 유레일패스가 있다고 가정하고 예약금만 받은거야!
이로써, 내일 바르셀로나행 기차는 물거품.
내 22.5유로도 날아가고, 내일 가서 또 기차예약을 해야하고...
꼬이고 꼬이는구나. 내일은 좀 생산적인 일들을 해야할텐데.
여정은 없고, 꼬임만 있는 공백의 날 6월 24일은 그렇게 저물었어.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