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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10>

할로 |2011.07.25 10:46
조회 19,538 |추천 33

+그.아.이+ THEME ZONE # 1 - 동제단편 "새학기"

 

『 먹고 죽자』

 

 

 

 








아주 어릴적 막내 이모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식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쓰러져 기절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너무 어렸을 때라 그런지 그것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쓰러진 내 손에는 물인줄 알고 들이켰던 술잔이 들려있었다고 했다.
어른들은 어린 내가 술을 마시고는 기절했다고 다들 말했지만,
.. 지금 생각하면 그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두번째로 술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나는 꽤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도 술이라는 것은 성인이 되어야만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리고 주도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실때도 어른과 함께 마시는 것이라 배웠지만,

같은 반 친구녀석들은 캔 맥주 몇개에 왠 주도냐며 나를 닥달했다.
결국 나는 친구녀석들과 함께 그날 맥주 캔을 하나씩 들고 마셨다.
처음 먹어본 -온전한 정신으로- 알콜이라 그런지 싸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갔고,

결국 나는 그날 또 기절했다.
다음날 아침에 내가 깨어나자 친구녀석들은 나를 걱정하거나, 놀려대기 바빴다.
사내자식이 맥주 한캔에 뻗냐고 빈정대는 친구 훈이의
뒤통수를 한대 때려주고는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훈아, 어제 여기 모텔 쓴 학교 우리 학교밖에 없었지?"

"그래, 안그래도 아쉬워 죽겠다. 다른 학교는 여고애들이랑 놀았다고 난리던데.."

나는 이미 아는 사실을 훈이를 통해 다시 한번 들으면서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어제 나는 우리방 5층 창문밖에서 우리를 보고 샐샐거리고 웃고 있는 목이 긴 여학생을 보았다.
교복을 차려입은 그 여학생의 목언저리까지 빠져나온 혓바닥은
우리가 마시고 있는 술을 보면서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꾼게 아니라면 .. 그건 귀신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수능을 치고 난 후 친하게 지내던 몇몇 아이들과 함께 수험표를 들고

자랑스럽게 호프집으로 직행해서는 맥주와 소주를 잡다하게 시켰다.

"야!! 오늘 우리 먹고 죽자!"

"그래!! 죽자죽자!! 으하하하"

수능이라는 홀가분한 짐을 벗어던지고 애들과 함께 정말 유쾌한 기분으로 술을 마셔댔다.
얼마나 지났을까, ..
적당하게 취기가 오른 우리가 깔깔거리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일 때였다.
다들 술을 잘 못하는지라 녀석들의 얼굴도 벌겋게 취기가 올라 있었다.
그때였다.
맞은편에 앉았던 주석이가 갑자기 욱_ 하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야! 토할것 같으면 화장실 가!"

훈이가 주석이에게 소리치며 화장실을 가리켰고,

주석이는 참아보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가 결국은 화장실로 뛰어갔다.
아이들은 주석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왁자지껄 떠들기에 바빴지만,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꼼짝 못하고 앉아 있기만 했다.
또 보았다,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주석의 목구멍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는

그의 뒤에 서 있던 왠 여자를..
얼굴이 뭉그러져 잘 알아볼 수 없는 여자는 앙상하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주석이 술을 마시려 입을 열때마다 그의 목안으로 손을 넣어
그가 씹어 삼켰거나 마시고 있는 음식물을 꺼내 먹었다.
속에서 욕지기가 울컥 올라와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아아..
호프집안에 가득 들어찬 사람 수만큼이나 그들도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들러붙어서 사람들이
마시는 술을 훔쳐마시거나 사람에게서 다시 꺼내먹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직 술에만 헐떡거리며 집착을 보이는 아귀의 형상과도 같았다.
나는 또 기절하고 말았다.












"선배, 전 정말 술 못 마신다니까요!"

"야! 사람이 술을 못 먹는다는게 말이냐 되? 술은 먹으면 느는거야"

"전 술 먹으면 쓰러져요!"

"야, 너 자꾸 변명할래? 신입생 주제에 선배한테 꼬박꼬박 말대답 하는거 봐라"

".. 선배"

주위에 앉았던 같은 16기 동아리 친구들이 나를 한번씩 쳐다본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도 마시는데 네가 뭔데 안마시려고 하냐' 이런 눈빛이었다.
또, 나를 바라보는 동아리 선배들의 못마땅한 시선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선배가 내미는 술잔을 받아들었다.
수능때 그날 이후로 난 절대 술을 먹지 않았다.
술을 먹으면, 내게도 그들이 달려들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술자리는 무조건 빠지고, 술을 먹으러 가더라도 몸이 안좋다는 핑계로 빠지려 했지만

오늘은 신입생 환영회 자리라면서 선배들은 나에게 억지로 술을 권했다.
나는 어쩔수 없이 선배가 주는 소주를 한잔 받아서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원샷을 했다.
한잔만 먹는다고 극구 우겼지만, 선배들은 강경하게 내게 자꾸 술을 먹였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주는 족족 받아마셨다.
웬만큼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어가자 동아리 선배들과 친구들은

다들 벌겋게 변한 얼굴로 게임을 시작했다.
오늘은 화장실로 뛰어가는 사람도 없었고, 그들도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괜한 걱정이었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나는 그제야 조금 마음 편하게 술을 마셨다.

"어라, 이녀석 봐라, 너 아까는 술 못 마신다며!"

"에이, 선배 그냥 한번 튕겨보는 거였죠!"

"으하하하!! 그래그래! 역시 내 후배답다, 자 우리 오늘 먹고 죽자!!"

삼육구 게임과, 쿵쿵따 게임에서 연속 패배한 내가

선배들이 만들어준 폭탄주를 원샷하자 눈앞이 윙 하고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안심하고 너무 과음을 해서 그런지 배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술이 목까지 찰랑거리는 느낌이랄까, ..

"선배, 저 화장실 좀.."

왠지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나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해서 분위기에 취해 너무 과음을 한게 잘못이었다.
소변을 보고 나니 훨씬 나아진것 같았다.
목까지 차올랐던 술기운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나는 손을 씻으려 세면대 앞에 섰다.

"????!!!"

나는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에 그대로 얼어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거울 속 나에게는 얼굴에 커다랗게 입만 있는 여자가 등 뒤에서
나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나에게 매달려 있었다.
여자가 발로 내 배를 꽉 조여대자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다시 목까지 술이 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여자는 내 목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긁어
그곳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술을 빨아먹기에 바빴다.
내가 거울속의 그 여자를 바라보며 새파랗게 질려 서 있자
한참을 정신없이 내 목에 들러붙어 그 커다란 입으로
술을 핥아먹던 여자가 순간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혓바닥에서는 진한 소주 냄새가 나는 액체가 뚝뚝 내 셔츠 자락으로 떨어졌다.
가물가물해지는 내 눈에 마지막으로 포착된건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이던

그녀의 커다란 입이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퍼가실 때에는 적월매혹 이라는 제 필명과

제 홈피 주소를 함께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

 

 

 

 

 

 

 

 

 

 

 

 

 

 

 

 

 

written by_赤月魅惑

 

 

 

악플이너무많네요ㅠㅠ

좋은글 공유하고싶어서 올리는데... ㅠㅠ힘빠져요

추천수33
반대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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