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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사방해에 겨우 4억 과징금, 경제지들은 단신 처리

김일겸 |2012.03.19 11:16
조회 58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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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조사방해에 겨우 4억 과징금,경제지들은 단신 처리

 

 

역대 최대 과태료… 그래도 은폐하고 처벌 받는 게 낫다?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가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당했다. 조사 활동 방해 과태료로는 역대 최고액이자 법정 한도액이다. 삼성전자는 미리 짜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지난해 3월24일 공정위 조사요원이 방문하자 정문에서 붙잡아 놓고 시간을 번 뒤 조사 대상 PC에 담긴 자료를 폐기하고 다른 PC로 교체했다. 조사 대상 임원은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공정위가 조사 방해에 대한 경위조사를 하자 PC를 교체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한 허위 출입기록을 제출했다.

삼성전자가 공정위 조사에 대해 방해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2005년과 2008년에도 조사 방해 행위로 각각 5000만 원과 4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바 있다.

첩보전 같은 조사 방해 행위의 전말도 충격적이지만, 세계 초일류 기업이자 1등 기업이라고 말하는 삼성에서 이 같은 일이 잇따라 벌어지는 것도 엄중한 사태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상세한 전말을 전하거나 따끔한 비판을 한 언론은 일부에 불과했다. 종합지에서는 한겨레, 한국일보가 1면 기사와 사설을 썼고, 경제지에서는 1면에 관련 소식을 전한 곳이 없었다. 사설은 쓴 곳은 매일 경제 1곳이었다.

다음은 19일자 전국단위 경제신문 머리기사다.

매일경제 <한국 최고상원 강남역 하루 매출 199억>
머니투데이 <은행금리 ‘지점장 재량’ 제동>
서울경제 <고유가 업은 오일머니 원화채권 큰손으로 뜬다>
아주경제 <청년실업 때문에?…대학 상권 부활>
파이낸셜뉴스 <석유 전자상거래 출발부터 ‘휘청’>
한국경제 <여야 총선공약 ‘C’…실현가능성 낮다>

종합지와 경제지 중에서 삼성전자의 조사방해 실상을 자세하게 전달한 곳은 한겨레였다. 한겨레 1면 기사<삼성, 로비선 저지…사무실선 서류 폐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24일 오후 2시20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19일자 한겨레 1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나왔습니다”라고 공정위 직원 6명이 신분을 밝혔지만, 삼성전자 보안직원들은 길을 터주지 않았다. 삼성은 이미 “출입을 지연시키라”는 내부 지시를 내렸고, 보안직원이 13명까지 불어났다. 보안직원은 “내부 규정상 사전 약속을 하지 않은 경우, 담당자가 나와야만 출입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맞섰고, 공정위 직원들은 112에 신고까지 했다.

오후 3시10분, 공정위 직원들이 스마트폰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무선사업부에 들어섰지만, 김아무개 직원이 혼자 지키고 있는 사무실은 이미 깔끔히 정리된 뒤였다. 몸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박아무개 전무(무선사업부 지원팀장)는 PC 3대 교체를 지시했고, 서랍장을 통째로 끌고 나가 서류를 폐기했다. 공정위 전화를 받은 무선사업부 김아무개 상무는 “서울 본사 출장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수원사업장 모처에 숨어 있었다. 그는 공정위 직원들이 철수하자 감춰둔 컴퓨터를 꺼내 파일 삭제 프로그램으로 해당 자료를 지웠다.

지난 16일 오전 삼성전자 제43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연합뉴스

 

 

심지어 삼성전자 정보보호그룹(보안용역업체 지휘)의 정아무개 그룹장은 이틀 뒤 회의에서 보안직원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컴퓨터를 폐기한 이아무개 직원의 기록을 지운 허위 건물출입기록 자료를 공정위에 내기도 했다. 이같은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관계자는 “수색·압수 영장이 없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 보안 때문에 출입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공정위가 1년여 조사를 거쳐 전말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대목은 △사상 최대액수인 4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점 △2003년 이후 삼성그룹의 공정위 방해 조사가 5번째(삼성전자는 3번째)나 벌어진 점 △삼성이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구체적인 실상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다수 경제지들은 침묵하지는 않았지만 무미건조하게 단신 기사로 신문 뒤쪽에 싣는데 그쳤다. 경제지 중에서 이 소식을 가장 신문 뒤쪽에 전한 매일경제는 18면 2단 기사<삼성전자에 역대최대 과태료>에서 과태료 부분은 언급했지만 조사 방해 행위가 수차례 일어났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머투는 4면 3단 기사<공정위, 삼성전자에 4억 과태료>에서 역대 최대 과태료를 언급하고 삼성전자가 조사방해행위로 처벌을 받은 것은 6번째라고 밝혔다. 머투는 매경보다 사태 전말을 적게 언급했다. 아경은 2면 2단 기사<공정위 조사방해 삼성전자 과태료 4억원 ‘역대 최고액’>에서 경제지 중에서 가장 이 소식을 앞 부분에 전했고 역대 최대 과태료 부분도 언급했지만, 상시 위반 행위는 지적하지 않았다. 파이낸셜 뉴스도 4면 2단 기사<‘공정위 조사 방해’ 삼성전자에 4억 과태료>에서 역대 최대 과태료는 언급했지만, 상시 위반 행위는 지적하지 않았다.

한국경제 19일자 8면.

 

 

한경은 8면 2단 기사<공정위 조사방해 행위 삼성전자 과태료 4억원>에서 역대 최대 과태료 부분은 언급했지만, 삼성전자의 상시 위반 행위는 지적하지 않았다. 한경은 “공정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이례적으로 강경책을 취한 것은 기업들이 자료를 은폐하고 처벌을 받는 것이 증거자료를 내주는 것보다 낫다고 인식하는데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했다. 그러나 한경은 경제지 중에서 이번 사태의 전말에 대해 가장 간단하게 전했다.

서울경제는 종합지, 경제지 중에서 유일하게 이번 공정위 발표에 대해 단신으로도 지면에 싣지 않았다.

이 같은 경제지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소극적인 보도는 기사량이나 비판의 강도 등에서 종합지의 보도와 대조됐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9곳 중에서 이 사태를 보도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국민 12면 4단 기사<공정위 조사 방해 삼성전자 과태료>, 경향 17면 5단 기사<삼성전자, 공정위 직원 가로막고 증거인멸>, 한겨레 1면 3단 기사<삼성, 로비선 저지…사무실선 서류 폐기>, 한국일보 1면 4단 기사<조사 방해 삼성전자에 최대 과징금>에서 이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도 이 사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은 10면 5단 기사<수위가 막는새 PC 바꾸고 자료 폐기한 삼성>, 동아 12면 5단 기사<“정문 막고 서류 없애” 공권력 무시한 일류기업>, 중앙 20면 3단 기사<공정위 조사 방해, 삼성전자 4억 과태료>에서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은 사설은 싣지 않았지만, 1면 팔면봉 코너에서 “공정위 조사 방해하고 자료 폐기한 삼성전자. ‘가장 존경 받는 한국 기업’의 모습이 이렇습니다”라고 촌평했다.

19일자 동아일보 12면.

 

 

종합지 중에서는 서울신문 16면 1단 기사<공정위 조사활동 방해 삼성전자 4억 과태료>로 가장 작게 보도했고 세계일보가 15면 2단 기사<삼성전자 과태료 4억 ‘역대 최고’>로 보도해 상대적으로 작게 보도했다.

종합지 중에서는 한겨레와 한국일보가 사설을 실었다. 한겨레는 사설<공정위 조사방해 삼성전자, 법 위에 서있나>에서 “조사 방해에 가담한 임직원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등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범칙금도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삼성이 이런 후진성에서 벗어나려면 총수 1인 지배 체제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모든 권한이 이건희 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보니 합리성과 공정성 등 시장질서의 기본 가치가 흔들린다”고 밝혔다.

한국은 사설<공정위 조사 방해한 ‘국내 최고’ 기업>에서 “경제 검찰 공정위의 불공정거래 조사활동을 방해한 행위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만하다”며 “처벌 강화에 따른 기업 임직원의 개별적 의식 변화를 기다리기에 앞서 기업 차원에서 조직에 대한 충성의 내용과 평가기준을 바꾸어 건전한 조직문화를 일깨우는 것이 급하다”고 밝혔다.

19일자 매일경제 사설.

 

 

경제지 중에서는 매경이 유일하게 사설을 실었다. 매경은 사설<삼성전자 여러 면에서 초일류기업 다워야>에서 “삼성카드, 삼성토탈이 그런 전례가 있었고, 삼성전자는 이번까지 세 차례에 해당한다”며 “이번에는 임원급도 가담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니 연 매출 165조 원으로 미국의 애플에 비견되는 세계 최고 IT 기업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경은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개 삼성이 하면 따라 하는 ‘기러기떼 현상’이 있는 만큼 공권력에 대한 조사 방해에 대해서도 삼성은 담합 근절 이상으로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천명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매경은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상거래와 대외 관계 등 다른 측면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국민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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