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방탈 죄송합니다.
이 새벽에 너무나도 어마어마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게되어
엄마랑 둘이 울다 한숨짓다를 반복, 도저히 저희 두사람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되버려
평소 즐겨보던 판에서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올려봅니다.
저희집은 현재 부모님께서 별거중이십니다.
별거중이신지는 한 3~4년쯤 되었고 아빠께서만 다른지방에서 혼자 지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희 세모녀는 정말 아빠와 함께 다같이 살때보다
더욱 의지하고 챙겨주며 행복하게 지내왔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현재 20대 중반의 나이로 제 여동생은 올해 갓 스무살이 되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어려도 항상 여러모로 똑부러지고
막내라 그런지 엄마께도 맏딸인 저보다 더욱 살뜰히 챙겨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지만 제 동생만큼은 정말 저보다 훨씬 더
바르고 야무진 아이라 저는 늘 생각해 왔습니다.
항상 고맙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제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은 7살때 당시 조기입학이라는 제도가 있어
빠른생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요,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도 스무살인 올해가 아닌, 19살인 작년에 졸업을 하게되었습니다.
상고를 나와 졸업전 학교에서 추천해준 회사에 지원을 하여
19살 1월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스무살이지만 올해로 직장생활 2년차에 접어들게 된거지요.
어린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게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무탈하게 잘 적응해내고 매일 퇴근후 집에와서
본인 회사와, 회사사람들에 대한 자랑을 줄줄이 늘어놓기에
좋은 회사에 잘 취직한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번쯤은 불평, 불만을 얘기할법도 한데
하도 자랑을 많이 하길래 애사심이 정말 크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죠.
그러던 중에 작년 여름 제가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마침 비슷한 시기에 제 동생이 다니던 회사가 사업확장을 하게되어
제가 9월부터 동생과 한 직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 직장을 다니면서도
제가 동생에게 이런저런 불만사항을 늘어놓고, 상사 뒷담화를 하던 순간까지
제 동생은 늘 웃기만 할뿐 전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어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속으로 동생보다 못한 언니같아 늘 멋쩍고 그런 동생이 대견했습니다.
동생이어도 직장에서는 엄연한 선배였고
제가 없을때 진행된 회의라던지, 회사 내 변동사항이라던지
중요한 사안이 있을때조차 사장님께서 저에게 먼저 말씀꺼내실 때까지
절대 저에게 먼저 말하거나 내색조차 안할만큼 입이 무거운 아이기도 했구요
어쩔땐 하루종일 회사에서 붙어있고 퇴근하면 한집에서 같이 있는데
저에게 먼저 얘기해주지 않았다는것에 철없이 서운해할만큼요.
그러다 저는 3월부로 동생과 함께 다니던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저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오게 되어
가족같이 지낸 회사사람들과 헤어지는게 못내 아쉽고 섭섭했지만
사장님께서도, 또 다른 동료분들께서도 다들 좋은마음으로 진심으로 잘되라며 보내주셨기에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무사히 이직할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했었는데 왜 이런일이 일어난걸까요
너무나 사랑하고 화목했던 우리 가족에게 지금 너무도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문제의 사건은 이렇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제 동생이 평소 저희가족과도 잘 알고 지내던 제일 친한 동성친구와 함께
2박 3일로 여행을 간다더군요
학생때부터 약속해왔던 거라며 꼭 가고 싶어 하길래
못보내줄 이유도 없을뿐더러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외에 딱히 문제될건 없기에 저도, 엄마도 흔쾌히 보내주었습니다.
대신 자주자주 전화하고, 엄마와 제가 하는 전화도 빼놓지 않고 받을것을 신신당부해두었죠.
그렇게 제 동생은 금요일 저녁 퇴근후 곧바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고
그날 저녁 저는 동생이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여 10시쯤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안받더군요. 평소 밖에 나가면 노느라 정신이없어 전화를 잘 안받길래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카톡을 했습니다.(전화는 안받아도 카톡이나 문자는 잘 확인하기에)
그랬더니 곧바로 답장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속으론 노느라 전화는 받기싫고 카톡은 하는구나 생각이 들어 괴씸했지만
그래도 한참 재밌을텐데 그 분위기를 깰 수는 없어
엄마 걱정하시지 않게 전화 꼭 드려라 얘기하고 마무리지었죠
그러고나서 오늘 엄마가 퇴근하시고 집에 오셔서 같이 저녁먹으며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제가 동생한테는 전화왔더냐 여쭤봤더니 엄마가 한통도 안왔더랍니다.
그전에도 밖에나가면 연락안하는 문제로 몇번 혼을 낸적이 있던지라
아니 이놈이 그렇게나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이번에도 또 그런다며 한마디 할 작정으로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나 안받더군요
'그래 기왕 놀러간거니 재밌게 놀고 넌 집에와서 보자' 라는 생각에
집에오면 혼날 각오하고 있어라 카톡 하나 보내놓고 엄마랑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왔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11시가 넘었고 그래도 걱정되니 다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나 안받더군요 하도 안받으니까 이제 분위기 망치는거고 뭐고 단단히 혼내줄 생각을 하고
같이 놀러갔다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 동생친구라는 애가 동생과 같이 여행을 간게 아니라더군요?
원래는 같이 가려고 계획했으나 갑자기 동생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못가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다른친구와 함께 갔겠거니 생각이 들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아무도 동생과 같이 여행을 간 애가 없더라구요
그때부터 엄마와 저는 누구와 간지도 모르고 연락도 안되니 더욱 걱정이 되고
한편으론 화도 몹시 났습니다.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와 못가게 되었으면
다른 친구 누구와 함께 간다 말도 안하고 갔어야 했나 해서요
그래서 진짜 돌아오면 엄청 혼내야지 단단히 벼르고
동생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내놓고 혹시 모르니 동생 친구들에게도
동생에게 연락오면 집으로 연락달라 부탁을 하고 잠자리에 들려 했습니다.
그리곤 자리에 누웠는데
그 원래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던 동생의 친구에게 카톡이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동생친구 : 언니
글쓴이 : 응
동생친구 : 언니 내일 시간있어요?
글쓴이 : 왜?
동생친구 : 할얘기있는데 전화로할얘긴아니고
##(제동생)랑 어머니한테는 비밀로하고
제가 내일 언니 동네로 갈테니까 만날수있어요?
바로 위의 글처럼 카톡이 왔습니다.
순간 이거 동생한테 무슨일이 있구나 싶었고
가뜩이나 걱정되서 잠도못자던 찰나 저런 얘기까지 들은마당에
전화로 할얘기건 아니건 궁금해서 미치겠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동생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동생친구도 제가 걱정하고 있는거 뻔히 알고 있으니 더이상 숨기지 않고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전해들은 얘기입니다.
현재 제 동생은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으며
지금으로부터 약 6개월전 제동생이 친구에게 고백을 하더랍니다.
자기 요새 연애중이라며..
평소 입이 무거운 아이라 남자친구가 생겨도 왠지 집에는 바로 얘기하지 않을거란걸 알았지만
뭐 여기까진 상관없었습니다. 오히려 남자친구가 생겼다니 축하해줄 일이지요.
제 동생에게는 처음 사겨보는 남자친구였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 상대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더군요.
동생네 회사 사장. 네, 불과 두달전까진 저의 사장님이기도 했죠.
제가 아는 사장님은
올해 나이 41살에 정확히 몇살인지는 모르나 초등학교 입학전인 딸아이까지 두고있는
유부남....... 아니 이제 이혼남이라고 해야겠네요
제가 동생네 회사 재직당시 사장님께선 본인 집안얘길 잘 하시는 분도 아니셨고
딸이 있다는건 알았지만 부인과의 혼인여부에 대해서 저는 전혀 아는바가 없습니다.
제 동생이 친구에게 털어놓은바로는
사장님이 먼저 제 동생에게 니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며 고백을 해왔고
대체 왜!! 받아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주 푹 빠져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심지어 둘이 사귀기 시작했을당시 사장님은 서류상으로 혼인중이였고
지금은 협의이혼을 마친 상태이며, 딸아이의 양육권은 엄마에게 있다고 했답니다.
저도 재직당시 사장님 주변분들이 말씀나누시는걸 듣고 짐작한 바로는
사모님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두분이 이혼에 임박한걸로 알고있었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제 동생과 사장님과의 관계 때문에 두분이 이혼한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제 동생은 법적으로 불륜을 저지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두분이 이혼하기로 결정짓고 사귀기 시작했다하더라도
서류상으로 유부남인 남자와 연애한거니까요
그리고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합니다.
친구가 도대체 그사람 뭐가 좋아서 만나냐 하니
사장님이 나이가 많아서 그렇지 만약 나이라도 많지 않았더라면
나같은 사람 쳐다나 봐주겠냐며
......아니.. 지가 뭐가 어디가 어때서..............
억장이 무너집니다. 20년동안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부모님처럼
또래에 비해 부족한거 없이 키웠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렇게 사랑이 많고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랐는데
지가 어디가 부족해서 저런 말을 한답니까
그리곤 또 그러더랩니다.
자기는 사장님과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고
정리가 되면 엄마와 언니에게도 말할것이다(전부인과의 관계정리를 말하는것 같음)
엄마는 본인이 잘 설득하면 이해해주실것도 같은데
언니가 걱정이다(제가 평소 엄한편)
그리고 양육권이 전부인에게 있지만 혹시 나중에라도
사장님이 딸을 키워야 할 때가 온다면 그 딸도 내가 잘 키워줄 자신이 있다.
하... 이거 뭐 막장드라마인가요
삼류 소설인가요
아니 평소에 제가 너무 네이트판을 많이 봐서 미친건가요 꿈을 꾸고 있는건가요
동생친구는 그동안 말씀드리지 못한점 너무 죄송하다
여러번 동생을 설득도 시켜보고 화도 내보고 타일러도 보고
곧 제자리도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언니랑 어머니 걱정하시는거 보고 이젠 정말 자기선에서 해결할수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늦었지만 지금 말씀 드린다고 하네요
한번은 너무 화가나서 제 동생에게
이건 정말 아닌것 같다 니가 자꾸 이런다면 너와 친구관계 끊을수밖에 없다 나 더이상 너 못본다
라고 얘기했더니
제동생이 펑펑 울면서 나한테 넌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나 정말 너무 힘들다면서 제발 너만이라도 이해해달라며......
일단은 아무도 내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동생은 그 사장과의 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은 상태이며
2박 3일간의 일정의 끝은 바로 내일입니다.
아니, 12시가 넘었으니 오늘이겠군요.
오늘... 몇시가 될지 모르지만 동생이 집으로 오겠죠.
동생친구를 통해 본인이 거짓말한걸 제가 알고있다는걸 알았을테니
지금쯤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어떻게 변명해야 될까 생각하고 있겠죠.....
엄마와 저는 그저 머리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도 떠오르질 않습니다.
회사를 당장 때려치우게 해야하는거 하나는 분명하지만 그뒤부턴 어떻게 해야할까요
집에다 가둬놓고 24시간 감시를 해야하나요
아님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하나요
아니, 그렇다한들 정리할 마음을 먹기나 할까요
사장을 만나 흠씬 두들겨 패줘야 하나요
지금 한참 둘다 좋아 죽을텐데 저희가 반대하면 더 불타오르는건 아닐지
둘이 어디 도망가서 살림이라도 차리진 않을지..
엄마는 지금 멍하니 침대에 누워 눈물만 흘리십니다.
제 사랑하는 동생을. 제 하나뿐인 동생을. 제 자식같은 동생을.
어떻게 바로잡아 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을수 있을까요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지만
정말 백번 천번 양보해서 이 연애 허락한다고 쳐요,
21살 나이차이, 애딸린 이혼남, 이거 다 이해한다고 쳐요
근데요 제가 6개월가량 근무하면서 지켜본 사장님은요
사람자체는 좋으나 귀가 얇아서 여기저기 일벌리기 바쁜,
성격도 급해서 뭔가를 벌려놓고 단기간에 결과를 바라는,
때문에 지금 여기저기 빚도 있고
제가 근무하는 6개월이란 짧은 기간동안 다른분이랑 동업이라고 하는게 맞을진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런 비슷한 개념으로 같이 사업 확장시켜 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적도 두번.
백번 천번 양보한다 해도 절대 안되는거잖아요 이건.
오늘밤 꼬박 밤을 새도 도저히 뾰족한 방법이 생각날것 같지않아
어디 조언을 구할데도 없어 두서없이 횡설수설 글을 적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신 엄마를 뵈니 마음이 아픕니다.
내일 어떤 얼굴로 동생을 봐야할지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간곡히 부탁드려봅니다.
제발 저희 가족을 도와주세요...
언니로써, 제 동생을 바른길로 인도해줄수있게끔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