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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대 : hirurika님 >
살인게임 (1)
"우리집에 가서 한잔 더 할까?"
"응? 크헤헤 그거 좋지."
한밤의 시내는 거리를 가득 메운 내온사인 불빛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고 있었으며, 어둠이 물러간 자리를
취객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중의 한명으로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한석이 녀석과의 술자리에서 폭음을 한 탓에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여기야 어서 들어와."
비틀비틀 거리며 녀석을 따라들어갔지만 취중에도
그가 집안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해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붉은색 벽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넌 임마... 딸꾹... 하나도 안취해 보인다..."
"하하. 아냐 나도 많이 취했어."
"그런가? 꺽... 후후..."
그렇게 더이상 마시지도 못할 것 같았던 술을 억지로
한잔 두잔 넘기다가 기어코 난 필름이 끊기고야 말았다.
"어우 목말라..."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난 심한 갈증과 더불어 역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피칠갑이 된 집안 풍경,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여자의 시체가 내 옆에 다소곳하게 누워 있었다.
"으아악."
소스라치게 놀란 난 반사적으로 튕기듯 여자의 시체
에서 떨어졌고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된거야?"
어제 분명히 한석이 녀석과 술을 더 마시기 위해 난
녀석의 집으로 갔었다.
붉은색 벽지가 유난히 눈에 띄는 집으로...
피투성이가 된 벽지가 취중에 보았던 화려한 붉은색
벽지와 오버랩 되며 역겨움과 구토가 밀려왔다.
"우웨에엑."
위이이잉 위이이잉
방바닥에 오바이트를 하는 순간 핸드폰 진동음이 느껴졌다.
난 옷소매로 대충 입을 닦고 재빨리 전화기를 꺼내 받아들었다.
전화기 너머로 한석이 녀석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잤냐?"
"너 이새끼 어떻게 된거야?"
"미안하다.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거든. 그냥 니가
한걸로 좀 해주면 안되겠냐?"
"너 미쳤어? 당장 여기로 튀어와."
녀석과 전화를 하는 사이 멀리서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녀석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신고했어. 그 방엔 니 흔적밖에 없거든. 옆에
피묻은 회칼있지? 손잡이에 니 지문 뭍혀놨고,
방 곳곳에 니 머리카락도 떨어뜨려놨어."
"이 개색꺄.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그러니까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놈은 계획적으로 나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싸이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난 결코 달아날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달아난다면 난 영락없는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그럼 녀석의 뜻대로 되는 것 뿐이 되질 않는다.
"경찰에 사실을 말하겠어."
"후훗, 마음대로 해. 어차피 범인은 너니까."
"이 개색끼가..."
"하하하하. 그럼 다음에 보자고. 아차 다음은 없겠군.
사형을 당할 테니까 말야."
뚜... 뚜...
싸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리가 커질수록 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피묻은 칼이 보였다.
죽은 여자의 참혹한 시신, 온통 피칠갑이된
방안의 그로테스한 풍경도 보였다.
"난... 안가..."
주문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던 난 활짝 열려있는
창문을 보았다.
지금이라면 창문을 통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충분했다.
지금 잡힌다면 난 꼼짝없이 살인범으로 몰려 한석이
녀석의 말대로 사형을 당할지도 몰랐다.
지금이라면 달아날 수 있을 것이다.
녀석을 잡아 내손으로 직접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다.
"씨팔놈. 두고보자."
싸이렌 소리는 이제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난 누명을 벗기위해 열려진 창문에 발을 얹었다.
뚜벅뚜벅
잠시후 구두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며 현관문이 열렸다.
집안으로 신발을 신은채 걸어들어온 그는 방안을 휘휘
둘러본 후 열려진 창문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저는 지나가던 사람인데요 여기
어떤집이 대문도 다 열려있고 좀 이상해서 신고하는
거거든요? 여기요? 안림동인데요..."
전화를 끊은 그가 손에 든 작은 기계의 버튼을 누르자
싸이렌 소리가 유유히 흘러나왔다.
"재밌군. 크크큭."
"뭐가 그렇게 재밌냐? 강한석."
"어...?"
퍼억
화장실에 숨어서 녀석의 동태를 살피던 난 재빨리
문을 열고 나와 녀석의 턱을 올려친 후 쓰러진 녀석을
있는 힘껏 짓밟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냐? 이 새끼, 이새끼."
놈은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고 짓밟히기만 했다.
있는대로 화가난 난 몸을 웅크린 채 발차기를 온몸으로
막고있던 놈을 밟는데 정신이 팔려 누가 들어오는 것도
보지 못하는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파직
기분나쁘게 찌릿한 느낌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 지며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게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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