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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붕괴 17주기와 서울 시민의 숲

제얘기좀들... |2012.06.28 01:35
조회 1,267 |추천 3

매년 6월 이맘때가 되면 나는 우리 고모와 찾아가는 곳이 있어.

서울 양재 시민의 숲이란 곳이야.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곳은 참 이상한 곳이야.

‘시민의 숲’이란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갖가지 추모비들로 둘러싸여 진 곳이지.

 

입구에 들어서면 초입에는 백마부대 충혼탑이란 것이 보이고 공원 한가운데를 거대한 KAL기 추모비가 차지하고 있어.

 

 

 

나와 고모가 매년 6월이면 이곳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이곳에 삼풍 추모비가 있기 때문이야. 우리 고모의 외동딸이 17년 전 삼풍 붕괴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어.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신이 너무 훼손되서 시신을 다 수습하지 못했다는 거야. 우리 고모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합동으로 위령제를 지냈어. 외할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당시 외가댁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고모 딸이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려 했는데 취업이 잘 안되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고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부탁해서 일자리를 알아봐 줬는데 하필 거기가 바로 삼풍이었던 거야. 고모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6월 이맘때가 다가오면 딸 생각에 눈물을 흘리셔. 자기 때문에 죽은 거라고 내가 죽인 거라고. 혼잣말처럼 얘기하실 때마다 지켜보는 내 마음도 너무 아파지더라.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고모로 인해서 삼풍에 대해 알게 된 가슴 아프고 화나고 이해 못 할 이야기 때문이야. 작은 소원이 있다면 부디 이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삼풍 유가족들의 처우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래.

앞서 말했듯이 추모비는 양재 시민의 숲이란 곳에 위치해 있어.

 

 

 

삼풍 붕괴사고가 일어난 붕괴현장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이야. 따지고 보면 이곳에 삼풍 추모비가 있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어. 추모비란 게 그렇잖아. 사고가 난 현장에서 그날을 참상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있는 거 아닌가? 왜 내 자식 내 아내 내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현장에서 전혀 상관도 없는 그런 곳에서 추모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자리 그러니까 서울대법원 맞은편엔 ‘아크로비스타’라고 하는 거대한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어. 6.25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건인데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자리는 있어도 조그만 추모비 하나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가더라고. 하물며 근처에는 주변 사람들의 반대로 꽃 한 송이 놓을 수가 없더라고.

원래 이런 건가 생각하다가 우연히 911사건 이후에 모습을 다룬 게시물을 봤는데 미국은 911 테러 이후에 그 현장을 공원화해서 (비석도 만들고) 가까이서 추모를 할 수 있도록 하더라고.

우리내 처지와 너무도 큰 차이에 가슴이 먹먹해 지더라.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할지 몰라.

‘그들은 테러고 삼풍은 재난이라고.’ 물론 폭탄을 하나 가득 실은 비행기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멀쩡한 건물에 충돌한 사건과 어느 날 갑작스레 강남 한복판에서 두부 썰 듯이 무너져 버린 백화점 붕괴사고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로는 삼풍은 단순한 건물 붕괴사고가 아닌 부정부패와 건축주의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점에서 봤을 때 두 사건을 같이 놓고 비교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

실제로 당시 삼풍회장과 그의 아들인 사장 이한상 그 외 주요 임원직들은 무너지던 날 오전 중으로 중요 서류 및 개인 사물을 들고 안전하다고 판단된 옆 건물 사무소로 거처를 옮겼다고 자료에 나와 있어. 쉽게 얘기해서 건물이 무너질 줄 알면서도 영업을 계속해왔던 거였지. 이 모든 것이 그 잘난 돈 때문이었던 거고 회장과 사장은 나가서 살고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일반 고객들과 앳된 나이의 매장 직원들만 남아서 죽었지. 그들 대다수가 여성들이었고 그들 중 일부는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사회초년생들이거나 누군가의 연인이거나 아니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들 혹은 누군가에 어머니. 그런 사람들이었어.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에게 줄 감사의 선물을 사기위해 그곳을 들렀고 누구는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에게 투정만 부린 지난날이 미안해 선물로 넥타이를 사려다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지. 이런 비극이 벌어질 줄 삼풍의 회장과 사장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 점을 무시했지. 그리고 그곳을 떠났어. 무너지기 몇 시간 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조사 받을 때 회장 이준이 이렇게 얘기했데.

‘나또한 피해자라고. 백화점이 무너지면 자신도 손해가 생기는 거라고.’

 

한쪽이 자국의 이념과 종교의 그늘 아래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면 한쪽은 자신의 이익과 욕심의 그늘 아래서 수많은 건축 비리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거야. 그들을 부르는 명칭만 다를 뿐 분명한 것은 이것은 인재이고 범죄라는 점이지. 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보자고. 한쪽은 그들의 아픔을 기리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끝까지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고 잊으려 하는 것 같아.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그 당시 건축비리를 저질렀던 서초구 공무원들은 한 두 사람 빼고는 승진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 (실제 예전 MBC 한 보도 프로그램에서 삼풍 특집편을 만들어 방송된 내용을 보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뭐 별 대단한 거라고 촬영을 하냐? 라며 기자를 타박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 502명이 죽었는데 대단한 일이 아니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얘기가 길어지는데 본론을 말하자면 이래. 왜 삼풍 추모비가 양재 시민의 숲에 가있는 거지? 사건이 벌어진 곳은 서초구 대법원 맞은 편 아크로비스타 근처인데 왜 거기서 전철로 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추모를 해야 하는 거냐고. 고모는 아직도 가슴을 부여잡고 화를 내시는 이유로 서울시에 더 나아가 서초구청에 안이한 태도를 들고 있어. 사고 이후 서울시와 당시 담당자들은 위령비 건립을 약속했어. 지금의 아크로비스타 자리에 말이야. 그들의 약속을 유가족들은 믿었고 그래서 기다렸는데 돌아온 건 위령비 건립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의 양재 시민의 숲으로 위령비를 지어버렸어.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나니까 당시 서울시에선 약속은 했으나 위무사항은 아니니까 해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었데. 그래서 우리 고모와 다른 유가족들은 양재 시민의 숲으로 가. 17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위령비 근처엔 시들지 않은 생화와 지워지지 않는 향냄새가 나고 있어. 유가족들은 지금도 여전히 아프고 울고 있어. 내 생각엔 가족을 잃은 슬픔만큼 그들의 초라하고 억울한 처지가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

 

이런 거 어떻게 안 되나? 위령비니 추모니 이런 말 하면 옛날 얘기 그만 하라고.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마다 우리 고모와 유가족들은 억울함에 아직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속으로만 우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 이제는 고모도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하얗게 되었어. 그냥 포기했데.

그러면서도 항상 양재시민의 숲에 와서 꽃을 두고 가는 고모를 보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코스프레 놀이하고 있는 애들하고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을 함부로 꺽어간 것이 같이 보여서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

이제 이틀 후면 백화점 무너진지 17년째야. 우리 고모는 또 거길 가실거야. 다른 유가족들도 그곳으로 가겠지. 사람들 기억 속에서 그냥 잊혀진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글을 써본다. 박원순 시장님께 부탁하면 위령비는 힘들어도 연석은 깔아주지 않을까?

약속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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