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정말 거지같은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근성까지 거지같은 애였어요.
얘는 공부를 잘했었는데, 학비가 없어서 좋은 대학에 합격했는데도 못가는 애였어요.물론 미국이 학비가 워낙 비싼 것도 있었지만 남자애네 집이 불법체류자 집안이였거든요.저는 그냥 평범한 유학생이고, 유학생치고는 못사는 편이지만 그냥 중산층 정도로 살고 있구요.우연히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됐고 시기적으로 힘들 때 만났기 때문에 더 쉽게 끌렸던 것 같습니다.
집안이 어려웠고 동부가 아닌지라 미국에서 차가 없으면 사실 어디 다니기가 무진장 불편한데그 아이는 당연히 차가 없었습니다. 저도 친척집에서 하숙하면서 차를 얻어타고 다니는 입장이였구요.초반에 고백할 때 얘가 그랬습니다. 고백할 때 꽃다발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나랑 만나달라고.차가 없어도 버스를 타고 자주 올테니 자기랑 사귀자구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사겼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였던 남자친구놈은 밤새서 게임을 하고 문자 답장은 안하는겁니다.사귀기 전에는 밤새서 통화하던 놈이 사귀고 나니 밤 10시가 되니 자야겠다고 전화를 끊더군요.서운해서 많이 싸우고 짜증도 나서 저도 밀당이랍시고 연락을 끊어보고 별에 별 짓을 다해봤지만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헤어지기 몇달 전 부터는 하루 문자가 3통정도였습니다."굿모닝" 이라고 제가 보내면 점심쯤에 "안녕" 이라고 답장이 오고 그럼 제게 밤에 "굿나잇"이라고 보내는정도가 됐죠.
그리고 담배를 피던 이놈은 미국은 담배가 비싸서 7불인가 8불인가 하는 걸로 아는데, 담배를 꼬박꼬박피는 겁니다. 저한테는 버스비가 없어서 저를 보러 못온다고 해놓고서는 7~8불 하는 담배는 어찌 그렇게꼬박꼬박 사서 펴대던지. 그래놓고는 친구꺼라며 거짓말도 하더군요. 뭐 그런고로 버스비가 없다며 남친은자주 오겠다던 약속은 제쳐두고 2주에 1번 어쩔땐 3주에 1번씩 보게 됐습니다.
데이트 때도 가관이였습니다. 노래방을 가고 싶다고 남자친구한테 노래를 불러서, 제 룸메이트와 저 남친이렇게 셋이서 노래방을 가기로 했었는데, 한시간에 25불이였습니다.문제는 남친이 그 다음날 4불을 들고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노래방 가자고 하는 걸 까먹었다고하더군요. 미안하다며. 25불을 3으로 나눠도 8불은 들고와야 정상인데...짜증나서 노래방 안가기로 결정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바닷가에 데이트를 하러 갔을 때는 버스를 타고 갔었습니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정말 1시간에1대 오는 버스를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바닷가를 놀러갔더랬죠. 근데 이 놈이 돈을 얼마를 가져온건지핫도그 하나를 못사주더라고요 -_-... 결국 저는 먹고싶은 감자튀김을 뒤로하고 둘이 같이 가진돈 탈탈털어핫도그 하나를 사서 나눠먹었습니다. 다니기도 힘들고 고생길이였지만 재밌다고 웃어주고 새로운경험이였다고 웃어줬습니다. 자기도 데이트 할때 남자가 돈 보통 다 내니까 어떡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니가 같이 부담해주고 하니까 고맙다고 하더군요.근데 이게 사건의 발단이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통이 크게 남자친구한테 선뜻선뜻 반띵하는 모습을 보였더니이게 패턴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남자친구는 데이트 때 제가 거의 사주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뭐 제가 더 잘살고 제 용돈이 더 많으니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점점 짜증이 나긴 하더군요.
물론 처음엔 사주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었으니까요. 근데 문제는하루에 문자를 빠르면 1~2시간 늦으면 6시간씩 늦게 답장하는 남친과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며 제 맘도식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불만은 쌓여가고, 비교는 되고 점점 왜사귀나 왜사귀나 고민이 되더라구요.
데이트 비용을 제가 하도 내다보니 제 룸메가 제게 눈치를 주더군요. 너는 뭐가 아쉬워서 맨날 밥사주면서 쟤랑 사귀는거냐고. 그말을 들으니 저도 창피하고 남친도 창피할 것 같아서 6불을 몰래 쥐어주었습니다.이걸로 오늘 밥값은 너 밥값은 너가 내는 것 처럼 하라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날 식당에서 계산착오가있었는지 밥값이 30불가까이 나와야하는데 팁 포함 18불 정도가 됐더라구요.나쁜짓이긴 했지만 제 카드로 18불 계산하고 후다닥 도망나와서 6불씩 제게 주기로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한국마켓에가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룸메도 남친도 돈을 안주는겁니다. 그래서 룸메에게 몰래 가서 내가 직접 남친한테 6불 달라고 하긴 민망하니까, 너가 쟤가 보는 앞에서나한테 돈을 주면 쟤도 그걸 보고 나한테 돈을 줄거다. 라고 했습니다.근데 이게 웬일. 제 룸메가 저한테 돈을 주는걸 뻔히 보고도 모르는 척을 하는 거 였습니다.괘씸했지만 꾹 참고 구경을 마저하는데, 거기서 새콤달콤을 팔고 있었습니다.제가 남친한테 "나 이거 사줘~" 라고 했더니 남친이 그래~ 라고 하더군요.얘가 왠일이야? 싶어서 냠냠 얻어먹고 있는데, 룸메가 "야 너는 왜 얘한테 돈 안돌려줘?!" 하고 대놓고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남친이 5불을 주더군요. 새콤달콤이 70센트인가 해서 1불을 빼고 제게 5불을 주는게아니겠습니까-_-;... 아 너무 황당해서 "야 새콤달콤 니가 사는거 아니였어?" 했더니 웃으면서"지금 내가 5불짜리 밖에 없는데 1불바꿔주기가 뭐해서." 라는 거였습니다.솔직히 따지고 보면 처음 주기로 한 6불도 내가 준거고 정확히 말하면 12불을 줘야하는 상황이였는데,이놈이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정내미가 떨어지더군요.
또 하루는 치킨집에 갔습니다. 룸메 저 남친 이렇게 셋이서 12불씩 내고 36불어치를 먹기로 하고 갔는데,제가 밥을 다 먹고 계산서가 나오기 전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제 룸메 표정이 썩어있었습니다.그러면서 하는 말이 "야 너 15불 내야되."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뭐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15불을 냈습니다. 그러고 집에왔는데, 그때 때마침 친척집에 놀러왔던 애가 제 남친이 사는 동네에 갈일이 있었다는 겁니다.보통은 남친을 제 친척이 태워다 주는데, 그 애가 간다니까 친척도 그냥 그 놀러온 애한테 남친을 데려다 주라고하시더라구요. 그랬더니 남친이 뒤에와서 "처음 보는 애한테 차 얻어타는 거니까 뭐라도 사줘야겠다." 며"6불만 달라" 고 하더군요. 뭐 일단 줬습니다. 그리고 남친을 보냈는데 룸메가 잔뜩 심통이 난 소리로,"야 오늘 걔가 버스비 해야된다고 12불내야되는데 6불만냈다." 라고 하더군요. 버스비가 6불인것도 말이안되지만 그럼 그 여자애한테 마실거 사줘야 한다고 6불을 더 뜯어간 건 뭡니까-_-기가 차더군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술도 아니고 어떤 음료수가 12불이나 한답니까?아 빡쳤지만 그것도 그렇게 넘겼네요.
근데 마지막 헤어짐의 발단은 친척의 생신이였어요. 제가 묵고 있는 집 친척분 생신이셔서, 룸메와 제가 둘이 돈을 모아 생신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 날이 제가 잊고 있었던 남친과의 데이트 날이였던 겁니다.결국 남친에게 오는 길에 케이크를 사오라고 시키며 밥을 사주겠다고 했죠.그래서 와서 밥을 먹는데, 스테이크 집에서 친척어른은 어린애들한테 뭐 얻어먹는게 불편하셨는지제일 저렴한 걸 시키더라구요. 20불이 안되는 고구마 요리였어요.저랑 룸메는 스테이크를 시켰구요. 그런데 남친이 고기중에 제일 비싼 바베큐 립을 시키지 뭡니까?full 이랑 half가 있었는데 full로 시키더라구요. 그래서 남친 밥이 29불 정작 생일이신 친척분 밥은 20불도안되게 된거죠. 근데 이게 나오니까 싸이즈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야 왜이렇게 큰거 시켰어?"했더니 자기도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웃더군요.제가 빡치는 거 꾹참고 다시 "그럼 이렇게 크니까 고모도 좀 나눠드려" 했습니다.근데 혼자 다 쳐먹더군요. 거지가들었나-_-. 그리고는 덤으로 나온 빵까지 와구와구..결국 그날 식사비가 200불이 깨졌네요. 룸메가 반반내겠다고 했었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룸메는 죄도없이 결국 제 남친 식사비까지 내게 된거였어요. 정말 이 놈 안되겠구만 했는데,다음날 남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사온 케익 25불이였는데 그거 오늘 좀 줄 수 있어?" 라고 하더군요.
지가 얻어탄 친척 차 기름값만 생각해도 25불이 넘는데, 이 뻔뻔한 자식이 얻어먹는 건 다 얻어먹고25불을 돌려달라더라구요. 아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서 제가 룸메한테 30불을 주면서 이렇게 전해달라고부탁했습니다. "5불은 너해라 대신 끝내자." 라고요. 룸메가 제 말을 전했구요 남친은 울며불며 메달리더군요.
집앞에서도 기다리고 전화와서는 자기가 돈을 안써서 그러냐며 미안하다고 앞으로 알바해서벌테니 계속 사귀자고 하더군요. 걔 친구도 전화와서 한번만 더 만나보라고 부탁하고요.아니 그렇게 돈을 벌 수 있었으면 진작에 벌어야지 정말 기가찹니다. 그렇게 돈이 쉽게 벌렸던거면 왜 계속 얻어먹기만 했는지, 왜 그렇게 구라치면서 야금야금 돈을 뜯어갔던건지 정말 황당하네요.
정말 남들이 돈 없는 남자랑은 사귀기 힘들다고 했을 때 저는 제가 내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생각이 확 바꼈습니다. 데이트 할 때 솔직히 반반 내는 건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왜냐면 그럼 두배로 같이 있을 수 있고 두배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요.근데 정말 가난한걸 떠나서 정말 거지같던 남자친구 때문에 질려버렸네요.진짜로 돈 좀 있는 남자랑 만나야 합니다.남자도 돈 좀 있는 여자랑 만나야 합니다.
1. 본인이 무진장 부자라서 애인 밥 값 다 내주고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거나2. 서로 비슷하게 살아서 서로 쓸 돈이 없던가 둘 중에 하나해야지중산층과 가난한 사람이 만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뼈저리게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