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3년이 되던 해, 나는 회사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해외출장을 가기 전날, 가족과 잠시 혹은 업무차 오래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아내가 반짝이는 눈으로 치어다 보며 말하였다.
"명품 백 하나 면세점에서 사오면 안 될까? 면세점은 싸다는데..."
평소 명품백 타령이나 하는 여성들을 인간이하로 취급하며 아내에게 비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두르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이 명품이라고 하여도 그 사람의 인간적 성품이 악취를 풍기는데 어찌 명품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인간은 단지 명품을 두른 쇼윈도의 마네킹보다 못 할 것이다. 마네킹은 악취라도 내뿜지 않지, 이러한 부류의 인간은 인간성의 악취를 내뿜고 다니고 있다.
그 사람만의 정신의 고고한 향기와 높은 기상의 맑음만이 그 사람을 '명품인간'으로 만들 것이다.
명품을 사는 것, 즉 소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명품을 살 수 없는 능력이면서도, 무리하여 명품을 사고 다른 이에게 기생하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명품 한개 산 것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냥,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것도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받은 것을 자랑하고 있다.
만약 진정 그 남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을 빙자로 남자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이라면 이것은 일종의 화대와 같다. 아주 비싼 화대.
이러한 부류의 여성은 자신의 몸을 팔아 화대를 챙기는 창녀만도 못하다. 창녀는 차라리 처음부터 거래를 하는 직업인에 불과하고 단지 노동을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선물을 받고 이용할 데로 이용하다 그 남성과 헤어지는 것은 일종의 사기와 다름 없다.
이런 여성들한테 진심으로 법정 스님의 생전 유언에 따라 절판된 '무소유' 한 권씩 선물하고 싶다.
내 예상이지만, 이 책이 출판계의 명품이라고 말하면 다투어가면서 받아갈 듯 한데...
나의 아내는 내 첫번 째 해외출장 이후로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명품 사오기를 항상 부탁하였다.
어찌 그렇게 꾸준하고 성실하게 매번 요청을 하는지 탄복할 따름이며,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참 그래도 백하나 사줄 걸 그랬다. 남편하고 별거하기 전에 백하나 건졌다고 아내가 다른 여편네한테 자랑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