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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저씨

 

 

8년전이니까 2004년이네요

2004년 봄이요.

 

청주시 상당구의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던 빨간 스웨터에 청바지 입은 여자애 기억하세요?

손에는 신발주머니 들고 캐릭터 그려진 가방 매고 학원가던 아홉살짜리 여자애요.

 

그 초등학교 교문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었어요

조금 큰 차, 뒤에 바퀴같은 거가 매달려 있던 차 하나를 끌고와서는 제 옆에 멈추셨죠

창문 열고 저한테 물으셨잖아요. "XX초등학교가 어디니?"

 

눈 앞에 그 초등학교가 보이는데도 그런 걸 물어보는 아저씨를 전 왜 이상하다고 생각 못했을까요.

전 아홉살 짜리 여자애였고, 아직 아무것도 몰랐어요. 착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전 아저씨한테 길을 알려줬어요. 아저씨는 알겠다는 듯이 창문을 내리고 그 초등학교 앞으로 가시더니 다시 돌아서 저한테 돌아오셨죠.

 

"미안한데 XX초등학교가 어딘지 모르겠구나, 네가 타서 알려주지 않을래?"

아저씨가 분명히 제가 다니던 그 초등학교 앞에 멈추어서는 걸 봤는데도 전 전혀 의심하지 못했어요. 그냥 아저씨가 착각을 하셨나보다 싶어서 그냥 아저씨 차에 타버렸어요. 아저씨, 아저씨 눈에는 제가 바보같았겠죠? 멍청하게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서 아저씨 차에 탔으니까요.

 

아저씨는 제가 가리키는 대로 가지 않으셨어요. 이상한 도로로 나가셨죠.

저는 그 때에도 이상한 걸 몰랐고 그냥 "아저씨 이리로 가면 안 돼요"라고밖에 말 못했어요. 아저씨는 "이쪽이 지름길이라서 그래"라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 말에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 정말 멍청했죠. 지름길을 아는 사람이 왜 저한테 그 초등학교 가는 길을 물었겠어요.

 

아저씨는 이상한 골목길에 멈춰서셨어요.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저는 그 때부터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저씨는, 그 골목길 옆을 어떤 언니가 지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저한테 물으셨죠. "저 언니 가슴 크지?" 저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아저씨가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는건지도 몰랐고 아저씨가 하는 질문, 아저씨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나왔어요. 울먹거리면서 "네? 네.."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아저씨, 그 뒤에 아저씨가 뭘 하셨는지는 아저씨가 더 잘 알잖아요. 그쵸?

아저씨는 제 옷을 벗기려고 했어요. 제가 겁이 나서 엉엉 우니까 아저씨는 어디에서 커터칼을 꺼내오더니 제 목에 들이대고 울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하셨죠. 너무 무서웠어요. 아저씨, 전 그 때 아저씨 표정이랑 목에 닿았던 커터칼 느낌도 지금까지 전부 기억해요. 잊을수가 없잖아요, 그쵸. 아저씨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데요.

 

아저씨는 모를거에요.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너무 아파서 엉엉 우니까 아저씨는 또 죽인다고 협박했잖아요. 조용히 하라고.

 

아저씨, 아저씨는 그 때의 저로서는 전혀 모를 이상한 걸 제 목구멍에 쑤셔박았어요. 그리고 빨라고 협박했죠. 엉엉 울면서 제대로 못하니까 아저씨는 절 또 아프게 했어요. 너무 아파서 또 우니까 아저씨는 이제 아프게 안할테니까 제대로 빨라고 저한테 말했죠.

 

목구멍이 턱턱 막히고 입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 걸 억지로 빨면서 구역질이 계속 나왔어요. 근데 아저씨는 신경도 안썼어요. 그러다가 잠시 제 위에서 물러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어요. 그리고는 차를 몰았죠.

 

아저씨는 몰랐겠지만 저는 기독교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엄마 손 붙잡고 교회가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어요. 근데 아저씨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근처에 있던 큰 교회로 향했죠.

 

그 큰 교회의 넓은 주차장 한가운데에, 사람도 지나가지 않는 그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아저씨, 아저씨는 그 골목길에서 못했던 걸 또 나한테 했어요. 아팠고, 힘들었고, 구역질이 났어요. 아저씨, 저는 아저씨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 못하게 됐어요. 하나님이 계시다면 나한테 이럴수는 없잖아요. 교회에서 나한테 이런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해야 했잖아요.

 

아저씨는 아저씨 마음대로 날 다뤘어요. 내가 어떤 마음인지 신경도 안쓰고 그냥 아저씨 마음대로 했죠. 그리고는 덜덜 떠는 날 내려놓고는 엄마아빠한테 말하면 죽인다고 말하고 가라고 했어요. 무서워서 가방도 제대로 못매고 달려가는 나를 아저씨는 또 불렀어요. 뒤를 바라보니까 아저씨가 저한테 그랬잖아요.

 

오빠 그거 맛있지라고요. 아저씨, 저는 그 말 절대 못잊어요. 잊을수 있을리가 없어요. 이렇게 8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그거 절대 못잊어요. 아저씨가 저한테 했던 말이랑 행동이랑 난 8년이 지나서 이젠 열일곱살이 됐는데도 전부 기억해요.

 

아저씨, 만약 아저씨가 이걸 보고 있다면 내가 왜 이런걸 썼는지 궁금할거에요.

나는 아저씨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나 진짜 너무 괴로웠다고 지금도 괴롭다고. 정말 나는 내가 더럽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고.

 

어렸을 때는 내가 무슨일을 당했는지 몰랐지만 점차 커가면서, 성교육도 받아가면서 나는 내가 무슨짓을 당했는지 알게됐어요. 아저씨는 그 때의 내 기분이 어땠는지 모를거에요. 다른 모두는 졸아가면서, 킥킥 웃고 떠들면서 성교육을 받는데 나만 혼자 멍하니 있었어요. 나는 그걸 무시할수가 없었거든요. 성폭행 당하지 않는 예방법 이런것도 가르쳐주고 딴애들은 다 딴짓하는데 나만 딴짓 못하고 그걸 집중해서 들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만약에 옛날에 이걸 알았다면 나는 아저씨 말에 속아넘어가서 아저씨 차에 타지 않았을 텐데라고요.

 

내 또래 애들 보면서, 나는 왠지 저 애들이랑 내가 다른것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성폭행을 나는 감히 입에 제대로 담지도 못했어요. 그러고 집에가면 나는 맨날 너무 내자신이 불쌍했어요.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하필이면 나한테 그런일이 벌어진걸까? 맨날 생각했어요. 지우려고 지우려고 해봐도 기억이 지워지지가 않아요.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떠올라요.

 

아저씨, 왜 그랬어요? 왜 하필이면 나였어요?

왜 하필이면 아직 어린 꼬맹이에 불과했던 저를 건드렸어요? 왜 씻을수도 없는 끔찍한 기억을 저한테 줬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거 없잖아요. 그냥 길 걸어가고 있었을 뿐이잖아요. 내가 길을 걸어가고 있던게 죽을죄에요? 그게 죄라서 나는 아저씨한테 그런짓을 당한거에요? 아저씨한테도 저같은 딸이나 아들 있었을거 아니에요? 아들이나 딸이 아니더라도 조카가 있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친구의 아들이나 딸과 내가 비슷한 또래였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왜, 아무 생각없이 날 건드렸어요? 아저씨는 죄책감이 하나도 안들었어요? 난 고작 9살이었는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초등학생 2학년이었는데. 왜 나에요? 대답이라도 듣고싶어요. 왜 나에요? 왜 나였어요?

 

난 8년이 지났는데도 이 의문을 계속해서 품고다녀요. 내가 대체 뭘잘못했길래 그렇게 어렸는데 아저씨에게 걸렸던걸까. 난 왜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멍청하게 그걸 지우지도 못하고 계속 그 기억을 품고다니는걸까. 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제게 했던 행동을 생각할 때마다 온 몸이 벌벌 떨려요. 제가 진정이 안돼요. 그 때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너무 무서워서 목소리도 몸도 덜덜 떨려요. 8년이 지났는데 전 아직도 이래요.

 

아마 내가 어른이 되고 결국엔 할머니가 되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이 기억은 안사라질거고 계속 날 괴롭힐거에요. 나는 아저씨를 생각할때마다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울거에요.

 

아저씨 딸이나 아들이 이걸 봤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조카나, 아니면 아저씨의 친한 친구의 딸이나 아들이든 아저씨를 아는 사람 중 한명이라도 이걸 보고 이걸 우연히라도 아저씨한테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저씨가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게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저씨를 증오하는지도 알게됐으면 좋겠어요. 아저씨가 불행했으면 좋겠어요. 나같은 일은 아니더라도 사고를 당해서 전신이 마비되던지 아니면 부인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던지, 아저씨 친구가 죽고 아저씨 가족이 전부 죽어버린다던지 해서 아저씨가 불행해졌으면 좋겠어요. 제발 그렇게 해서 나처럼 슬펐으면 좋겠고 괴로웠으면 좋겠어요. 그 기억이 영원히 남아서 아저씨를 계속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나는 아저씨랑 헤어진 직후에 아저씨 얼굴을 잊었어요.

그래서 아저씨 얼굴이 잘 기억나지도 않고 아저씨가 뭐라 말했는지만 알뿐 아저씨 목소리도 이젠 희미해져가요. 그렇게 아저씨 얼굴을 잊고 아저씨 목소리를 잊어가듯 내 기억도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안되겠죠. 아마 영원히 남겠죠. 그리고 나는 이 기억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한 아저씨가 죽기를 기도할거에요. 아저씨가 이 세상에서 제일 비참하고 처참하게 죽기를 기도할거에요. 그리고 죽어서 지옥에 가기를 또 기도할거에요. 지옥가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나한테 속죄하면서 계속 고통받았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은 날 못지켜줬으니까 최소한 아저씨를 지옥에는 보내야돼요. 그래서 가끔 기도해요. 아저씨를 지옥에 보내달라고요. 과분한 소원은 아니잖아요. 이뤄질 수 있는 소원일거잖아요.

 

 

최근 성폭행이 자주일어나요.

일어난 여러사건들 중에 거기에 아저씨가 또 연루돼있을지 안 돼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제발 아저씨 손에 넘어간 여자애가 없기를 바래요. 아저씨 같은 쓰레기 손에 넘어가서 나처럼 괴로운 기억을 가지는 경험 안했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이제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할게요. 제발 죽던가 장애인이 되던가 가족한테 버림받고 하수구에 빠져서 멍청하게 인생살다 지옥가세요. 거지같고 개같고 멍청한 인생 살다가세요. 행복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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