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시어머니 안 보겠다고 한 상태이고, 남편도 제 마음을 돌리지 못해 중재하다가, 이제 저에게도 냉랭하게 구는 상태입니다.
다른 사람들 생각이 알고 싶어요.
저희는 맞벌이 부부인데 시어머니가 근처에서 아이를 봐 주셨습니다.
남편은 늘 늦게 퇴근하는지라 먼저 퇴근하는 제가 시댁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게 일과였습니다.
제가 좀 늦게 퇴근하면 너무 우울한 표정으로 힘들어하시거나 뭔가 다른 일로 야단을 치시거나 하셔서 퇴근길이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어머님이 전화를 하시더니 대뜸 남편 옷을 제가 잘 안 챙겨줘서 남편이 늘 오래된 옷만 입고 다니게 하냐고 소리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출근길에 시달리는 며느리에게 대뜸 전화로 소리부터 지르다가 뚝 끊어버리는 건 좀 심한 듯 하여 그 날 퇴근 후에 어머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정말 출퇴근이 힘들고, 퇴근 후엔 혼자 애 건사하느라 힘들고, 요즘 회사 일 많은데도 제대로 일도 못하고 퇴근해서 눈치도 보여서 너무 힘듭니다..남편 옷은 남편이 스스로 좀 챙겨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는 요지였습니다. 물론 언성 높히지 않고 둘다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끝냈습니다.
그런데 대뜸 다음날 퇴근해서 시댁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왜 집에 일찍 왔냐고 화를 내시는 겁니다. 정확히 옮기자면 "회사 바쁘다며, 왜 일찍 들어와, 일 바쁜데 일 더 하고 오지 집엔 왜 와"라고 싸우는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저는 그래도 조용하게 "어머니, 저 오늘은 그렇게 안 바빴어요. 바쁜 날만 어쩔 수 없이 늦는 거잖아요."라고 했더니 갑자기 고성을 지르기 시작하더군요. "왜 너 바빠서, 남편 옷도 못 챙겨준다며! 집엔 왜 빨리 들어와! "라고 하는데 제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머니, 제가 일 끝나면 제 자식 보고 싶어서라도 빨리 들어오지요."라고 했더니 "어디서 어른 말하는데 똑바로 대꾸를 해?"라고 하더군요.
아,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이제까지 쌓인 것도 있지만 저도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가며 아득바득 힘들게 회사 다니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냉랭하게 "내일부터 저희 애 봐 주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회사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뭐? 그 회사를 니가 왜 관둬? 너 그 회사 몇 년이나 다녔냐? 한 일년 다녔냐? 니가 집에 있으면 살림이나 제대로 할 것 같냐? 너 절대 회사 그만 두면 안 돼!"라고 하더군요. 저 10년 동안 회사 다녔고 지금 회사로 이직한 지 5년 됐습니다. 그 사이 육아 휴직은 있었지만요. 그리고 왜 시어머니가 제가 회사 관두는 게 된다 안 된다 하는지 무슨 권리인지 모르겠더군요. 제 직장은 정년까지 다닐 수 있고 연봉도 괜찮은 곳입니다. 시어머니는 늘 제가 집안 일 안 한다고 잔소리하지만 제가 돈 벌어오는 건 엄청 바라십니다.
저도 이제 화가 나서 "제가 회사 관둔다구요. 내일부터 애 봐 주지 마세요." 라고 하자 어머님이 어디서 말대꾸하냐고 소리를 지르길래 제가 "도대체 퇴근하자마자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같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라고 하며 제 얼굴에 주먹질 하는 시늉을 하더니 저를 뒤로 확 밀어 버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애를 안고 나오면서 "이제 다시는 어머님 안 봅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니가 나를 어떻게 안 봐? 니 마음대로 어디서 나를 보고 말고를 말해? 나는 너 평생 볼 거다"라고 하시길래 "그럼 제가 이혼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 뒤로 시어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애 계속 봐 줄 테니 내일 오라고 전화를 남편에게 하시더군요. 저는 그 뒤로 시어머니에게 애를 맡기지도 않고 보지도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중재를 하려고는 했으나 자기 마음으로는 어머님이 불쌍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건강도 안 좋으시고 힘들어서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거라고, 추석, 설 명절에만 보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추석에 시댁 큰댁은 가도 어머님 댁은 가지 않았고, 이번 어머님 생신에도 전화도 안 드렸습니다. 남편은 그 사이 마음이 많이 상해서 저에게 말도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군요. 어머니는 처음에 제가 남편 허리 아파서 남편이랑 이혼하겠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셨더군요. 그리고 뭐 이런 진흙탕 싸움이 다 그렇듯, 시아버지, 시누이 모두 뭔갈 오해를 하고 있지만 저는 더 이상 그 쪽이랑 부딪히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은 제가 너무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과한 겁니까? 참고로 이게 처음은 아니예요. 육아휴직 전에도 시어머님이 저를 너무 괴롭히셔서 싸우고 육아휴직을 시작했었습니다. 이번엔 절대로 그럴 일 없다고 호언장담해서 다시 아이를 맡기고 복직했는데 결국 이 사단이 났네요. 저도 참 가까운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어리석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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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 보니 왜 어머님께 애를 맡겼냐는 질문들이 많네요.
남편과 저의 회사 거리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저희 집이 남편 회사 근처입니다.
남편은 회사가 늦게 끝나지만, 차량도 있고, 육아에 대한 책임도 없는데,
저는 퇴근 후에 애를 봐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회사를 다녀서
저의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 시어머님이 애는 절대 남의 손에 맡기면 안 되고 가뜩이나 늦게 퇴근해서 피곤한 제 남편이 먼 곳으로 이사까지 가면 회사 어떻게 다니냐는 주장으로 저희 집 쪽으로 이사와서 애를 봐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옛날과 같은 사단이 일어날까 저는 무조건 싫다고 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은 시아버님과 같이 이사올 테니 절대 불화는 없을 거라고 하고 점을 봤는데 저희 애를 남한테 맡기면 큰일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점 같은 거 저는 전혀 믿지 않지만 어머님에겐 그게 아주 중요하십니다. 그래서 전세집도 저희 돈으로 얻어 드렸는데, 전세 계약하는 당일날 아버님 안 오시고 어머님만 오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예견했던 것과 같이 전 예전처럼 시어머니와의 불화에 시달렸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정말 멍청이같군요.
어머님은 우울증세가 명확히 있고 건강도 안 좋으십니다. 다만 아들 사랑이 너무 심하여서 아들과 손자가 힘들까봐 본인이 희생을 주장하였지만 막상 본인이 육아를 하니 너무 힘들어서 저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으신 것 같네요.
(일부 분들이 예측한 것처럼 돈은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세집도 얻어드리고 그 집에 가전제품 새로 사다 드리고 매달 육아비용 100만원 드리고 장도 따로 봐다 드렸습니다.)
어머님이 저를 주로 야단치는 게 주로 살림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남편 신경 안 쓴다( 남편 옷 안 사준다고 잔소리하셔서 브랜드 자켓을 인터넷 백화점 쇼핑몰에서 샀는데 인터넷에서 물건 샀다고 아들 옷을 2등급 물건으로 샀다고 저를 소리소리 지르며 야단치시더군요. 제 옷이 얼마 짜리인지 물으시고 왜 제 것만 사냐고 하십니다. 저 옷 비싼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집안 정리 안 한다와 같은 것들이요. 피곤하고 힘들어서 탈모가 생기면 집안에 머리카락 많다고 퇴근하자마자 야단을 치십니다. 저희 애 봐 준다는 마음에 다 참고 넘어가려 했는데 마지막에 터진 것 같네요.남편은 위와 같은 일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아프셔서 그러니 우리가 이해하자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