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스무살이고 대학교 1학년인...그냥 평범한 여자입니다.
학창시절 반에 조용하고 안경끼고 무뚝뚝하고 공부 잘하는 여자애...한명쯤은 있지 않았나요? 그 아이들 중에 하나가 바로 저였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달라질 건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조용하고 사람들 주위를 겉돌았습니다.
올해 여름.
그동안 꿈 꿔왔던 대학생활과 현실의 괴리, 부적응...
온갖 이유로 저는 대학에 들어간지 한 학기만에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친구들과 얘기하고 격려받고...그렇게 오랫동안 생각을 차분히 정리한 다음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도 그동안 제가 괴로워 하는 걸 제일 가까운 곳에서 봐오셨던지라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바로 지금이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과 얘기를 나눈 음식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제가 학교로 가는 길과 정반대 방향이고 또 지나갈 일이 전혀 없는 쪽이라
생긴지 꽤 됐다는데, 집과 겨우 2분 거리인데도 편의점 하나가 생겼다는 걸 그날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또 창문 쪽에 구인 쪽지가 붙어있길래 자퇴하고 남은 반년동안 집에만 있을 게 아니라 돈이라도 벌자 하는 생각으로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작년에 수능을 친 후에 친구들과 알바를 구하러 다니다 여러번 까인 경험이 있어서, 사실 전화하는 순간부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점장님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정말 의외의 일이라서 아 이렇게 인생이 조금씩 풀리려는 걸까(겨우 이걸로ㅜㅜㅋㅋㅋㅋㅋ) 싶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1학기 기말이 끝난 다음주부터, 방학과 동시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고 첫 사회경험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한테 어리버리하다고 장난식으로 많이 놀림 받긴 했지만 제가 그렇게 일에 서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점장님이 이거 옮겨라 저거 닦아라 시키는 걸 묵묵히 다 해냈습니다.
우리동네에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초면에 반말하고 닦달하고...제가 주간(아침 8시부터 오후 3시. 처음 2주간은 10시부터 5시까지 했었습니다.)이었는데 아침부터 술에 절은 아저씨들이 와서 야외 테이블에 서빙까지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점장님이 점심 쯤에 오셔서 거의 2시간동안 일을 시키고...냉장고에 있는 푸드들과 커피들을 다 꺼낸 다음, 바닥의 그 큰 유리판들을 저 혼자 하나하나 다 꺼내 잔뜩 쌓인 죽은 벌레들을 닦아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ㅎㅏ.....그렇게 일해도 시급 3500원...하루 7시간 월화수목금토일 휴일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손님 없을 땐 앉아서 일하는 구만 뭐가 힘들어? 주유소에서 알바하는 친구가 우리 편의점에 놀러왔을 때 그러더군요. 물론 다들 힘들게 알바하지만...원래 자기 일이 제일 힘든 거잖아요?
그냥 그렇다구요...
그때 알바한 시간을 체크해놨던 달력을 꺼내 보니까...
6월 16일 토요일(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부터 일을 시작해 일요일, 화요일(월요일은 마지막 시험이 있어서 일x), 수요일......이렇게 쭉~ 일했습니다. 그러니까 일한지 이틀째 되는 일요일. 편의점 앞에 경찰들이 서성이고 있더군요...알고보니 토요일날 교대할 때 딱 한 번 마주쳤던 주말 야간 남자애가 편의점을 털고 도망갔다고 합디다...
그 남자애 아버지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느라 (주중 야간)알바하는 오빠가 하나하나 없어진 걸 일일이 체크했다구 합니다. 그 오빠가 일을 참 잘해서 점장님 부부의 신망이 참 두터웠답니다.
음...제가 6월 19일~23일동안 10시부터 일해서 이 오빠와는 만날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 오빠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했으니까...
6월 20일 수요일에 도중회수금 입력할 때 실수로 0을 빠뜨려서 호되게 혼나고 집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새삼 나네요. 그리고 대망의 6월 22일 금요일...
점장님부부는 딴 동네에서 쌀가게를 하셨습니다. 일을 마친 후 점장님 차를 타고 쌀가게에 갔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그 오빠가 손수 적어놨다는, 손해배상청구 목록들을 제 손으로 입력했습니다. 글씨 되게 못쓰네...그런 생각을 하면서. 경찰서에 팩스를 넣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쌀가게를 나와 청국장이라는 음식점으로 향했습니다.
테이블 두 개. 한쪽에는 점장님부부, 쌀가게직원분, 그 직원분의 여자친구분. 이렇게 네 분이 계셨고 나머지 한쪽엔 저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었습니다. 좀만 기다리면 주중 야간 알바...그 오빠가 온다고 했습니다. 보쌈과 파전 시루떡...제가 입이 짧아서 접시는 거의 줄지 않았고 그렇게 회식이 시작된지 30분이 흘러서야 점장님부부의 환영인사와 함께 제 맞은편에 그 오빠가 앉았습니다.
술이 3잔정도 들어간 멍한 상태에서 저는 그렇게 오빠와 처음 만났습니다.
기억을 세세히 더듬다보니 글이 길어지네요
이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ㅜㅜ좋은 일 생기실 거예요
수능 보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