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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5

둥이 |2012.12.28 00:56
조회 523 |추천 3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네요ㅠㅠ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이번주 안에 끝낼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시작할게요~

 

 

 

 

 

 

 

 

 

 

 

 그렇게 한 주가 지나 저는 오빠와 2주만에 만났습니다. 오빠는 발주를 넣느라고 비품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인사하기도 전에 오빠가 절 발견하고 먼저 인사해줬습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좀 힘 없이 그리고 퉁명하게 옷걸이에서 유니폼 조끼를 빼 입으려 했습니다. 조끼들이 걸려있는 옷걸이를 쥐는 순간 오빠가 말해줬습니다.

 

 "네 꺼 없을 거야. 사장님이 몇 개 빨래하신다고 가져 가셨어. 내 꺼 입어."

 

 오빠가 조끼를 벗어줬습니다. 비좁은 비품실 안, 꽤 가까이에서 겨우 조끼였지만 오빠가 홱 벗는 모습에서부터 저는 이미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그래도 태연한게 사이즈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비품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오빠가 마른 편이었지만 남자 체형이라 그런지 제겐 좀 큼지막했습니다. 그리고 늘 오빠가 뿌리던 향수 냄새가, 오빠가 옆에 없는데도 풍겨와 저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카운터에서 정산을 하고 있는데 오빠가 뒤늦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 하면서 제 명찰을 챙겨 주더라구요.

 

 "오랜만이지?"

 

 아...그 인사는 너무 다정했습니다...

 

 그후 여름감기 같은, 시답잖은 얘기를 하다가 그 오빠가 편의점을 나갔습니다. 저는 도저히 가만히 있질 못하고, 들뜬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강아지처럼 카운터 주변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일을 보면서 간간이 핸드폰으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오빠한테서 카톡이 왔습니다. 자기 지갑이 있나 살펴봐 달라더라구요. 카운터와 컴퓨터 근처, 조끼 주머니에 이어 서랍을 열어보자 다행히도 지갑 하나가 얌전히 들어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하면서 좀 이따 찾으러 온다고 하더군요. 저는 대수롭지 않게 그러라 했습니다. 더운데 다시 오기 좀 귀찮겠다...이런 생각 잠깐 했던 것 같구요.

 

 카톡을 한지 얼마 안 돼서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반사적으로 손님인 줄 알고 고갤 번뜩 드는데 오빠였습니다. 오빠였는데,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당황했냐면, 그 순간 일어날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빠가 제 빤한 시선이 쑥스러웠는지 지갑을 달라고 강아지처럼 카운터 안으로 쪼르르 들어왔습니다. 저는 애써 태연하게 맨 밑 서랍을 열어 지갑을 건넸습니다. 데이트를 가나 싶었는데 결혼식장을 간다고 했습니다. 오빠는 컵라면을 먹는 테이블 앞에 앉아서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축의금을 얼마 내야할지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그곳에 아는 사람들이 많은지, 우유를 여러 개 사더군요.

 

 "너도 뭐 마실래?" 그러길래 "아니요, 괜찮아요."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말 없이 냉장고로 간 오빠가 유리병에 든 비싼 커피를 두 병 골라 왔습니다. "너두 이거 마셔. 이게 제일 맛있어."

 

 계산을 마친 오빠는 곧 떠났습니다. 눈부시고 들끓는 여름 속으로, 마이까지 쫙 갖춰 입은 채. 

 

 결혼식장에 도착했는지, 가는 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오빠가 얼마 안 지나 또 카톡을 했습니다. 지갑을 찾아서 기분이 좋아진 탓일까요? 아님 이 정도면 친분이 쌓였다고 생각한 걸까요. 참..명랑한 카톡이었습니다ㅋㅋ(저도 덩달아 기분 좋았는지 이때 카톡 캡쳐한 게 남아 있네요ㅋㅋㅋ)

 

 [요 안 붙여도 되는데ㅋㅋ나 스물 둘이야]

 [아...알았어..ㅋㅋㅋ]

 [근데 덥고 피곤하겠다ㅠㅠㅋㅋ]

 [나 여름에 태어나서 더위 잘 안 타 근데 오늘은 진짜 덥다 문닫고 에어컨고고]

 [여기 완전 시원해!!! 그거 미신이야!!! 난겨울에 태어났는데 추위 잘 타!!ㅋㅋ]

 [난겨울 좋은데 입김 나오는 거 재밌잖아 후후 부는 거 그치]

 [별루...난 걍봄가을이좋아]

 [내가 너 혈액형 맞춰볼게]

 [에이비형]

 [진짜어이없다...ㅋㅋ..제가 O형 같단 소린 들어봤어도 AB형은...]

 .

 .

 .

 [요 안 붙여도 된다니까 계속하네ㅋㅋ그냥 편한대루 해]

 

 아...존댓말이 입에 붙었나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처럼 친화력 좋은 사람도 없는데 왜 저랑은 그렇게 친해지기 어려웠던 걸까요. 저도 낯가림이 좀 있지만 저 정도 만나고 연락했으면 친해질 법한 성격인데도요. 앞으로의 인연 때문에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단지 우리가 연인이 되게 한, 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금세 친해졌다면 저는 그저 오빠가 알고 지내는 여자 친구들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불편함'이 우리 사이를 이렇게 발전시킨 게 아닐까요.

 

 

 

 

 

 그 다음주에 우리는 또 만났습니다. 그날도 어김 없이 카운터 정산을 하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오빠가 말했습니다.

 

 "나 이번주에 그만둬."

 

 그 말을 듣자마자 무거운 닻을 내린 것처럼 기분이 확 가라앉았습니다. 이제 좀 제 성격의 특성을 간파하신 분이라면 예상하셨겠지만, 역시나 저는 또 태연한 척하며 오히려 우는 소리를 냈습니다.

 

 "진짜요?(이쯤되면 존댓말 입에 붙은 거 확실하네요)아 부러워요...나두 그만두고 싶다."

 

 오빠는 그런 저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오빠 말로는 그때 제가 진짜 얄미웠다고...ㅜㅜㅋㅋ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죠. 다음주 주중에 인수인계를 마치면 오빤 편의점과 그대로 끝인 거니까요. 서운했지만 붙잡을 이유도 없고, 그만한 사이도 아닌 저는 그대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힌트는 조금도 없었고 아무 기대도 없었으니 그렇게 맘이 아프진 않았습니다. 이끌림은 있었지만 유난 떨 만큼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만날 사람은 꼭 만난다 하잖아요?

 아, 인연이란 정말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일을 나가지 않은 그 다음주 화요일, 정말 뜬금 없게도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오빠한테서 카톡이 왔습니다.

 

 [너 일할 때 남자애들 두 명 왔었지?]

 

 내가 실수해서 뭐 잘못 됐나?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아니...왜? 뭔 일 있어?ㅠㅠ]

 [오늘 와서 나 다음 하는 사람 번호 달래서ㅋㅋ너 좋아하나 봐]

 [헐???]

 [욱기디망!!! 농담하는 거지?]

 [아냨ㅋㅋ아닐꺼얔ㅋㅋㅋ]
 [헐?헐!나에게도이런날이!!!!뭐 장난치는 거 아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엉 진짜????!!!아니...시력이 좀 안 좋나???]
 [모야...모지 누구지!!!!기억해내라 이 멍충한머리야!!!!!]
 [엄청좋아한다너ㅋㅋㅋ]
 [근데내가일단안알려줬거든?]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시죠 아니면 얘입장물어보고 알려준다고했는데 또오면 알려줘?]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진짜직접물어보든가...]
 [나 같은 피해자만 생기자녀 혼자 김칫국 마시고ㅡㅡ]
 [야 나처럼 소심한 남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ㅡㅡ]
 [ㅋㅋㅋㅋ왜갑자기남자를대변하냐!!!난...난 그냥...ㅋㅋㅋ]
 [미아냉..]
 [암튼ㅋㅋㅋ웃긴당ㅋㅋㅋㅋ]
 [너한테 이런 날은 아직 안왔어?]

 

 이때 약간 이상한 느낌이 오더라구요.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정 전선은 커녕 그 근처도 못 가 본, 20년차 모솔인 저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게다가 그 날은 폭염이 며칠 째 이어져서 제정신이 아니기도 했구요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딱보면알잖아^.ㅠ]
 [난이미해탈ㅋㅋㅋㅋㅋ나중에 맞선으로 결혼할 생각까지 하고 있음ㅋㅋㅋㅋ](중매결혼을 낮잡아 보는 게 아니라 이제 20살인데 연애에 대한 환상 대신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웃기고 슬퍼서 한 소리였습니다ㅠㅠ오해하지 말아주세요...)
 [ㅠㅠ흑이렇게말하니까비참하지만..동정하지마...ㅠㅠ]
 [ㅋㅋㅋ야 너웃기다정말]
 [내가그런날만들어줄까?]

 

 왜 그렇게 눈치가 없었을까요. 보통은 이때쯤 눈치채지 않나요?ㅋㅋㅋㅋㅋ아 정말 지금 보니까 고구마 다섯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네요...


 [소개해준다고?일...년만...기다려줄래...?나살빼고...화장법도좀배우곸ㅋㅋㅋ]
 [아 살 안 빼도 된다니까 진짜](아마 전에 카톡하다가 제가 살 얘기 한 번 한 것 같습니다)
 [아니 좀만..오킬로만빼고!!!표준체형!!!](아오 답답이ㅋㅋㅋㅋㅋㅋ)
 [진짜 객관적으로 솔직히 왔던 애들보다 내가 더 괜찮다고 생각하거든?ㅋㅋㅋ]
 [야 나와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결국 오빠는 돌직구를 날렸습니다...ㅠㅠㅋㅋㅋㅋ


 [오빠!!!정신차려!!!!ㅋㅋㅋㅋㅋ]
 [오빠까지 왜 그랰ㅋㅋㅋㅋ장난치디망!!!ㅋㅋㅋㅋㅋㅋ]
 [왜]
 [싫어?]
 [아 잠깐만...이런적이없어서...헐...]
 [오빠나지금손떨릴지경이거든??ㅋㅋㅋㅋㅋ]

 

 경험이 워낙 없어서 그런 걸까요? 장난인지 아닌지...반신반의의 상태로 계속되는 저의 호구짓ㅠㅠ으로 인해 카톡내용은 별 진전 없이 계속 에돌기만 했습니다.

 

 [내가 방금 너의 숨은 매력을 하나 찾은 것 같거든?]
 [너 진짜 순진한 것 같아ㅋㅋㅋ뭐야 아무것도 몰라 내가 잘못 하는 거야 이거?]
 [아냐 안순진해!!!나 진짜 타락할대로 타락한 앤데...더우면 승질도 부리고 집에선 아무도 못 건드림ㅋ]
 [ㅠㅠ오빠 잘못 하는 거 없어 그냥 내가 호구여...]

 

 그렇게 말은 급격히 딴 곳으로 새어나갔습니다. 김도향이 부릅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ㅠㅠㅋㅋ연애지식이라고 해봤자 드라마나 영화에서 간접 경험한 것밖에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겠죠...라고 애써 제자신을 위로해봅니다. 누구나 처음은 겪는 것이고 타고 난 게 아닌 이상 서툴고 미숙하게 시작되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첫 연애를 오빠 같은 사람과 하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자 축복인 것 같습니다.

 

 [너 목요일에 뭐해?]
 [목요일 아무것도 안해!!!]
 [ㅋㅋㅋㅋ아 너무 광고하는 것 같다 암것두 안한다곸ㅋㅋ]
 [너 영화 도둑들 봤어? 나 그게 너무 보고 싶거든?]

 

 

 

 

 

 [나랑 보러 갈래?]

 

 

 

 

 

 

 

 

 

 

 

 

 

 

 

 연말에 올해 여름을 다시 돌이켜보니 참 애틋하고 행복하네요...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추천수3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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