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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 부린 놈 지갑을 주워 직접 찾아온 예의 바른 알바생

후지산폭발 |2008.08.16 06:22
조회 706 |추천 0

요즘은 나이도 좀 먹고 철없을 나이때 그랬던거 처럼 인사불성 될 정도로 과음은 안하는데 그제 대학때 단짝 술친구랑 만나서 좀 마셨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몇년만에 첨 만나는 거라 기분 내다가 그만 너무 취해서 동네에서 좀 추태좀 부렸나 봅니다. 제가 동네 단골 주점에서 술취해서 컵도 깨고 지갑도 내던져놓고 나왔다는데요. ㅎㅎ;; 어떻게 된 건지 저도 궁금해 죽겠지만 아무튼 저는 그날 술마시고 완전 개자식 된거죠.

 

제가 좀 곱상하게 생기고 평소 매너가 좋거든요. 왠만하면 과음 안하고요. 평상시에는 동네 친구 불러서 조용히 유쾌하게 마시고 갔죠. 그동안 그 주점 사장님에게 점잖은 사람으로 통했는데 이를 어쩔까요? 아마 그래서 더 놀라고 실망하셨을까 걱정이 되네요. 그 사장님이랑 같은 헬스장 다니고요(휴일날 낮에 운동하러 갈때마다 계시더군요) 12시 미사 가면 성당에서도 마주치고요. 서로 같은 동네 살아서 집도 어딘지 아는 사이예요. 거의 격일제로 들러서 술마시는 단골이거든요ㅎㅎ 취해서 욕설이라도 했는지 걱정되네요.

 

자초지정 좀 변명좀 하자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흥에 겨운 나머지 저도 모르게 절제를 못해서 그렇게 된거죠.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친구 녀석이랑 초저녁에 호프집에서 만났죠. 만나자 마자 반가운 마음에 욕이 절로 나오더군요. "야 ㅆㅂ놈아 반갑다. 못보던 사이에 완전 아저씨가 다 됐네. ㅆㅂ구려서 같이 못 다니겠다. 꺼져~ㅆㅂ놈아" "이런 삐리리 자식을 봤나, 여지껏 안뒈지고 살아있네? 이런 x새끼, 너 오늘 내가 술로 죽여주마. 못 마신다는 말 하지마라. 젓가락으로 배때지 구멍내서 술 빼줄테니까"..... 머, 대충 이런식의 인사가 오갔죠. 제가 욕 안쓴지 몇년 됐습니다. 제 말투는 엘레강스 그 자체고요 그 놈이랑 헤어진 후 욕 쓸 일이 없더군요. 그런데 학창시절에는 거의 말투가 저랬습니다. 남자들 친한 사이끼리 쓰는 말투죠. 욕설빼면 대화가 안되는...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유쾌하게 욕설을 남발하며 마시기 시작했죠

 

둘이서 가겹게 3천 마시고 근처 바에 들어가 양주 두병 까고 취기 좀 오르니까 이 놈이 기분좀 낸다고 룸있는 주점 끌고가서 아가씨 부르고 양주 몇병 까고... 거기 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마셨는데 나오니까 세벽 2시도 안됐더군요. 학창시절 기분 낸다고 삼겹살 집 가서 소주 댓병 비우고 나서 세벽까지 영업하는 단골 주점에 들어온거 까지 기억이 납니다.

 

거기서부터 기억이 안나요. 바로 집으로 들어갈 껄 괜히 아쉬운 맘에 질질 끌며 마시다가 완전 개 피 봤네요. 동네 자주가는 단골집에서 실수를 했으니 이미지에 타격이 좀....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그 친구랑 같이 마셨으니까 뻔했겠죠. 육두문자 써가며 망나니처럼 마셨을 듯 

 

더 미안했던게 낮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더군요. 손님과 알바생으로 자주 만나다보니 괜시리 친한 듯 한 느낌이 드는 생판 모르는 아가씨였죠 . 어제 지갑을 놓고 가셔서 지금 직접 전해드리겠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보통 제가 찾으러 가야하는데 일부러 지갑을 맡아서 건네주겠다고 하니 미안했죠. 지갑을 던져놓고 가셔서 보니 카드랑 이래저래 많아서 불안해하실 까봐 일찍 전화 드렸다고 주무시는데 방해한거 아니냐고 공손하게 말을 하는데 지갑을 놓고 온줄도 몰랐던 저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더군요.

 

아마 제가 꼬장부리고 다음날 직접 찾아가기 뻘줌 할 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지갑에 있는 연락처로  먼저 전화를 한 듯 싶은데 그 사려깊음에 정말 말이 안나오더군요. 지갑들고 직접 찾아왔는데 제가 거기서 컵도 실수로 깨고 알바분에게 안주 다 가져오라고 말도 안되는 농담하고 그랬다네요. 나갈때 알바분에게 계산하라고 지갑 던져놓고 휙 나가서 미쳐 전해드리지 못했다고 오히려 죄송하다고 하는데 정말 쥐구멍을 찾고 싶더군요.

 

낼 또 술마시러 갈려고 하는데요. 뭘 사가지고 가면 될까요. 사장님껀 내가 술팔아주니까 됐고 알바생 선물하나 사가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싸이즈 얼추 짐작이 되어서 옷 하나 사주려고 백화점 가려고 했는데 내가 옷 고른다는게 괜히 엉뚱한거 같고 그렇다고 반지나 악세사리 같은 것도 선물하기 그렇고 도대체 뭘 선물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여자친구 선물이라면 옷이나 악세사리 사주면 되니까 별 고민도 안 될텐데 선물 잘못했다가 알바분이 오히려 부담이나 가질까 걱정이네요. 암튼 감사의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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