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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금체불투쟁기. 5

아녹타민 |2013.02.21 18:10
조회 678 |추천 1

대부분 포털에서 임금체불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노동청에 신고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노동청은 법적으로 어떠한 권한이 있는 기관이 아니다.

노동청은 '신고'가 아니라, 내가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임금체불이 되었다고 '진정'을 하는 곳이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어 일을 처리하게 되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은 절대 친절하지 않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으면 한다.

 

 

 

당시 다른 알바들이 몇가지 알아낸 점이 있었다. 사장의 주민등록번호와, 현재 새로 연 사업장.

새 사무소는 서울 당산에 있다고 했다. 사장의 주소지 역시 여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서울 당산을 관할하는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서.. 우리는 진정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개같다.ㅡㅡ

수원서 서울 오가는 차비며 시간..  

 

그놈의 관할지역은 아직까지도 날 짜증나게 하고 있다.

 

 

 

진정서에는 대략 열다섯명 정도의 알바들이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3자대면날, 약속한 시간에 노동청에 나타난 건 7명밖에 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바들 사이의 접점이 없던 게 독이 된 것이다.

사장은 우리들 중에서도 일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던 일부에게 전화해 회유를 했고,

그들이 돈을 받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진정을 취하했다고 했다.

이들은 더이상 우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간질, 개별적 회유.. 이들의 특기임을 명심하고 단체로 움직일 때는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

 

 

당연히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근로감독관은 우리의 진술을 듣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이도 어리고 가뜩이나 억울하고 당장 생활비도 달랑거리는 애들이 뭘 안다고..

말하는 게 조금 버벅댄다 싶으면 제대로 말하라고 다그치거나, 됐다고 말을 잘라버리곤 했다.

제일 생활비가 급했던 한 알바는 거의 답답해서 눈물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우리 일곱명 중 한 명이 계속 사장하고 통화를 시도하더니 용케 통화가 되었다.

우리 지금 노동청 와 있다고 큰소리 빵빵 치면서 근로감독관에게 전화를 넘겨주려고 하자...

근로감독관은 그걸 왜 나를 바꿔주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의 실수는, 근로감독관이 적극적으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해 주고 정의를 위해 봉사할 거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행위, 즉 근로감독관이 직접적으로 사장에게 뭔가 압박을 가하는 말을 할 경우..

역으로 사장에게 고소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근로감독관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는 너무도 서러운 일이었다.

 

 

결국 전화를 받은 근로감독관이 한 말은 이랬다.

사장님.. 애들 어린데 월급 주시죠. 허허허.. 웃기까지 하면서..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심경이었다.

 

 

 

 

노동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명령'이 아니라 '조정'이다.

권유를 듣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진술서 작성을 마친 뒤 우리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물었다.

조정 권유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고 그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으며

우리는 체불금품확인원이라는 서류를 발급받아 따로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고 강제집행을 통해 돈을 받아내어야 한다고 한다.

 

 

형사처벌이래봤자 벌금은 우리 모두의 임금을 합친 것의 10%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전과가 남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이 단계 전에 합의를 보겠지만..

이 사장은 웬만하지 않았다. 전과가 이미 수두룩했고 겁날 게 없는 사람이었다. 벌금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민사소송? 판결? 경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결국 포기해버린다. 

 

임금 못받은건 난데.. 나쁜 사람은 사장인데..

왜 내가 돈쓰고 시간쓰고 마음 상해야만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ps. 뭐 고정레파토리이긴 한데 저날 전화받은 사장은 결국 노동청까지 간 우리들의 월급은 절대 주지 않겠다고 쌍욕을 했다.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anoctamin에서 쓰기 시작하였으며,보다 많은 사람이 보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네이트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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