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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 (3화)

윙윙 |2013.05.23 13:21
조회 4,863 |추천 6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이 짧을것 같네요..^^

 

 

 

 

 

 

당분간은 비가 오지 않았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덕분에 그 빌어먹을 후드새끼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다니던 경찰학원에도, 두 썅년들도 변화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도, 하루 이틀이 지나버리자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남들이 불타오른다는 금요일도, 나에겐 달라질게 없는 하루였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한다는 것뿐이었다.


“잔액 맞죠?”

“예 맞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딸랑딸랑...


전타임 알바생이 씽긋 웃어 보이며 편의점을 발랄하게 나갔다.

 

이 편의점에서 일한지 벌써 1년 가까이 되어가고, 저 년과 교대한 것도 어언 7개월 가까이 되어가지만, 이런 대화 이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안 해놓고 이렇게 인수인계하고 도망가는 날이면 더욱더 부아가 치밀었다.

 

마치 나가는 종소리마저 날 약 올리는 듯 했다.


나는 알바생년이 했던 말과 표정을 억지로 따라해 보았다.


“네, 수고하세요...윽!”


안하던 짓거릴 하려더니 역겨웠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평소에 하던대로 바닥 청소부터 시작했다.

 

 

사실 바닥청소는 비 오는 날 아니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리저리 페인트칠하듯 한번씩 슥슥 문지르곤, 다시 밀수건를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쳇 지랄하네, 수고는 신발......”


이제 할 일은 끝났다.

 

이 주변엔 술집도 없고 온통 주택 아니면 학원가라, 저녁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가만히 멍 때리는 것도 할 짓이 못되는지라 나는 핸드폰 충전기를 꽂기 위해 몸을 숙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놈의 콘센트는 쓸데없이 계산대 밑에 있었다.


“이제 끝이군......”


-딸랑딸랑


“어서오세... 으악!”


-쾅


급하게 일어나려다 머리를 계산대 모서리에 부딪혔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날 이렇게 만든 놈의 면상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건 곧 비열한 웃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 김 순경님 오랜만이네요. 하하하...”

“응, 오랜만이네. 머린 괜찮냐?”

“뭐 그렇죠. 그동안 꽤 뜸하셨네요?”

“음, 담배를 끊었거든.”


젠장, 그동안 이 짭새가 편의점에 오는 걸 반긴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담배를 얻어 필 수 있다는 점.

 

편의점 주인과 경찰의 사이가 꽤 친하다 보니, 유일하게 김 순경이 올 때만 같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허락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라니......


“그럼 어쩐 일로 오셨어요? 맨날 담배만 사가시던 분이......”


난 다소 심드렁한 어투로 말했다. 더 이상 담배를 태울 자유를 뺏겨버린, 소심한 반항이었다.


“아, 지명수배자 전단지 새로 나와서 가져왔지.”

“거기 두세요. 제가 나중에 붙일게요.”

“어, 수고 좀 해 줘. 그럼 갈게.”

“조심히 가세요.”

-딸랑딸랑...


급하게 이 순경을 보낸 나는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핸드폰에 충전기를 연결한 채 인터넷과 게임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하아......”



하지만 이 짓거리도 1시간을 채 못 넘긴다.

 

1년 넘게 알바를 했지만, 그 동안 대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지루함에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휘파람을 부는데, 눈앞에 지명수배전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어떤 병신들이 있으려나~...... 응......?”


숨이 탁 막혔다. 저번에 그 후드새끼를 봤을 때 그 느낌이었다.

 

왜냐면 전단지 속에 그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개미 오른쪽 뒷다리보다 작은 글씨로 써있는 후드새끼의 프로필을 읽었다.



“전과 3범? 살인은 초범? 하!”


와! 이 새끼 정말 대단하다. 라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옆 칸에 있는 전과 8범의 화려한 얼굴 앞에서 후드새끼는 그냥 후드새끼로 남을 뿐 이었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나는 서랍에서 거의 생명을 다한 청 테이프를 꺼내어 원래 있던 전단지 위에 나름 성의껏 덮어 붙였다.

 

다시 의자로 가려 하는데, 그냥 돌아서는 게 아쉬워 후드새끼의 사진을 톡톡 건들며 말했다.


“이런 성기밥같은 새끼가 어디서 가오 잡고 난리야? 퉤, 대학가서 스펙 좀 더 쌓고 나타나라”


후드새끼의 얼굴에 흐르는 나의 빛나는 타액을 보니, 전에 검누런 가래를 맞던 수모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아니, 나도 콧물에 코딱지까지 뭉쳐서 뱉을까 후회도 되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봐주기로 했다.


-딸랑딸랑


“헉”


갑자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 동안 나의 악행이 세상에 들통 난 듯 깜짝 놀랬다.

 

들어온 누구는 이상한놈을보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 마쎄 한 갑이요.”

“아, 예 2700원입니다”


빌어먹을 돼지새끼.


“아, 라이터도 하나 주세요.”

“300원 입니다.”


돼지가 쫙 달라붙은 청바지에서 낑낑거리며 백원짜리 두개와 오십원짜리 두개를 내밀었다.

나는 능숙한 솜씨로 금고에 동전을 집어넣고 돼지가 가기를 기다렸다


-칙, 칙, 화륵......


돼지는 시험 삼아 한번 켜보고 만족스러운 듯 ‘음’ 하며 편의점을 나섰다.

 

평소 같으면 분명 ‘안녕히 가세요.’ 라던가, ‘감사합니다.’를 외쳐댔지만 이번만큼은 반항을 해본다.

 

나는 돼지가 나간 문을 몇 초간 멀뚱멀뚱 쳐다보다.

 

그러다 다시 후드새끼의 얼굴을 봤다.


“이름이 한성철?......진짜 죽이려나......”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그 뿐 이었다. 오히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니, 죽여도 나한텐 큰 피해 오는 게 없다.


“설마 잡히고 나서 내가 시켰다는 개지랄 떨진 않겠지?”


잠깐 구치소에 수감된 나의 모습을 상상해 봤지만, 영 어울리지 않아 피식피식 거려본다.

 

문득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어있었다.

 

다시 카운터 의자에 앉아 쏟아지는 졸음을 편의점 라디오 소리와, 방금 투자한 딸기 맛 츄파츕스에 의지하여 대항하고 있었다.


-오늘의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맑겠지......”


-오늘은 중부지방에 구름이 많이 끼겠으며, 때에 따라 소나기가 몇 차례 예상되오니......


“소나기...... 비?!”


비가 온단다...... 비가...... 그 후드새끼도......

추천수6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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