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룸메이트 - (4화)

윙윙 |2013.05.23 13:28
조회 4,332 |추천 9

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이 짧을것 같네요..^^

 

 

 

 

 

“으음....... 물.......”


나는 후드새끼가 오든지 말든지, 알바가 끝나자마자 집에서 쓰러졌었다.

 

 

비가 온다는 소릴 듣긴 했지만, 알바가 끝날 때가 되니, 고시원에 빨리 가고 싶어서 그딴 건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어제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자서 그런지, 방안에 습기가 가득해도 목이 탔다.

 

 

나는 눈도 뜨지 않고, 평소에 물병을 항상 두는 곳에 손을 뻗어 물병을 잡았다.


-꿀꺽 꿀꺽.


지금 이 순간만큼은 게토레이 광고를 하는 소지섭보다 물을 더 맛깔나게 마실 수 있다.


“캬아~!”


나는 무슨 맥주 500cc는 원샷을 한 듯한 포효를 부르짖으며, 차가운 물이 내장 이곳저곳을 적셔주는 걸 만끽했다.

 

 

역시 물은 생명이다.


“아참.......”


문득 비가 온다는 게 생각이 나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방을 슥 둘러보았다.


“쳇,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집을 빌린다는 말도 다 뻥인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슬슬 알바시간이 다 되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그나저나 종일 문을 닫고 있으니 찝찝하구먼.......”


온몸에 송충이가 달라붙은 느낌을 받으며 방안에 그나마 있는 조그만 창문을 열었다.

 

 

확실히 지금은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밖의 사람들은 우산 없이 잘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응?”


문득 땅을 보니 땅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자는 동안 비가 왔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나 자는 사이에 왔다간 거 아냐.......?”


방을 여기저기 헤집으며 후드새끼의 흔적을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왔던 것 같진 않았다.

 

 

문을 잠그고 있어서 못 들어온 건가 싶었다.

 

 

나는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며, 세수라도 간단히 하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응? 왜 안 열려?”


마치 무언가가 문 앞에서 막고 있는 것처럼 문이 열리질 않았다.

 

 

나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 문을 발로 거칠게 밀어버렸다.


“뭐, 뭐야?!”


문에서 튕겨나간 물체는 물건이 아니었다.

 

 

순간 현기증이 돌아, 눈을 슥 감았다가 다시 떠본다. 분명히 잘못 본 것 일 것이다.


“젠장!”


문 앞에 쓰러져 있는 건 누군지 모를 여자였다.

 

 

기절한건지 문에서 튕겨져 나간 여자는 마른 수건짝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다음은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는 욕지거리를 뱉어대며 흐느적거리는 몸뚱이를 방안으로 들여다 놓았다.

 

 

방에 넣으면 뭐가 달라지는지 몰랐지만, 본능이 이미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헉, 헉 드럽게 무겁네.”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앉아 숨을 골랐다. 숨은 안정이 되었지만, 심장박동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일단은 책상의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정상된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 112를 눌러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포기했다.


“의심받을게 뻔해. 재수 없으면 깜방 갈수도 있어.......”


좀 더 침착하게 생각하기 위해 일단은 여자를 벽에 잘 기대놓았다.

 

 

체온과 맥박이 뛰는 걸 보아선 살아있긴 하다.

 

 

침대에 눕힐까 생각을 했지만, 옷이 흙탕물에서 씨름을 하고 왔는지,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이 후드 미친 새끼가.......!”


생각이 좀 정리가 되자 이 짓거리는 후드새끼가 했다는 결론밖에 안나왔다.

 

 

누가 죽여 달라고 했지, 사람을 패고 방 앞에 놔두라고 했는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욕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제야 여자를 보자 여자의 행색에 눈에 들어왔다.

 

 

빨간 원피스는 여기저기 흙에 범벅이 되어 있었고, 높은 킬 힐의 한쪽은 어디 갔는지 남은 한쪽만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다.

 

 

머리는 이미 산발이 되어 얼굴마저 안보이게 가리고 있었다.

 

 

이상한 건 여름인데도 목에는 붉은색 목도리가 감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일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칼을 뒤로 슥 넘겨보았다.


“헉.......!”


화장이 숯처럼 온 얼굴에 번져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난 분명 알 수 있었다.

 

 

박지혜. 경찰학원에서 하이힐을 신고 언제나 지각을 몸소 실천하던 년.

 

 

그리고 일주일 전엔 나의 바지에 똥물세례를 선사해 주었고,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피는 달콤한 담배를 앗아가 버린 년이었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기 전 집 앞에서 피는 담배는, 내가 담배를 빨고 있지만 담배는 내 영혼을 빨아들이는 맛이다.

 

 

그걸 빼앗은 년 이었다.

 

 

생각만 하면, 머리끄댕이를 잡고 화장실 소변기의 밀수건로 써버릴 년이지만 막상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봐요, 이보세요.”


일단은 깨우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수건에 찬물을 적셔 얼굴을 닦았다.

 

 

물론 이게 수건로 쓰이긴 했지만 지금의 이년얼굴보단 훨씬 깨끗할거다.

 

 

차가운 게 얼굴에 닿으니 몸이 움찔거렸다. 다시 찬물에 적셔 팔을 닦아내자 눈이 스르르 떠졌다.


“정신이 들어요?”

“.......”

“어떻게 된 거에요?”


겨우 깨어났는데 이년은 날 보자마자 눈물을 폭풍처럼 쏟아내며 손이 닳도록 빌기 시작했다.


“아니, 왜 빌어요? 왜 이렇게 됐냐니깐? 말 못해요?”


내가 계속 다그쳤지만, 여자는 손을 계속 비비며, 눈물을 쏟아냈다.

 

 

겨우겨우 깨끗하게 만든 얼굴이 다시 눈물, 콧물로 뒤 덮였다.

 

 

생각 같아선 머리끄덩이로 다시 얼굴을 가려버리고 싶었다.


“아나 진짜 말을 해보라고 그래야 도와줄 거 아니야?!”

“.......”


계속 지켜보니 아까부터 분명 입은 뻐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혀를 뽑아버렸나 싶어. 입속을 자세히 살펴봐도 혀는 갓 태어난 올챙이 마냥 힘차게 요동쳤다.

 

 

입안에 상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씩이지만 입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순간 싸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뭔가에 이끌린 듯 그녀의 목을 자물쇠처럼 감싸고 있는 목도리를 거칠게 풀었다.

 

 

목도리를 풀어낼 때마다. 그녀는 나의 손길에 겁을 먹어서인지, 움찔움찔 거렸다.


“헉...!”


목도리를 풀어낸 목에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성대다. 목을 째버린 뒤에 성대를 빼버린 것이었다. 말을, 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친절하게도 후드새끼는 목의 갈라진 틈을 꿰매 놓아주기 까지 했다.

 

 

게다가 지혈도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온갖 육두문자가 나의 목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나가!”


나는 이년을 억지로 세웠다. 다리가 풀린 듯, 다시 풀썩 주저앉았지만 다시 세워놓으니 어떻게든 서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다시 말했다.


“나가라고!”


그년은 쭈뼛쭈뼛 뒷걸음질치더니, 살짝 걸쳐진 하이힐을 벗어버리고 뛰어나갔다.

 

 

그년이 나간 뒤에 방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장에 숨겨놓았던 술을 꺼내들었다.


“꿈이야... 꿈이야...”


소주 한 병을 들이켰지만, 쓴맛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그년의 목의 꿰매진 자국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치 내 목이 째진 듯, 목젖이 시큼시큼 아파왔다.


“하아...하아...”


술이 들어간 탓인지 숨이 차기 시작했다.

 

 

평소에 4잔이면 가버리는 내가, 한 병을 원샷해 버렸으니 이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지경에 이르러도 정신은 제대로 박혔는지, 핸드폰을 집어 내 전타임 알바 년에게 문자를 날렸다


-오늘... 심한 식중독에 걸려 가지 못합니다.......


전송을 눌렀을까? 그것마저 기억나지 않는다.

 

 

맹렬한 술기운에 져버리고, 그대로 침대로 쓰러져 버렸다.

 

 

눈이 천근만근 동공을 짓눌러왔다. 모든 감각이 멈추어버리고, 마지막으로 청력이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기억하기도 싫은 소리였다.


-쏴아아아아아


문득, 어제 저녁에 들은 기상캐스터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 같았다.

추천수9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