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을 제 집처럼 들락날락 하면서 눈팅 하던 24여자사람 입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저는 중학교 마치고 바로 중국으로 유학 가서 지금 북경에서
대학을 다니는 졸업반입니다.
사정으로 1년 휴학을 했다가 올해 복학을 합니다. 유학생 기숙사가 부족한 학교 상황 때문에
자취를 결정하고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카페에서 룸메를 구하는 글을 보고 연락을 하여
한국에서 같이 살 룸메 얼굴을 먼저 보고 살기로 결정을 하고 북경으로 들어와서 새 룸메와 지낸지
일주일이 다 되갑니다.
근데 왜 제목이 룸메 남친의 제안 이냐구요?![]()
여태껏 유학생활 8,9년 중 손에 꼽을만한 황당한 일이 오늘 있었습니다.
제 룸메는 학과에서 필요한 실습 때문에 어제부터 집에 없습니다.
솔직히 룸메가 있으나 없으나 신경은 크게 쓰지 않지만 없으니 편하긴 하더군요.
느긋하게 일어나서 쉬는데 갑자기 카톡이 옵니다.
룸메 남친이었습니다. 자기가 급히 상의할 일이 있는데 지금 집에 있느냐 하는 카톡이었습니다.
룸메 남친이 나와 상의 할 일이 도대체 뭔가 싶어서 무슨 일이시냐고 물어도
카톡으로 하기엔 좀 그렇다며 집으로 오겠답니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알았다고 하고 도착하면 연락달라고 했습니다.
한시간 후쯤 도착했다는 연락에 1층으로 내려가(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인사를 나누고
얘길 하는데. 대뜸! 혹시 여자친구(지금 제 룸메) 가 실습에서 돌아오면 바로 지금 사는
집으로 들어와서 여자친구와 같이 지내도 되겠냐고 묻는 겁니다......
저는 놀라서 지금 우리 셋이서 같이 지내자는 말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더니 룸메 남친은 맞다고 합니다. 자기가 조용히 2층에서만 있겠다고 합니다.
현재 저희 집 구조는 1층 2층으로 나눠진 복층이지만 계단으로 이어져
따로 막혀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말하는 소리 움직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입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이유로 같이 지내려고 하시냐고 이해가 안된다고 황당해하며 물었더니,
여자친구랑 2년을 같이 이 집에서 살았는데(두사람이 동거했단 사실을 처음 오늘 처음 알게됨) 자기가 이사를 가서 새 집에 적응하려니 힘들고 여자친구 걱정도 되고 보고싶어서 같이 지냈으면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여자친구를 지켜주고 싶다나 뭐래나.
자기는 그냥 가만히 있을 건데 집세는 3분의 1로 다시 나눠 내니까 더 저렴하고 괜찮을 거라고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황당해서 웃었습니다.
저는 24 룸메는 23 룸메남친은 무려 27 입니다.
27 성인남자가 여자친구랑 같이 있고 싶어서 원룸에서 자기, 자기여자친구, 룸메인 저 와 같이
지내자고 하는 제안이 정상적인 겁니까?
룸메 남친의 황당한 제안에 저는 잠깐 멘붕이 왔다가 다시 정신을 잡고 말했습니다.
원래 2년을 같이 살았는데 좋으면 계속 살지 왜 이사를 갔냐고. 새로 룸메를 구한다고 글을 올렸으면
이미 서로 얘기가 다 된건데 잘 이해가 안간다고. 두 사람이 같이 살았건 어쨌건 관심 없고 이미
서로 얘기가 다 됬고 집세까지 다 지불도 끝났는데. 이제와서 이러시는건 좀 아닌거 같다고.
만약 상황을 바꿔서 내가 내 남자친구랑 지금 집에서 지낸다고 한다면 같이 사는 룸메가 얼마나
불편하겠냐고 말이죠. 2층에선 1층이 다보이는데(1층을 제가 씁니다) 편안해야 할 집에서 내 돈
내고 불편하게 신경쓰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요. 하다못해 옷갈아입고 샤워하는 일조차 윗층 상황
봐가며 해야하는데 정말 그러기 싫다고요.
최대한 이성적으로 차분히 얘기를 마치고. 룸메 남친은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면서도 아직
룸메가 돌아오는데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더 고려를 해달랍니다.
집으로 올라와서 혼자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27먹은 성인남자가 저렇게 생각이 없나... 어린애 데리고 동거도 모자라서
보고싶고 걱정되니 집에서 셋이 같이 살자니.......................... ㅎㅎ 참.
룸메남친의 어이없는 제안에 남친과 룸메가 다시 보일 지경입니다.
룸메는 제법 어른스러운 편이라고 생각했고, 5일 정도 같이 지내고 지금은 실습을 갔지만
지내는동안 예의도 있고 사교성도 좋아 보여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남친과 동거를 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고.... 이런 남친을 가졌다는것도 충격입니다....
저도 4년 넘게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유학을 하는 남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난 이렇게 오래 유학을 했어도 적어도
제 주변에선!!!!!!!!! 걱정할만한 관계의 사람들은 본 적이 없고 저 또한 그렇게 남자친구와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황당한 일을 겪고 나서 왜 그렇게 사람들이 유학생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지...
마음속으로 와닿게 느꼈습니다.
혼전 동거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게 옳다 그르다 말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혼전 동거를 좋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룸메와 룸메남친이 죽고 못살아 같이 살았다는데 뭐 제가 할말이 있겠습니까만은....
둘이 살때랑 남과 살때는 다르다는걸 두 사람이 좀 인식했으면 좋겠네요.
룸메남친 말이 룸메에게 같이 사는걸 말했더니 룸메는 언니(글쓴이) 한테 물어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게 물어볼 문제인가요? 성인 둘이서 생각 좀만 해보면 이건 물어봐서 될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안 들까요? 룸메가 먼 지방으로 실습을 가서 전화도 안 터지는 상황이라 룸메에게는 아직 직접적으로는 어떤 얘기도 듣지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휴학하고 한국에서 군생활 중인 제 남친에게 전화해서 오늘일을 말했더니
남친이 하는 말이.
" 미친놈....... 세상에 지들만 연애 하나. 같이 사는게 사랑하는거냐? "
남자친구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욕은 하면 안되지만 정말 욕나올뻔 했거든요.
모르는 사람과 한 집에 산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라는걸.
세상에 철없는 남자와 여자가 너무 많다는걸.
너무너무 깨달은 하루였습니다.ㅎ
셋이 같이 살자는 룸메 남친의 제안... 정상 아닌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