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 많기도 했던 우리 살림살이는
시골에 있는 시댁 컨테이너 박스에 꾸역꾸역 쟁여 두고
장롱하고 옷가지하고 기타 몇 가지만 챙겨서 친정으로 들어가던 날,
짐정리도 안 도와주고 하루 종일 종적을 감췄던 남편은
오밤중에야 '내가 바로 술이 만들어 놓은 떡이요'하는 몰골을 하고 나타났어요.
뭐 그런 상황에선 마음이 심히 괴로워야 하는 게 어쩌면 정상일터인지라
별다른 얘기를 못 하겠더군요.
다 들어먹고 빌붙겠다는 자식이 뭐가 이쁘다고
부모님께선 큰 방을 우리 부부에게 내어 주셨는데
계속 횡설수설하는 남편 큰 방으로 끌어다 눕히고,
그 옆에서 천정만 바라보고 누워 있는데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빚 얘기 꺼낸 이후로 그나마 하고 있던 일도 접어 버리고
그야말로 백수생활을 시작한 남편에 대한 걱정,
언제까지 친정에서 이런 몰골로 살게 될지,
벗어날 수는 있을지 하는 불안함 등으로 쉽사리 잠이 오질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쉽사리 잠 들지 못하는 밤은
그 이후로도 쭈우욱 이어지게 됩니다...
남편은 왼종일 집에서 잠만 자거나
왼종일 밖에 나가 들어오지 않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하루를 어찌 보냈든지간에 어둔 시각에는 술에 젖어 있는 상태일 때가 많았구요.
그런 사위를 바라보는 친정부모님의 심기가 편하실 리가 있겠어요?
그러다보니 부모님의 곱지 않은 시선,말투의 강도가 점점 세지기 시작했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제파악불가 사위와의 갈등은 자꾸 늘어나게 됐지요.
그것만으로도 제 마음은 이미 충분히 지옥을 헤매는 듯한 상태였는데
거기다 밤마다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면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치가 않은 증세까지 생기기 시작하면서
저의 심신은 나날이 자꾸만 피폐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도 남편은 음주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고,
그 옆에서 저는 쾡한 눈으로 어두움을 바라보며 멍하니 누워 있었는데
누군가가 들어와서 제 발 밑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거예요.
머리 길고 흰 한복같은 걸 입은 여자였어요.
어? 뭐지? 누구지?
이런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던 것 같은데
그 다음엔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여자가 문인지 벽인지를 그냥 무사통과해서 말 그대로 스르륵 하고 들어왔던 거를 깨달았기 때문이었어요.
사람이 아니구나...
그 생각을 하니까 미칠 것 같았어요.
눈이 마주쳐도 안 될것 같았어요.
옆에 있는 남편을 깨우고 싶었지만
움직이는 게 겁이 나서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잠시 후 옆에서 잠을 자던 남편의 입에서
커억 커억 하는 숨이 막힐 때 나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남편을 미친 듯 흔들어 깨웠죠.
내 덕분인지 눈을 번쩍 뜬 남편,나를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그러더군요.
꿈을 꿨는데 어떤 머리 긴 여자가 자기 배 위에 걸터 앉아서 자기 목을 막 조르더라고...
그 얘길 듣는 순간 진짜 소름이 좌악 돋는데..글 쓰고 있는 지금도 제 등이 서늘해지려고 함.
아마도 그 귀신이 들어 와서 저와 남편 중 초이스를 누구로 할까 쳐다보다가
남편한테 달라 붙지 않았나 싶어요.그죠?
암튼 그 날밤 우리 부부는 본의 아니게 갑자기 애정모드가 되어
서로 미친 듯 끌어 안고 잠을 청했으나 불면의 시간은 계속 되었다는...
그런데 그 땐 그런 현상을 겪고도 부모님께는 차마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유구무언 불효녀는 그냥 가만히 입 닫고 있는게 최선이었으므로...
그 다음 사건은 집에서 제사를 지낸 날 생겨납니다.
제사상을 늦은 시간에 큰 방에다 차리는 관계로
저희 부부는 그날 침대가 있는 작은 방에서 잠을 청하게 됩니다.
그날도 저는 여전히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천정쪽으로 얼굴을 바로 하고 조금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내 왼쪽 귀 바로 옆에서 어떤 여자가 히히힛 하고 웃는 거예요.
아...그 기분 나쁜 웃음소리..
지금 다시 내 등 서늘해짐...
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냥 놔 둬.
그 소리를 들어서 였을까요.
그 이후로는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조용하더군요.
혹시 꿈을 꾼건 아니었냐구요.
전 확신합니다.
잠을 자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그 소리 들으면서부터 정신은 더욱 말똥말똥해져서
결국 날 꼴딱 새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네요.
그날 저희집이 제삿날이라 조상님께서 다녀가시다가
저 해꼬지하려는 언년이를 제껴주신건 아닌가 하는..
.아무튼 그 일 있고나서 전 친정엄마께 조심스럽게 제 얘기를 전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사위도 미운짓 해대서 골치인데
딸내미까지 이상해지니까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엄마께선 예의 그 ㄷㅅㅈㄹ교의 '높은 양반'을 집으로 모셔서 기도해 주시길 청하게 되는데...
얘기도 다 안 끝났는데 점심시간은 다 끝나가네.
어쩌지?
어쩌긴요.
나머지 글은 3부로 패스하는 수밖에...
직장에서 잠시 쉬는 점심시간에 휘몰아치듯 쓴 글이라 두서가 없을지라도
일단 무작정 올리고 보죠 뭐.
수정 작업은 일단 저지르고 본 후에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