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격하게 아끼는 후배를 만났어요.
둘이서 가볍게 소주 세 병 자빠뜨리면서 나눈 대화는
인생에 있어서 젤 중요한게 자식이냐 나냐 였는데
쉰이 다 되어가는 나는 단언코 나였음에 반해
아직도 젊고 이쁜 이 후배는 자식때문에 미치게 싫은 남편과 헤어질 수 없다고 하네요...
글쎄요.잘 모르겠습니다.
그녀와 나 어떤게 더 나은 삶의 방식인지...
단지 대화하면서 애써 눈물을 참느라 뻘개져 있던
그녀의 눈이 자꾸 생각나 헤어져 돌아온 이 시간까지 맘이 자꾸 무겁습니다.....
각설하고.전편에 이어지는 제 얘기나 풀어보렵니다.
오늘 얘기는 전편에 언급한 ㄷㅅㅈㄹ교의 '높은 양반'이 집으로 찾아오기 전의 일이예요.
미리 언급하자면 저는 직업이 물리치료사입니다.
지금까지도 개인병원에서 근무중이구요.
그 때 S면 살 때도 역시나 일을 계속 하고 있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 비해 지극히 소규모이긴 하나
어쨌든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직장으로 S면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치료를 받으러 다니시던 분들 중에 중년 남녀 한쌍이 있었더랬어요.
중년인데도 부부라 안 하고 남녀라고 하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요?
그래요.느낌 아니까...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던 여자와 직업이 뭔지 참 애매하게 느껴지던 그 남자는
둘 다 무속인이었습니다.
여자는 내가 봐도 강한 신기가 있는 반면
남자는 그냥 따라다니며 굿 할 때 도와주고 뭐 그런 정도의 비중이었던 것 같았지요.
본인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병원 와서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자가 워낙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보니 병원신세를 꽤 오래 졌고,
오래 얼굴을 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한마디씩 던져주는 말이
신기하게도 맞아 떨어졌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서로가 오픈하고 지내는 분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여자분이 어느 날 절 보더니 갑자기 그러시는 거예요.
대주가 객사를 하게 생겼다고.
길 한복판에서 이리비틀 저리비틀 하는데 몸이 온통 붉은 색인게 눈에 보인다고.
십중팔구 비명횡사일 듯 하다고.
그리고 새벽마다 집에 못 있고 밖으로 뛰쳐 나가 괴성을 지르고 다니는데
그게 본인 뜻은 아니라고 그럽디다.
그 얘길 들은 순간 진짜 소름이 좍 돋더군요.
그 당시의 남편 모습이 어땠냐면
잠 잘 때는 분명히 옆에 있었던 남자가 새벽녘에 무심코 눈을 떴을 때 어디론가 없어지고
빈 자리만 덩그라니 일 때가 많았었거든요.
살고 있던 아파트가 초등학교 바로 옆인데
어느 날 밤인가 자다가 또 없어진 남편의 행적을 알길이 없어
잠 못 자고 뒤척거리다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듣고
직감적으로 남편인걸 알아채리고 그 새벽에 나가서 데리고 온 적도 있었더랬죠.
그러니 제가 당연히 소름이 돋을 수 밖에요.
그 여자분은 계속 해서 제 남편이 하는 이러저런 행동을 흉내내더니
대주랑 둘이 본인들 신당을 한번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듣고 나니 참...심난하고 두렵고 그렇습디다.
그래도 저로선 선뜻 그 신당인가 뭣인가 하는데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혼자서 껄쩍지근한 맘으로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실업자 남편 덕분에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집근처에서 투잡을 하고
(투잡이 뭔지는 나중에 설명이 필요할 듯 하나 여기선 그냥 패스.)
걸어서 귀가 하는 길에 차도 한복판에서 갈짓자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녜,맞아요.그게 바로 제 남편이었습니다...
정말 제 눈에는 남편 몸에서 그 여자분이 말한 붉은 색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술이 취해 혀가 확 꼬부라져서
마누라 끝나는 시간 맞춰서 내가 마중 나왔지 그러는데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내 다리가 얼마나 후덜덜 떨리던지...
음....그새 한시가 넘었네요.
댓글 서너개 올려주신 거에 혼자 고무되어
남편보다도 더 좋아하는 꿀잠도 안 자고 이게 뭔짓이라니 대체...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게요.
지금부터 핸드폰 던지고 저는 급수면 들어갈랍니다.
그나저나 후배랑 둘이 마신 소주가 전혀 취하질 않아 조금 애석한 맘이 드는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