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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더 이상 노인들한테 자리 양보 안 하렵니다

지하철애용자 |2015.02.26 08:13
조회 164,205 |추천 645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지하철에서 할아버지 두 분 덕에 아주 황당한 경험을 했네요. 몇몇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제 경험담 들려줬는데도 그 당시 생각만 하면 분이 가시지가 않아 푸념이나 하려 처음으로 판에 글 남깁니다.

이제 슬슬 3월이 다가오는데 봄옷이 하나도 없어서 지난 토요일에 엄마랑 오랜만에 나들이 겸 쇼핑을 하러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양 손에 쇼핑백을 들고 지하철에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 좋게도 자리가 두 자리 나서 엄마랑 나란히 앉았습니다. 쇼핑백은 무겁기도 하고 다른 승객들한테 걸리적 거릴까봐 머리 위 선반에 놓았고요.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니 어느새 할아버지 두 분이 제 앞에 서 있더라고요. 제가 앉은 좌석이 노약자석도 아니고 저도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파서 그냥 앉아갈 생각이었지만, 앞에 계신 할아버지들이 서로 "어이구 자네 다리도 안 좋은데 앉을 자리 어디 없나.." "에이 놔둬 어차피 노인네 금방 죽을 운명인데" 거리며 눈치를 하도 줘서 자리를 한 분한테 양보했어요.

고맙다는 말도 없이 냉큼 앉으시더라고요.ㅎㅎ 그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의 옆자리(우리 엄마 자리 말고. 엄마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심)가 비어 서 계시던 다른 할아버지가 앉았어요.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문제는 또 얼마 후 여자 두 명이 짐보따리를 들고 지하철을 타면서 시작됐어요. 두 여자는 2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고 동대문쪽에서 지하철을 탄 걸 보니 아마 재봉하는 데에 필요한 재료 같은 걸 산 게 아닐까 싶어요.

여튼 그 여자분들도 짐이 그렇게 걸리적 거렸다면 위쪽 선반에 올려놓으시지(짐도 우리 짐보다는 훨씬 적었어요) 계속 낑낑거리고 다리 아프다 찡찡거리더라고요.

그걸 두 할아버지가 보더니 "젊은 친구들, 젊은데 고생하네. 여기 앉아" 하면서 자리를 양보하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저는 벙찌고, 그 때까지 계속 그 할아버지들 옆에 앉아 계시던 울 엄마께서는 제 손을 잡아 끌어 할아버지들이 일어난 자리에 앉히시며 "아니 애가 자리 양보해줬는데 그 자리를 다른 새파랗게 젊은 사람한테 양보해주는 게 말이 되나" 하시며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하셨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께서 하신 말씀 중에 틀린 말씀은 없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 둘이 "에이그 저렇게 못 돼 처먹어가지고.. 이래서 대한민국 아줌마들 싸그리다 태워 죽여버려야 한다니까" "젊은 친구들 저기 개념 없는 아줌마 말 무시하고 여기 앉아요" 하시며 그 젊은 여자 둘 중 하나를 앉히고서는 내릴 때까지 우리 엄마랑 대한민국 아줌마 욕을 하더라고요.

욱해서 한마디 하려고 하니까 엄마께서 제 손 잡고 말리시며 괜히 지하철 막말녀 같은 동영상이 찍히는 게 아니라고, 우리가 더 많이 배워먹은 것 같으니 참자고 귀에 대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모처럼 엄마랑 새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기분 좋게 집 가는 길에 기분 잡쳤습니다..ㅠㅠ

당연히 모든 노인 분들이 저러시진 않겠지만, 자리 양보해줘봤자 다 부질없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 다리 포기해가며 자리를 양보하냐던 친구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 거 있죠...

평소에 노약자석 표시가 된 곳은 자리가 생겨도 찜찜해서 안 앉았고, 머리가 좀 희끗하다 한 분들한테 웬만해서 자리를 양보해드렸는데 이런 제 행동들이 갑자기 한심하게 느껴진 하루였네요.
추천수645
반대수42
베플ㅇㅇㅇ|2015.02.26 12:53
가만보면 진짜 그 강을 건너야 될 노친네들이 많아요
베플벌레개시러|2015.02.26 14:59
근데 오히려 그런분보다는 자리양보하면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휴 감사합니다 뭐 복받을거에요 라고 말씀하시는분이 은근많아요 글쓴이는 사람 잘못 걸린듯.ㅠㅠㅠ 힝
베플블랙러시안|2015.02.26 18:19
앉으라고 해서 괜찮다, 고맙다, 얘기안하면 그냥 다시 앉아버려, 호의가 권리인줄 아는 새끼들은 그래도됨
찬반난여자|2015.02.27 10:14 전체보기
난 뭐가 잘못됬는지 모르겠다? 자리양보 억지로 한거예요? 할아버지분께서 앞에서 무슨말을 하시든 자리양보를 하든 안하든 강요한거 아니고 본인이 판단해서 자리양보해놓고~ 그할아버지 눈에는 손자나 딸같은 아이가 힘들어하니 자리 양보할수도 있다고 생각드는데 님이 양보한 자리라고 다시 님이 꼭 거기 앉아야 하는건가요? 그런거 아니자나요 그 할어버지께서도 좋은마음으로 양보하신건데 뭐가 잘못되었다는건지 모르겠네 그런 심보라면 자리양보하지말고 그냥 쭉~ 편하게 앉아가세요 자리좀 양보해놓고 생색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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