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제대를 했다. 아직은 짧은 머리와 쉬는 시간이
익숙치 않을무렵. 난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냉동생선을 나르는 일을 했고
특유의 서글서글한 성격때문인지 아주머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중 한 아주머니를 난 아직 기억한다.
자전거 바퀴가 삼백서른 세바퀴정도 돌때쯤 지나가는
그아주머니의 가게앞엔 유난히 내또래의 젊은이들이 많았다.
항상 웃는 낯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아주머니는
그녀만의 특별한 메뉴를 우리를 위해 내어놓곤 하셨다.
커피! 그런 커피를 마셔본 사람이 이글을 읽는 사람중
있을지 모르겠다.
생선비늘을 떼던 손으로 끓여 오시던 커피잔속엔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가 들어있곤 했다.
은은한 커피향속에 숨은 투박한 우리네의 비린내
어쩔땐 생선의 비늘이 커피속에 들어있을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아주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이녀석들아! 예전에 그 누군가가 왜 버들잎을 띄워놓지
않았더냐! 거 왜 체하지마라고...."
뜨거운 커피를 냉큼 들려마실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아주머니의 그 넉넉한 마음앞에 그냥 웃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나역시 그런 아주머니가 좋았다.
그 아주머니는 나의 7번째 배달나가는 집이었지만
어느날부턴가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생선을 배달하는 나를 보았다.
나의 자전거 바퀴는 어느새 돌아가고 있었다.
가장 신선한 생선을 그 집에 가져다 주기위해....
그날도 아주머니는 그 의자에 앉아 있다.
잘기억은 나지않지만 "하이팩"인가로 불리던 그 의자는
아마 허리를 보호해준다던가 그랬던거 같다.
아마도 젊었을때부터 고생을 하셨기에 허리와 다리가 무척
불편하신거 같았다.
아주머니 여느때와 같이 그 불편한 다리로 내게 커피를 끓여 주셨고
난 그제서야 물어볼수 있었다.
"저희에게 왜 그리 잘해주세요?"
아주머니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일찍 남편을 여윈 그녀였기에 아들의 존재는 그녀에게
남편이자 신앙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런 어미의 믿음이 부담이었던지 그는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고
어느날!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때 어떤 누군가를 따라 집을
나갔다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의 나이가 14살때의 일이었다.
아주머니의 과거를 회상하며
힘없이 내딛는 자전거 바퀴밑으로 툰탁한 무언가가 밟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의 비명소리 "아!"
그제서야 난 누군가의 발을 밟았다는 생각을 했고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내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여봐! 사과는 해야 될꺼 아냐?"
굵은 목소리 한눈에봐도 그건 결코 좋은 교육을 받은
점잖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수있었다.
조금은 겁이 났다. 그리고 주위를 보니 내가 밟은 건 사람의 발이
아니라 바로 손이 었음을 알았다.
두다리가 절단된체 조그만 바퀴를 단 수레위에 구걸통을 든 사람
내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얼굴! 그러나 그얼굴엔 굵게 난
칼자욱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난 사과를 했고 다시는 그를 보지 않길 바라며
자전거 바퀴를 내딛었다.
그러나
세상은 참 묘했다.
그는 어느새 내 두번째 시장친구가 되었고
아주머니의 가게를 들리고 점심이 오면 그는 나의 유일한
점심 친구가 되었다.
시장은 참 좁았다. 나도 모르게 나의 소문이
수산물시장에 풍기는 비린내보다 빠르게 번져나갔고
난 어느새 내 의도와는 달리 장애인을 돕는 착한 학생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우쭐해졌다. 그런 말에... 그래서 그날후부텀 더욱
그와 친해질수 밖에 없었다.
"너 요즘 소문이 짜하더라 시장에 착하다고..."
"아니예요 아주머니"
"그래! 나도 착해져보자 내일 그사람 데려오렴 밥이라도 한번
해먹이게"
아주머니는 집나간 아들이 생각되는 듯 그를 측은해 했고
나역시 아주머니의 그런 마음이 고맙게만 느껴졌다.
다음날!
그와 난 아주머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여느 없이 그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난 아주머니를 불러댔다.
순간 당황하는 그
마치 벌레가 기는 마냥 추한 손짓으로 그는
반대쪽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고
부르는 나의 외침에도 소용없이 그는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 그에게는 달리는 거였다.
그러나 그의 달리기는 나의 걸음보다 못했고 곧이어
절름걸이며 따라온 아주머니에게도 잡히고 말았다.
그의 얼굴!
석고로 조각한 얼굴인듯 그렇게 굳을수 있을까
땅을 보며 살아야 하는 그임에도 그는 굳은 얼굴을 땅으로
계속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일그러진 아주머니의 얼굴
"주....주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