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남자입니다.
친구 녀석들에게 물어도 철 없는 소리만 해 대고 어디 말할 데가 없어서 여동생 아이디 빌려서.. 글을 써 봅니다. 결혼생활 3년차인데 아직 아기는 없습니다. 사실 와이프랑 결혼 전에 1년 정도는 신혼생활을 즐기다 아이를 갖자고 했는데 3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네요..
둘 다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고 1년정도 지나면 빨리 낳아서 기르자는 입장이라 피임만 안하면 바로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병원에도 가 봤는데 둘 다 별 이상이 없다고 하고..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인공수정에 도전해야하나 싶은데...와이프도 저도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용기는 없어서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얼마 전부터는 하늘에 뜻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즐겁게 사려고 노력하는데 와이프가 너무 우울해 하네요.. 아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지나가는 아이들 보면 눈을 못 떼요.. 저도 아이 좋아하고 사촌 누나들 아이 낳을 때마다 매번 장난감이나 쥬스 사들고 발도장 찍은 적이 많은데 조카도 아니고 지나가는 아이도 꼭 인사하고 지나갈만큼은 아니라..
일요일에 교회에서도 결혼 전부터 아이들이랑 보내는 일을 많이 하고 있고요.. 제 앞에서는 내색 안하려고 하는데 내색 안하려고 하는게 눈에 보여서 솔직히 맘이 아픕니다.
스무살 때 와이프를 만났습니다. 대학교 동기였는데, 한 살이 많아서 그 때는 그냥 친한 누나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적당히 연락하고 지냈었는데..영화도 본 적도 있고 둘이 밥도 먹고.. 좀 더 가까워지다 싶을 때 제가 군대를 갔었고.. 와이프가 원하는 진로가 있어서 휴학을 오래하는 바람에 전역 이후에도 마주치는 일이 좀 잦았습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저를 좋아하고 있는 게 보이더군요. 솔직히 저는 그 때 와이프 마음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상처를 줬습니다. 나중에 와이프 말로는 그때 무지막지하게 상처받았다면서 그 때만 이야기 하면 뾰로통 해요... 제가 술 먹고 와이프가 너무 예뻐보여서 하면 안 될 짓을 해서..ㅠ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철이 없었습니다. 많이 반성합니다..
와이프는 바로 복학을 해서 학교를 다녔고 저는 휴학해서 공부를 하다 다른 사람을 만나긴 했습니다.. 그 때는 감정에 솔직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와이프가 눈에 안 보이니 딱히 생각이 난다거나 그립거나 하진 않더군요.. 또 괜찮은 여자 주변에 보이면 만나보고 싶고 하니.. 여차저차하다가 그때 만나던 여자분이랑도 헤어지고 다른 학교로 가게 되어서 와이프를 생각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한 곳에서 마주친 이후로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친구처럼 지냈을 때에도 이상하게 와이프랑은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몇 번 있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말이 진짜 맞는건지.. 그렇게 연락 끊기고도 또 마주치고 나니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운명론 같은걸 믿는 편이라서요..ㅎㅎ
연락을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오겠다고 하길래 만나면 웃어줄 줄 알았는데 찬바람 쌩쌩이더라고요.. 솔직히 많이 당황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와이프도 예전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거든요. 오히려 제가 더 기분이 약간 상해서.. 아직도 그 때 일로 화가 나 있느냐고 했더니 그 때부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더군요. 둘 다 술김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는 말이 기억이 납니다. 저도 우스운게 그렇게 솔직히 말해주고 나니까 마음이 동해서 그게 그렇게 또 예뻐보이더라고요.. 누가 날 이만큼 좋아할수도 있구나 그런 벅찬 감정도 들고.. 고맙기도 하고.. 나쁘게 말하면 정복감같은거고...좋게 말하면 흐뭇함이었겠죠..당연히 고마운 마음이 제일 컸고요 ㅋㅋ
와이프 굉장히 예쁘거든요.. 신입생 땐 예쁘단 말 나올 정도 까진 아니었는데.. 오히려 와이프는 나이 먹을수록 계속 예뻐져서 주변인들 사이에서 예쁘다는 소문도 많이 나고 그랬어요. 그 날 그렇게 울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놀란 것도 사실 와이프가 그 정도로 절 좋아하고 있을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고.. 평상시에 제가 오히려 와이프가 한 살 많고 아무리 친구처럼 지내도 약간 어려워하고.. 저는 활발하고 말도 많은 편인데 와이프는 말도 가볍게 하는 타입이 아니라 와이프 앞에서는 말조심 하느라 여러 번 애먹었습니다.. 군대 휴가 나와서도 친구들이랑 같이 해서 여러번 만났었네요.. 되돌아보면 와이프는 그때도 절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여럿 모인 자리에서 조용한 분위기가 싫어서 이것저것 말 할 때가 많은데..10번정도 말하다 보면 두 번정도는 말실수를 하게 되더라고요.. 아차 싶다가도..그럴 때는 눈 부릅 뜨고 지적하는 바람에 기죽은 적도 많고 저만 보면 늘 철 안들었다고 핀잔줘서...그 때에도 담배 끊으라는 잔소리만 1년을 들은 것 같네요.. 아무튼 절 좋아하고 있다는 건 눈치도 못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한도 내에서 연락도 주고받고 하다가 연애도 하게 됐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연애후 결혼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장모님이 처음에 절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진 않으셨거든요.. 그 때 제가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와이프도 대학원 다니고 있던 때라서요..ㅠ저희 집 도움을 많이 받은 편입니다.
와이프는 저와 만나기 시작할 때 쯤 졸업했고.. 후에 의전 시험에 합격해서 지금 레지던트 1년차라 굉장히 힘들어 해요. 집에 못 오는 날도 많고요.. 저는 프리랜서처럼 일을 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날도 있고 회사를 나가는 일도 있고..일이 불규칙적이긴 합니다.. 일이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제가 집안일은 많이 하려고 합니다. 저도 밑으로 여동생 하나 있어서 웬만한 궂은 일은 제가 다 하고 자랐네요ㅠ 다만 저희 집이 와이프네 집보다는 넉넉한 편이라서 금전적으로 도움을 조금 많이 받아 시작해서 그런지 와이프가 의사인데도 저희 어머니 보면 아기가 아직 없는 것이 많이 눈치가 보이는지 너무 어려워합니다. 사실 장모님이나 저희 엄마나..두분 다 맞벌이를 하셨던 분이라 아이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계시고..안생기면 안생기는대로 사라고 하시는데..와이프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눈치가 보인답니다..말은 그렇게 해도 손주 보고 싶어하실 거라고 ㅠㅠ..
게다가 얼마 전부터.. 병원에서 밤을 새는 날이면 꼬박꼬박 문자가 오거나 전화가 와서 제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더라고요..연애 때 질투 같은건 크게 한 적도 없고..ㅋㅋ 술먹고 늦게 집에 들어가도 별 말 안하던 사람이라...얼마 전만 해도 그게 귀여워 보였는데 이제는 나를 못 믿어서 그러는 건가 싶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ㅠ 저 정말 하늘에 맹세코 한 눈 판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진지하게 물어볼만 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밥 먹다가 농담조로 왜 매번 집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 하려고 하냐면서 내가 암만 여자를 좋아했어도 그 정도로 되바라진 놈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더니 와이프가 정색하면서 옛날엔 많이 만나고 다녔냐고 따져 묻더라고요 ㅠㅠ..
결혼 전 진지하게 만났던 여자친구는 딱 한 명이고 나머지 세 번의 연애는 분위기에 휩쓸렸거나..일단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짧게 만났던 거라 만난 것도 아닙니다.. 돌아보면 늘 표현도 제가 많이 하고 한 살 어린것도 어린거라고 애교도 제가 많이 부리는 편인데도 와이프는 마음 한 구석 어딘가 불안한 모양입니다. 결혼 한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와이프는 저를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좋아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남자친구를 안 사귀었던건 아닌데 굳이 세어보자면 5년 정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놀랐습니다. 그렇게 길다고는 생각 못했고 와이프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만나게 된 거라 꿈만 같단 소리를 결혼 직후에는 여러번 했었습니다. 그 땐 어이가 없다는 듯이 ㅋㅋ 세상에 이런일이 있냐면서.. 웃으면서 말해서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고맙기도 해서 잘해줘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이제 벌써 결혼 3년 째인데.. 몸도 마음도 힘들어진 와이프가 비슷한 말을 할 때면 속도 상하고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쓸데없는 불안이거든요..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데.. 제가 좀 덜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아이가 없으면 제가 바람이라도 날 것 같아서 그러는 걸까요?
와이프가 좀 여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와이프가 절 좋아하는걸 몰랐던 시절에 제게 대했던 것처럼 도도하고 당당했으면 좋겠는데 남부럽지 않은 번듯한 능력도 있고 얼굴도 예쁘고 밖에서 누구보다 평판이 좋은 와이프가 이상하게 집에 있어도 우울해하고 ㅠㅠ 먹을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저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열한시 쯤 되면 배고프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ㅎㅎ 기분 전환 해주려고 야식먹을까 물어봐도 살찌면 안된다고 토라져서 시무룩 해있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조언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