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던 제가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안녕하세요~ 수원사는 흔녀입니다.
그 남자 분이 판을 보실 것 같진 않은데...간절한 마음에 써보아요.
오늘 KTX 제 옆자리에서 제 타입의 남성분을 만났어요!
동대구에서 1시 30분 수원경유 서울행 KTX를 탔고, 18호차 3A에 앉았습니다.
처음엔 누가 복도쪽 자리에 앉아있길래, 창가자리인 저는 비켜달라고 눈으로만 신호를 보냈고
그냥 젊은 남자가 옆자리구나 하는 마음만 있었어요.
제가 미니 크로스핸드백 말고 약간 큰 가방을 하나 더 어깨에 매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그 가방을 좌석 위에 올려두려다가, 사람이 많아 복잡하기도 하고
또 무거운 가방을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게 옆사람 때문에 불편할 것 같아서
그냥 제 자리 다리쪽에 내려두기로 했어요.
KTX가 좁잖아요? 그래서 조금 낑낑대면서 가방을 내려놓고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 남자분이 저를 쳐다보는 겁니다.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고 있던 저는 'O'??하는 멍한 표정으로 입모양을 봤는데
대충 "가방 위로 올려드릴까요?"라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잠시 '어..'하고 고민했지만 가방이 무거워서 좀 뻘줌하기도 하고 해서
"음...괜찮아요" 하고 말았더랬죠. 그 때 그분과 제대로 눈이 마주쳤는데 헛...
제가 딱 좋아하는 타입의 남성분이시더라고요 '0'
그간 의식하고 만나온 건 아닌데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분들을 줄곧 만나왔더라고요.
근데 그 분이 딱 그런 느낌이 오는 분이었어요!
괜히 별 생각없이 베푼 친절 한 마디에 그 때부터 제 자리는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ㅋㅋ
점심을 못먹어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려고 사온 빵은 가방 속으로...ㅋㅋ
왠지 먹다가 체할 것만 같아서; ;
저는 기차에서 잘 못 자는 편이라 늘 깨어있지만 다른 분들은 보통 기차를 타면
핸드폰 좀 만지다가 자거나 하시던데, 그 분도 저처럼 기차에선 못자는 타입이신지 뭔지
계속 깨어있으시더라고요. 하....그래서 자꾸 신경쓰이고 불편하고ㅠㅠ
근데 또 말은 걸어보고 싶고...하지만 미친 여자 혹은 가벼운 여자로 보일 것만 같아
용기가 안나고ㅠㅠ
친구에게 '옆자리 남자 내 타입이야! 나 어떡해???'하고 카톡했더니
친구는 명함을 줘봐라, 빵을 건네면서 좀 드실래요?하고 말을 걸어봐라,
용기있는 여자가 좋은 남자를 얻는다 라며 자꾸 부추기더라구요; ;ㅋㅋ
하지만 남자분은 처음에는 코레일 잡지를 보다가, 나중에는 계속 핸드폰을 보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카톡하는건가 싶었는데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소심한 저는...티날까봐 곁눈질 조차 제대로 한번 못하고;;
그렇게 그 남자분을 보냈습니다ㅠㅠ
이런 적도 처음이고, 진짜 뭐 영화나 드라마처럼 말 걸고 번호주고 그런 건
환상일 뿐이고....그냥 집에나 가자!하고 마음을 내려놓은 저는 수원역에 도착했을 때즘
딱 한마디 남자분께 물었어요.
"수원에서 내리세요?"
왜냐면 그분이 내리지 않는다면 비켜주셔야 하니까..ㅋㅋㅋㅋ
그 남자분도 제가 수원내리는구나 싶었는지 제가 고개를 돌려 그분을 보자마자
저를 보시더라구요. 마치 대답할 준비를 한 사람처럼..
'어, 나도 수원내리니까 마음 조급해하지마라'라는 뜻이었겠죠.ㅋㅋㅋ
뭔가 아쉬운 마음에 기차에서 내려서 수원역 입구정도까지
저도 모르게 남자분을 따라갔...어요. 사람이 많아서인지 천천히 걸어가시더라구요.
그러다 수원역 입구쪽에서 갑자기 몰려드는 인파에 그 남자분을 놓쳤습니다 흑흑.
키가 크신 분은 아니었는데, 정말 호감가는 분이었어요.
엄청 잘생기거나 조각같은 외모가 아니지만 선하고 차분하고 깔끔한 인상의 그 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아, 말이라도 걸어볼 걸.
핸드폰 메모장에 할말 적어서 보여주기라도 할 걸. 자꾸 생각나고 아쉬웠습니다.
이런 적 한번도 없었는데, 저도 정말 이상하고 어이가 없네요.
그래도 용기 내볼 걸 그랬어요...거절당해도 한번 보고 말 사람인 걸
'여자친구가 있을거야' '거절당하면 민망하잖아' '나 이상한 여자로 보면 어떡해'하고
왜 그렇게 고민했나 몰라요. 인터넷에서나 종종 어떤 사람들이
길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분을 마주쳐서 자기도 모르게 따라갔다고 하면,
괜히 좋아보이지는 않고 그랬었는데 제가 그런 경험을 했네요..하하^^;;
인연이라면 다시 마주칠거라는 건...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한거겠죠?ㅠㅠ
이 넓은 수원에서 어떻게 찾나요. 아쉬운 마음에 네이트판에 글을 써봅니다.
2월 10일 수요일 동대구>수원행 1시 30분 기차 18호차 3B석에 타셨던 남자분!
회색 코트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으시고 백팩에 종이가방 하나를 드셨었는데.
혹시 검정색 긴머리에 핑크색 코트를 입은 저를 기억하시려나요?!
낯선 사람을 보고 말 걸고 싶다고 느낀 건 처음인데.
정말 인연이라는 건 있을 수 있을까요.......?
엄청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좋겠네요ㅠㅠ
여러분 모두 얼마 남지 않은 휴일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