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이어지는 판 쓰다가 순서가 뒤바뀌었네요.)
결혼하고 아내가 그랬습니다.
"결혼하고 3개월 정도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편하게 살고싶어."
평소 아내가 과소비를 하는 성향이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부터 어렵게 일을 해서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착각을 해서)라는 걸 알고 그러자고 했습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 각자 버는 돈은 각자 통장에 두고 결혼 전에 들었던 보험이나 각자 카드값에 지출하는 형태로 3개월 정도 생활을 했고, 큰 문제가 없(는걸로 착각을 해서)어서 그대로 14개월 동안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고, 출산을 앞두고 회사에서 무료로 재무상담을 해주는 것이 있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회사에서 무료로 해주는 재무상담이 있는데, 상담을 받으려면 3개월 동안 가계부를 써야하고, 상담 받으러 오기 전에 모든 재무 상태를 정리해서 가져오라고 하니까 지금부터 내가 가계부를 쓸게"
이 말에 아내도 동의했고, 아내의 급여계좌와 제 급여계좌 먼저 정리를 했습니다. 결혼하고 생활비 지출은 주로 제 명의의 카드로 했고(다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각자 카드로 생활비를 쓰고, 카드 대금은 아내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물론 제 월급의 대부분은 아내 통장으로 매 월 이체를 했음), 전세 대출 받은 것을 상환하다 보니 제 급여계좌 잔고는 100만원 내외를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급여계좌는 당연히 1천만원 정도는 있을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도 잔고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보고 공인인증서를 달라고 해서 계좌 내역을 봐야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공인인증서를 내주는 아내. 결혼하고 난 이후부터의 거래내역을 봤는데 한 2500만원 정도가 저와 상의없이 지출된 내역이었습니다. 처제의 라섹 수술비용, 처제 용돈, 처남 술값.....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엑셀로 내역을 내려받아서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지출 내용과 뿐만 아니라 어디서 들어온지 모르는 큰 금액의 거래내역에 표시를 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들었습니다.
네. 몇개월이 지난 일이니 모를수도 있지만 한달에 200만원 정도 버는 생활에서 한꺼번에 50만원 이상이 드나드는 거라면 2년 안에는 기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적어도 1년 정도는 기억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아까 언급했던 처제의 라섹 수술비용, 처제 용돈, 처남 술값....이것도 아내가 기억해낸것이 아니라 제가 그 당시 있었던 큼직한 일들을 기억해내면서 혹시 그거 아니야? 라고 했을때 아내가 맞다! 그런것 같아. 이렇게 대답한 것들입니다.
저의 생각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결혼하고 난 후부터 누가 돈을 많이 벌어오는가와는 상관 없이 부부가 번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다. 그래서 지출이든 수입이든 서로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1~2만원 가지고 건건이 서로에게 보고하고 상의하면서 살기는 힘드니 10만원 이상 한꺼번에 지출되는건 쓰기 전에 상의를 해야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급여계좌를 정리해보니 결혼하고 나서 2500만원 정도 되는 너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1000만원 정도 되는 돈이, 월급은 아닌데 너의 통장으로 들왔다. 이건 또 뭔지 모르겠다.
아내는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친정에 돈을 빌려주었다고 합니다.
가족끼리는 돈거래를 하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가족끼리 어려울때 서로 도와주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합니다. (이건 생각의 차이라서 아내에게 강요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의를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말했습니다.)
별개의 일이긴 하지만 처가뿐만 아니라 처제와 처남 모두 변변한 직업도 없고, 빚도 조금씩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빌려주었다니 믿어야지요. 그럼 언제 받을거냐 했더니 받았다고 합니다. 현금으로 받았는데, 생활비로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장에 들어와 있는게 없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생활비는 각자 명의의 카드로 알아서 결제를 했는데.....대금은 아내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했지만 매 달 제 월급의 대부분을 아내 통장에 이체를 해주었습니다. 아무튼 빌려주었다던 현금 그게 합쳐서 8백정도 됩니다. 빌려준 돈을 이체가 아니라 현금으로 받아서 생활비로 썼다면 우리는 2명이서 한달에 180만원씩 생활비로 지출을 한겁니다. 밑반찬은 저희 집에서 해다주셔서 식재료비는 그다지 많이 들지 않고, 일주일에 2번 정도 고기 먹었고, 2주에 한번 정도 외식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저는 옷이라고는 와이셔트 긴팔 3벌, 반팔 3벌, 바지 4벌. 이거 외에는 산적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돈이 샌걸까요?
속에서는 천불이 났지만,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경제관념이 다르다는걸 깨달았으니 이제부터 잘하자는 생각으로 앞으로는 가계부를 내가 계속 쓸거고, 가족끼리 돈거래는 절대 없으며, 지출이나 수입은 서로 상의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에 합의를 했습니다. 또한 지금 밝혀진 것 외에 제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지금 말하라고 했으며, 아내는 이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아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계좌가 있었고, 거기서도 저 모르게 돈이 왔다갔다간 흔적이 있었으며, 그렇게 4번이나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아....안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결혼할 때 저희 부모님이 전세자금 대부분을 주셨고, 은행 대출(1000만원)과 제 돈(2000만원) 보태서 작은 전셋집 얻었습니다. 평수가 크지 않아서 혼수 들어갈 것도 없었고, 세탁기, 냉장고, 침대, 에어컨은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혼수는 같이 했습니다. 물론 은행 대출도 같이 갚아 나간 것이구요.
제가 고심끝에 얘기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전세 자금을 주신건 종잣돈 같은 개념이다. 둘이 열심히 잘 모아서 더 좋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라는 의미로 돌려받을 생각 없이 그냥 주신 돈이다. 하지만 너의 경제관념이 그렇고, 결혼하고 나서 너가 그렇게 돈을 나몰래, 물론 너는 빌려준거고 모두 돌려받았다고 하지만 도저희 납득이 되지 않는 돈이 1500만원 정도다. 그래서 내 생각은 지금부터 재산은 각자 관리하고싶다. 너가 번 돈은 너가 어떻게 쓰든 상관하지 않겠다. 마찬가지로 내가 번 돈은 내가 알아서 쓰겠다. 노후 준비도 각자 하고, 다만 생활비는 반반 내며 생활하자. 그리고 지금 살고있는 전셋집의 보증금 중에 우리 부모님이 주신 돈은 내가 다 갚아나가겠다.(저는 차 구입할 때 딱 한번 아버지께 1천만원 빌린적이 있는데, 차용증을 쓰고 모두 갚았습니다. 저희 집의 경제관념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너와 내가 반씩 나누고, 나중에 그 지분만큼 나눠서 분배하고, 혹시 집을 사게되면 서로 보탠 금액에 맞춰 지분을 나눠 등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그럽니다. 혼수는 내가 다 해오지 않았냐.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옷장, 이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가 골라서 결제를 한거지 너가 해온건 아니다. 카드 결제내역 보여줬습니다. 결혼 3주 앞두고 카드 결제를 한거라서 결국 결혼하고 제 월급 통장에서 카드값이 나갔으니 너가 해온건 아니다. 굳이 그렇게 하면 결혼 전 2000만원 모아서 전세자금에 보탠거는 내가 갖겠다 해서 아내는 본전도 못 찾고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속이 후련합니다.
결혼/시집/친정이 있다면 결혼/장가/처가 카테고리도 있어야 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