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초 결혼한 서른한살 새댁입니다.
가끔 톡보다가 행복한 제 신혼생활 남겨놓고 싶어서 글 써봐요.
저는 작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그때까지도 모태솔로였어요.
음...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괜찮은 외모에 속해염....
예, 안믿으시겠죠 ㅋㅋㅋㅋㅋㅋ
그냥 그때까지 맘에 드는 남자도 없었고 혼전순결주의여서 시덥잖은 연애만 하려는 남자들한텐 철벽을 쳐왔어요.
공부하고 직장 다니다가 스물여섯일곱쯤부터 남자를 만나볼 생각이었어요.
근데 딱 스물일곱에 엄마가 암선고 받으셨어요.
것도 위암말기.
수술해도 힘든 상황이어서 집에서 요양하셨죠.
저는 하던 일 그만 두고 집에서 집안일 하면서 엄마랑 시간 보냈어요.
엄마아빠랑 남동생 저까지 참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더라구요.
병원에서 말한 3개월은 넘겼지만 2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참 힘들었어요.
매일매일 눈 뜨면 제일 먼저 엄마 살아계시나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냥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한순간도 평안한 적이 없었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나니 더 죽을맛이더군요.
매일 꿈에서 깨면 제가 울고 있고 엄마 흔적만 남은 집은 숨막히게 외롭고 저희 세식구끼리 서로 괜찮은 척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살았는지.
탈모가 왔을만큼 힘든 시절이었어요.
제 동생은 결혼할 짝이 있어서 결혼시켰고, 엄마 유언 따라서 아빠도 새장가 보냈어요.
두 분 사이가 좋으셔서 엄마 보내고 아빠가 유독 힘들어하시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빈자리는 사람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겠길래 아빠 장가가시라고 떠밀어서 금방 새짝 맺어드렸어요.
다행히 새엄마도 좋은 분이셔서 잘 지냈지만 그래도 어디 제 엄마만 하나요.
저랑 사이좋던 아빠도 더이상 온전히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사무치게 외로웠어요.
내 편 없고 나만 혼자인 느낌.
저도 엄마 유언대로 제짝 찾아가야겠다싶어서 소개팅하기 시작했어요.
남편 만나려고 그랬는지 정말 별로인 사람들만 나오더라구요.
일년 반을 고생하다 지금 제 남편을 만났어요.
롱디라서 연애기간 열달 중 얼굴 보고 사귄 건 석달뿐이지만 매일 두시간 이상씩 통화하면서 나름 깊게 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제 인연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암튼 1년도 안돼서 결혼했는데 이거 뭐 너무 꽃길입니당~
우선 저를 너무 아껴줘요.
제 호칭은 늘 공주야~아니면 애기야~입니당ㅋㅋㅋㅋㅋ
어찌나 우쭈쭈하는지 아주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유난이에요.
어쩌다 저 아프다고 하면 난리가 납니다.
물도 못 떠마시게 밥 사다 주고 약 사다 주고 침대에만 눕혀놔요.
한번은 손가락이 좀 깊게 베였는데 병원에서 물 들어가면 안되고 접히는 부분이라 자꾸 벌어져서 위험하다고 반깁스를 해줬어요.
저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겨준다는 거 겨우 말리고 머리 감겨주는 걸로 합의봤네요.
제가 아직은 음식이 서툴어서 별로 맛이 없는데 한번도 맛없다고 한 적 없고 늘 맛있다면서 먹어줘요.
나도 혀 있다고 짠 거 안다고 말하면 죽어도 자기 입엔 딱 맞대요.
남들 앞에선 정말 과묵한 편인데 저랑 둘이 있으면 애교가 넘칩니다.
늘 혀짧은 소리도 말하고 가끔씩 춤도 춰주는데 남들은 바쁜 남편이 잘해주냐고 물어봐요.
그럴 때마다 정말 나 혼자 보기 아깝단 생각뿐이에요.
한번은 회사 회식 때 여직원이 취미 물어봤는데 남편이 와이프 얼굴 쳐다보기라고 대답해서 다들 놀라 자빠졌다네요 ㅋㅋㅋㅋ
회사에선 상남자 이미지거든요.
근데 진짜 취미가 제 얼굴 쳐다보는 거...
밥먹다가도 엄청 흐뭇한 표정으로 저 쳐다보고 있고 제가 쫑알쫑알 얘기하면 세상 행복한 얼굴로 저 바라보고 있고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옆에서 막 이뻐죽겠단 표정으로 저 쳐다봐요.
그러다가 갑자기 막 키스하러 들어와요 ㅋㅋㅋㅋㅋㅋ
자기 감정에 못이겨서 저를 덮칩니다.
가끔씩 쌩뚱맞게 저한테 진짜 내꺼 맞냐고 물어보면서 행복한지 으스러지게 꽉 안아주는데 웃겨죽겠어요.
제가 외모 괜찮은 편이라고 말씀 드렸지만 그래봤자 연예인만큼 예쁘겠습니까.
어디가서 이쁘단 소리는 꽤 듣는 편인데 전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해주시는 말씀이려니 생각해요.
근데도 남편은 제 실제 외모보다 더 예쁘게 느끼는 모양이에요.
어쩜 이렇게 예쁘냐고 늘 감탄합니다ㅋㅋㅋㅋㅋ
티비에 여자연예인 나와서 제가 예쁘다고 하면 항상 니가 더 예쁘다고 말해줘요.
떠보려는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보기에 정말 예뻐서 저 연예인 진짜 예쁘지 않냐고, 난 저런 얼굴이 너무 예쁘다고 얘기하면 답답하다는 듯이 니가 훨씬 예쁘다고 말해줍니다.
저더러 넌 니가 쟤보다 이쁜 거 모르지? 하면서 진짜 제가 제일 예쁘대요.ㅋㅋㅋㅋㅋㅋㅋ
한번도 제 앞에서 누가 예쁘다 그런 얘기 한 적이 없어요.
이 사람한테 예쁜 사람은 항상 오직 저에요.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예쁘다네요...휴...
저같이 예쁜 사람은 못봤다고ㅋㅋㅋㅋㅋㅋ
저희가 외국에서 살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양가 어른들께 영상통화 거는데 남편은 늘 저에게 고맙다고 얘기해줘요.
시댁에 전화하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 안하고 통화 끝나면 늘 고맙다 예쁘다 얘기하면서 뽀뽀하고 안아줍니다.
저희집에도 전화 꼭 같이 하구요.
제가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남편이 낮잠 자는 거 게으르다고 싫어하면서도 자기 회사 가고나면 꼭 한숨 자라고 얘기해줍니다.
밤에 잘 때도 늘 팔베개 해주는데 제 맘이 불편해서 남편 잠들면 빼고 자요.
항상 딱 붙어서 자는 사람이라 손,발,귀까지 제 몸에 밀착시키고 자는데 잠들면 자연스레 움직이면서 떨어지잖아요?
근데 제가 밤새 한번도 안 안아주고 그냥 계속 쭉 떨어져서 자면 다음날 아침에 뾰루퉁해서 왜 어젯밤엔 안 안아줬냐고 투덜대요 ㅋㅋㅋㅋ
그래서 자다가 한두번씩 깨면 무조건 남편 안아주러 갑니다.
본인도 깨면 저 안아주러 오고 어쩔 땐 가슴도 만져요. 부끄....ㅎㅎ
신기한 게 진짜 곤하게 자는 사람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어젯밤에 제가 남편 몇번 안아줬는지, 남편은 저 몇번 안아줬는지 물어보면 그걸 다 맞혀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저 생리하는 때면 안건드리고 자려고 혼자 무진 애를 써요.
저 몸 아픈데 자기까지 치덕거리면 힘들다고요.
근데 그마저도 아쉬워서 아침에 꼭 브리핑해줍니다.
어젯밤에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공주 아플까봐 참았다고.
그럼 제가 꼭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하고 안아줘야 기분이 풀립니다ㅋㅋㅋㅋㅋㅋ
저 생리하면 꼭 핫팩 렌지에 돌려서 자기 손으로 배에 대주고 있구요.
밥 하지 말고 밖에서 사먹자고 하는데 여기 음식은 워낙 맛없고 비싸기만 해서 제가 안나가요.
이 나라는 어딜 가나 냉난방 시설이 잘돼있어서 마트고 음식점이고 백화점이고 간에 겨울 빼고 다 춥습니다.
남편은 그래서 항상 저 대신 겉옷을 들고 다니다가 제가 춥다고 한마디만 떼면 바로 입혀줘요.
치마 입은 날엔 꼭 가디건 하나 더 챙겨서 앉을 때마다 무릎 가려주고요.
차 탈 때 문 열어주는 건 기본이구요.
경상도 남잔데 부모님이나 남들 앞에서 제 손을 덥석덥석 잡고 어떻게든 저하고 붙어있으려고 어깨고 허리고 손 올리는데 제가 민망해서 늘 떼냅니다ㅋㅋㅋㅋㅋㅋ
여긴 외국이라 괜찮지만 한국 들어가면 다르니까 이건 좀 고쳐야 할 것 같아요ㅠ
서로 의견 안맞는 부분 있어도 크고 중요한 문제 아니면 늘 기분좋게 맞춰줘요.
물론 저도 남편 기 살려주고 남편 의견에 맞춰주려고 노력하구요.
제가 잘못하면 저 기분 안 상하게 아주 좋게좋게 타일러서 얘기합니다.
공주야, 이렇게 이렇게 하면 안되는 고에요~이런 식으로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저도 잘못했다고 바로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하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싸운 적이 없네요.
별 거 아닌데 제가 괜히 딴지 걸려고 서운하다고 투정 부려보면 남편은 항상 잘못했다면서 토닥토닥 해줍니다.
하도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니까 저도 잘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오죽하면 아내분들이 남편 양말 뒤집어서 벗는 것 진짜 짜증난다는데 저는 하나도 안 귀찮고 귀엽기만 하네요^^
엄마 암선고 받고 남편 만나기 전까지 꼬박 3년을 어둡게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이제는 엄마 얘기도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됐어요.
티비에서 엄마 얘기만 나오면 남편은 제손 잡아주고 토닥토닥해줍니다.
아직도 가끔 울면서 깨면 남편이 늘 안아서 달래주고 저 우는 게 애달퍼서 같이 울어요.
이런 남편 만났으니 이젠 꽃길만 걸었음 좋겠어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금처럼 늘 사랑으로 노력하면서 살고 싶네요^^
유치한 제 자랑 읽어주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도 저처럼 행복한 사랑하셨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