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이제 나이가 슬슬 꺾여가는 여대생입니다 ㅋㅋ
지금은 그만뒀지만, 몇달전까지도 전 아르바이트로 수학 과외를 했었는데요,
그 때 겪은 극과극(?)의 체험을 풀어보려구요..
대학 입학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저는 1학년때부터 원룸 자취를 했었는데요..
그 때 월세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내가 벌자!! 고 생각해서
한창 과외 알바를 했었어요.. 학생 둘이 잘 가르치다가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고,
후에 다시 과외자리를 알아보고 있을때쯤
친구가 고1 여학생 한명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소개를 해 주더라구요
교회의 아는 애인데 자기는 시간이 없고, 그나마 제일 널널한게 너니까~ 라면서..
전 흔쾌히 승낙을 했는데 친구가 덧붙이는 말이
'근데..걔 집이 넉넉하진 않아보이더라. 페이가 쪼금 낮을건데 괜찮아?'
전 뭐 크게 차이 있겠나 싶어 상관없다고 말하고 그 애(편이상 예진이라고 할게요ㅋ물론 가명)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넉넉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더라구요.
15평 정도 되는 집에 할머니, 어머니, 예진이, 어린 동생 네 식구가 사는데,
홀어머니 혼자 버시느라 한 눈에 보기에도 가계가 많이 빠듯해 보였습니다.
좀 걱정스런 마음으로 예진이랑 이야기를 해 봤어요..
그런데 세상에, 이 고1짜리 여자애가 너무 당차고, 그러면서 천진난만하고 똑바른 거 있죠.
자기 집안 상황을 부끄러워하진 않는데 안타깝다는거에요.
할머니 물리치료도 해 드리고 싶고, 어머니 새벽일 안나가게 해드리고 싶고,
동생은 태권도 학원에 보내주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다면서.
그래서 지금 자기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고..
'다른 과목은 다 혼자 할 수 있겠는데요..수학은 아무리 해도진짜 혼자서 못하겠는거에요.
그래서 교회에 ㅇㅇ언니한테 부탁한건데...^^..; '
이렇게 말꼬리 흐리면서 겸연쩍게 웃는 예진이를 보면서 저는
내가 지금 인간극장을 보고 있는걸까?
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tv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런 아이가 정말 있구나, 싶은게 찡~한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더군요
그렇게 전 일주일에 세 번 가는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중학생들 때 과외비의
사분의 일 정도를 받구요.
예진이는 과외 하는 학생이란 느낌보단, 차라리 동생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았어요.
잘풀면 내가 기분좋고, 안되면 내가 더 안타까운..그래서 예진이와 과외했던 2년동안은
정말 제가 예진이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해 가서 수업해 줄 정도로
말 그대로 제 혼과 성을 다한 수업이었습니다
유독 제 대학생활에 관심을 많이 보이면서, 대학교 얘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면서
듣는 예진이가 얼마나 흐뭇하던지 ㅋ (나중에 보니 지망대학이 저희학교였대요)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서 또 다른 과외를 소개받았어요. 고3 남학생인데,
주소를 듣는 순간 wow-_-;
차타고 지나다니면서 봤던 잠실의 높디높~은 아파트더군요..캐슬!!!
그런 집에 가는건 처음이라 입구부터 시작해서 엘리베이터타고 한~참 올라가는 내내
속으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그러면서, 한편으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죠
'이런데 사는 사람이 왜 대학생 과외를 쓸까?'
잠시 후 귀부인 포스가 흐르시는 우아한 학생 어머님과 이야기한 뒤에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남학생은 국영수는 물론이고 사탐까지 full로 전문 과외선생님들이 붙은 듯 했어요
다만 저 같은 대학생들은 실전 문제풀이 감각을 익히기 위한 '용도'였던 거죠..--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문제를 푸는 감각, 혹은 요령 등..
이 학생의 지망대학도 저희 학교여서, 제가 채택(?) 된 것 같았어요.
수능때까지 그 학생이랑 과외하면서 정말 별 것 가르친 것 없었습니다
이론은 저보다 훨씬 체계적으로,전문적으로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과 수업했고
전 말그대로 제가 모의고사나 수능 칠 때 써먹었던 요령들, 문제 빨리 푸는 스킬들
이딴 거나 전수-_-시켜줬어요
그래놓고 받은 돈은 예진이와 과외할때의 8배정도는 되는것 같네요
이상하죠.
전 돈 좋아하는데.완전 불로소득이라고 좋아했을텐데도
예진이 생각하면 이 수업이 그렇게 짜증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더불어 그 남학생도..
과외하러 갈 때마다(주말) 집 안 홈씨어터 방에서
추리닝 바람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나와
가정부가 깎아놓은 과일 먹으며 고개만 끄덕대는 그 꼬라지가 얼마나 보기 싫었는지!!!
둘이 지망하는 대학이 같은 것도 제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일 중 하나였지요
그래서 수업 마치고 나올때면 항상 예진이한테 전화걸어서
문제는 잘 풀리냐, 힘내라, 이런 괜한소리 하고 끊고 그랬었어요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소중한 만남을 꼽자면 아마 예진이가 첫째로 올라올것같네요
예진이는, 학비때문에 결국 지망하던 우리 대학에 올 순 없었지만
다른 대학에 2년 장학생으로 학교 잘다니고 있습니다(학비 모으느라 바쁩니다ㅋㅋ)
앞이 캄캄해도 언제나 제게 힘을 주는 예진이,
여러분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으세요?
(볼 리 없지만 hy아! 언닌 항상 너에게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