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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 없다는 이유를 알겠어요

슬퍼 |2017.04.26 10:38
조회 268,616 |추천 1,900

 

30대 미혼 여자사람입니다.

아프신 엄마를 제가 홀로 간병하느라 누구를 만나지도, 결혼도, 아무 것도 못한 처자예요.

 

엄마는 파킨슨증후군병으로 치료방법도 없고, 예후도 매우 좋지 않구요,

올해가 5년째인데 생각보다 병의 진행이 빨라서 지금은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혼자 아무 것도 못하시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건강하셨을 때도 워낙 체질? 체형?이 뭐랄까.. 개그맨 윤정수처럼 통통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몸?이었는데 그 몸을 제가 몇 년째 들고, 일으키고, 앉히고 하려니 제 몸도 점점 망가져 가는 소리가 들려요..

 

낮에 제가 직장에 있을 때는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와서 엄마를 케어하시고,

퇴근 후 저녁에는 제가 엄마를 돌보는 패턴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데

저도 나이를 먹어 가니 체력도 부족하고 요즘 부쩍 너무 힘드네요..

 

아무래도 요양보호사 비용과 생활비, 엄마 병원비 등등을 충당하려면 제가 더 열심히 벌어야 하기 때문에 엄마가 주무시는 밤부터 새벽까지 자격증과 여러 가지 승진 관련된 공부까지 하고 자기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제 얼굴도 말이 아니게 변해 가고 있더라구요..

 

저의 일상은요..

아침 7시 기상해서 출근준비와 엄마 케어(아침밥, 약, 기저귀)를 하고 출근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동안 요양보호사는 12시부터 4시까지 집에 와서 엄마를 돌봐 주십니다.

저는 7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엄마 혼자 계시는 3시간 동안 거실은 난장판이 됩니다.

(인지 능력은 정상이나 몸이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기 때문에 흘리고 넘어뜨리고 등등 난리..)

7시에 집에 오자마자 청소, 밥, 설거지, 빨래, 중간중간 엄마 케어에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가면

밤 11시가 됩니다. 

엄마 침대로 이동시켜서 눕혀 드리고 저는 씻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새벽 2시반에서 3시 사이에 취침합니다.

 

제 친구에게 저의 삶을 하소연하니까 어떻게 그런 생활이 가능하냐고 독하다고 하더군요

이건 독한게 아니라 마지 못해 사는 삶인데 말이죠..

 

그런데 요즘 너무 힘들다고 부쩍 느껴지는 이유가..

엄마도 점점 몸이 안 좋아지니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셔서 저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가 너무나도 많으세요.

정말 하루에도 저의 이름을 50번은 부르는 것 같아요..

심지어 새벽에 저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무리 불러도 제가 깨지 않으면 제 핸드폰으로 전화합니다.

제가 만약 엄마라면 아무리 불러도 자식이 안 깬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하고 그냥 참을 거 같은데 말이죠..

그렇게 저를 깨워서 시킨다는 일이 몸 옆으로 돌려줘, 찬물 줘 이런 사소한 일입니다..

 

그리고 밥도 간단히 드시는 것 싫어하십니다.

꼭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하고, 식후에는 바로 과일을 대령해야 합니다.. 

제가 하루는 너무 피곤해서 찌개 끓이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냉장고에 있는 마른 반찬들하고 먹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굳이 당신은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다고 고춧가루 팍팍 넣어서 청국장 끓여 달라고 해서 결국 청국장 끓여 먹었네요...

 

몸이 힘들어지니 성격도 점점 예민해져가는 것 같아요..

어제는 제가 설거지 하고 있는데 엄마가 절 부르더니 안마기를 갖다 달라는 겁니다.

회사에서도 너무 힘들었던 하루였고 집에 오자마자 쉴 수도 없이 집안일에 엄마 똥오줌 처리에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차라 엄마한테 소리소리를 질렀습니다.

"나 설거지 하는 거 안 보여!? 그런 사소한 건 내가 설거지 다 하면 부탁하면 안돼!? 지금 당장 안마기 안 쓰면 세상이 무너져???"

하니까 왜 신경질을 내냐며 너한테 무슨 말을 못하겠다! 하더군요

그러면서 "긴 병에 효자 없다더니 나는 아직 긴 병도 아닌데 너는 너무 빨리 온 것 같다" 하더군요

 

순간 울컥해서 울면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습니다.

엄마는 살면서 누군가를 간병해본 적 없기 때문에 내 심정을 모른다고, 물론 아픈 엄마도 힘들겠지만 옆에서 수발해줘야 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고, 왜 내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엄마 하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편한 거만 찾냐고,, 엄마는 내 나이에 애기 낳고 아빠한테 공주대접 받으며 살지 않았냐고, 근데 나는 돈 벌랴 엄마 똥오줌 치우랴 이렇게 더럽게 살고 있다고 막 오열하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설거지 하던 중간에 고무장갑 내팽겨 치고는 방으로 들어가 문 닫고 울었네요..

그렇게 울다가 문득 잠이 들었는데 소변이 마려워 깨니 새벽 1시더군요.

그래서 화장실도 갈 겸, 엄마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하고 거실로 나오니.....

가관이더라구요..

 

물론 엄마도 나한테 빈정이 상했을 테고 내가 화나서 방으로 들어갔으니 도움이 필요해도 부르지 못한 걸 거예요.

기저귀에 오줌을 흠뻑 싸서 그걸 어떻게든 혼자 갈아보겠다고 끙끙댄 흔적과 그 몸부림에 주변 물건들은 저지레 되어 있고 결국은 소변이 새서 바닥에 깔아 놓은 매트가 흠뻑 젖고 오줌 지린냄새 사이에서..

기저귀를 결국 벗지 못해 엉덩이 반쯤 걸쳐진 상태로 바닥에 고꾸라져 잠이 든 엄마가 있더라구요..

 

너무 속상하고 눈물이 펑펑 났어요.

내가 불효하는구나.. 밤 시간 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엄마한테 더 잘해주자, 신경질 내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엄마 도와드리고 침대에 눕혀드려서 편히 주무시게 했어요.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또 저를 배려하지 않는 많은 요구 사항에 또 신경질을 팍 내고 출근을 했네요 ㅠㅠㅠㅠ 하....

 

친구들은 결혼준비에 육아에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저의 우울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복잡복잡한 심경에 하소연할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ㅠㅠ 줄줄 써내려 왔네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ㅎㅎ

그냥.... 그냥... 힘든 삶을 살고 있답니다.......^^...

긴 병에 효자는.... 정말 없네요....

 

 

추천수1,900
반대수15
베플연년생맘|2017.04.26 17:14
요양병원 근무자입니다. 시설보내세요. 집에서 케어하시는거 본인도 힘들고 환자도 힘듭니다. 장애등급 받으시면 병원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집 근처로 알아보시고 자주 드나드면서 기분좋게 어머니보세요. 그게 두분한테 다 좋습니다.
베플하잇|2017.04.26 14:50
너무 힘들겠어요........ 글 읽으면서 어머니가 미울법도 하다고 생각하다가도 기저귀 못벗으셔서 그대로 잠든 모습 생각하니 그것도 그거대로 너무 맘 아프고......... 정말 어디선가 도움을 받으실 수 있다면 요양원에 모셨으면 좋겠네요 어머니도 편할거고 글쓴님도 조금은 무거운 짐 내려놓으실 수 있을거고.......
베플ㅇㅇ|2017.04.26 18:17
저희집은 엄마랑 딸 둘이 아빠 간병했는대도 온가족 인생이 피폐해졌어요. 아빠 돌아가시고 바로 엄마랑 제가 병 얻어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졌어요. 저랑 언니는 간병으로 혼기 놓치고 몸도 다 상해서 그냥 결혼 포기해버렸어요. 지금 엄마는 완치하셨지만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하셔서 친구들하고 약속 잡을 때도 눈치보여요. 근데 우리는 암투병이셔서 육체적으로 힘든건 크게 없었어요. 그래도 세명이서 정말 힘들었는데 그걸 혼자하시다니... 존경스럽네요. 저는 20대 청춘이 날라갔다는 좌절감에 자살시도까지 했어요. 나약했죠... 글쓴이는 효녀맞아요. 그정도면 넘치게 잘했어요. 이런 상황에선 힘내라는 말은 비현실적이에요. 냉정하게, 이제 어머니랑 상의하시고 요양원 알아보세요. 요양원에 모셔도 글쓴이가 결혼하기 쉬울거라 생각 안해요. 그래도 연애도 하고 일상생활은 해야죠. 그러다 둘 인생이 다 망가져요. 형제가 없다면 방법이 없어요. 저는 매일 후회해요. 조금만 더 잘해드릴걸... 근데 그 당시엔 제 몸과 맘이 힘드니까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예전에 30대 초반 아가씨가 치매엄마를 혼자 돌보다가 본인 생일날 친구 만나고 돌아왔는데 엄마랑 약 가지고 싸우게 돼서 목졸라 살해했다는 기사가 있었어요. 패륜범죄였지만 동정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기사를 읽었을 때처럼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베플아빠보고싶어|2017.04.26 17:45
힘내세요 ..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아빠가 많이 아프셨어요 심장병에 신장투석에 간암3기에 당뇨에 고혈압에 ... 툭하면 입원 하시고 ... 집에서 한달에 두번 잘까말까였네요 .... 형제도 가족도 없었구 ,.. 전 항상 병원에서 학교를 가고 잠도 병원 그냥 병원이 집이얐아요 ... 투석 때문에 온몸 힘빠지셔서 아무것도 못하시고 .. 간암 때문에 간성혼수 오면 치매 환자 보다 심하고 .... 매일 울고 욕하고 막 요양병원 가라구 소리지르고 살기싫다고 하고 울고불고 했는데 ... 어느날은 갑자기 아빠가 병원에서 없어져서 간호사들이랑 경비원들이랑 찾고있는데 투석실 앞에 앉아있는거에요 너무 놀래서 울면서 소리 질렀는데 간호사들도 못알아보면서 저를 보더니 우리딸 우리 딸 우리불쌍한딸 ... 이러면서 내가 이거 투석 받아서 살수있어 이러는거에요 그날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어요 ... 그러더니 저 스무살 때 돌아가셨어요 .... 지금은 정말 하루하루 후회 되요 간병 너무너무 힘들고 정말 죽고싶은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 이젠 볼수없으니까 아빠가 너무 보고싶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화내지말걸 원망하지말걸 마지막날 욕하지말걸 가치죽자고 하지말걸 요양병원 가버리라고 소리지르지말걸 이런생각을 너무 하네요 ..... 정말 힘드실꺼알아요 ... 힘내세요 ...
베플ㅡㅡ|2017.04.26 18:28
진짜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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