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결혼생활 이야기이니 여기에 쓸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30살 미혼녀입니다.
저희 부모님때문에 죽고싶어요.
제가 10살쯤 됐을 무렵부터 부모님 사이가 안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늘 아빠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했고 아빠는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싸우다가 서로 죽어버리겠다며 칼이나 농약병 들고 설치고, 저는 그 어린 나이에 늘 엄마나 아빠가 죽을까봐 밤새 부모님방 앞을 지키고 서있다가 둘이 칼들고 설치면 온몸으로 막아서 몸싸움끝에 칼 뺏고...
그땐 엄마가 미친X인지 알았어요. 싸움을 엄마가 먼저 걸었고 싸움이 끝난 후에도 혼자 술먹고 만취해선 바닥에 토하고 울고 그러니 표면적인 것만 보고 엄마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10년동안 거의 매일 두분은 치열하게 싸웠고, 엄마나 아빠는 툭하면 자살하겠다고 했기에 저는 엄마아빠가 죽는게 두려워 부모님만 감시하느라 정작 제 사춘기시절을 저를 위해 쓰질 못했어요. 그러니 자존감도 바닥이었고...
부모님은 저에게 지켜야할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었어요. 부모님과 어떻게든 떨어져살고 싶어 악착같이 공부해서 서울로 대학을 가서 자취를 시작했어요. 집에 남아있는 동생이 또 엄마아빠 싸운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울며 전화했는데 애써 외면하면서도 멀리서 너무 불안해서 밤새 울며 기도하다 잠들고, 그러길 반년, 어느새 저도 알콜중독자가 되었어요. 밤이고 낮이고 방을 어둡게 해놓고 혼자 술을 먹었어요.
부모님 싸움에 사춘기도 제대로 못보냈던 저는 자존감도 바닥이라 대학 1학년 때 학교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스스로 제탓으로 돌리고, 더더욱 어두운 방안으로 숨어버렸어요.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깨있는 시간 내내 괴로운 마음에 술만 먹길 2년, 학고가 누적되어 학교에서 제적당할 위기에 놓여서야 세상밖으로 나왔어요. 휴학을 하고 반년간 알바를 한뒤 무작정 비행기 편도티켓 한장과 배낭 하나만 들고 해외로 떠나 거기에서 마구잡이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며 반년을 지내고 돌아왔어요.
그시간동안 마음도 많이 치유되었고, 또 부모님이 직장때문에 주말부부가 되면서 갈등도 줄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선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공부며 대외활동이며 맘놓고 열심히 했고, 그덕분에 전액장학금도 탔고 절 좋게보신 교수님의 추천으로 좋은 곳에 취업도 됐어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 했어요.
복학한 후로부터 회사를 퇴사하기까지 약 5년동안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었어요. 회사생활 3년차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무렵 교사이던 아빠가 학교에서 해임당했어요. 여학생이 아빠를 성추행으로 고발해서 그렇게 된거였는데, 처음엔 그얘길 듣고 제가 갈갈이 날뛰며 엄마에게 당장 이혼하라 했는데,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니 아빠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고요.
아빠가 왕따를 당하던 여학생을 상담해주다 너무 울길래 측은해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어줬는데, 그당시엔 그 여학생이 아빠에게 고마워하고 그러다가 그뒤 아빠가 그 왕따주동자를 소년원에 탄원해서 빼내주자 그 여학생이 아빠에게 앙심을 품고 고발한 거였어요. 딱마침 그때 교사에 대한 아동성폭행법이 강화된 시점이었는데, 아빠가 하필 그때 첫케이스로 걸려 보여주기식의 희생양이 된 거더라고요. 저희가족의 입장에선 너무 억울해 소송까지 걸었지만 의도가 어찌됐는 안고 등을 쓰다듬는 행위 자체가 성추행이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그로인해 엄마아빠가 너무 상처를 받았어요. 아빠는 최악의 남편이긴 했지만 교사로서는 사명감이 몹시 깊었기에 그 불명예에 상심에 빠졌고, 엄마는 아빠의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성추행이 아니란 부분에 대해선 아빠를 믿지만, 주변의 쑥덕거림이나 갑자기 어려워진 경제생활에 대해 힘들어했어요.
엄마가 그러게 왜 오지랖을 부려 왕따주동자를 소년원에서 빼오느냐고 아빠에게 따졌다가 아빠가 죽어버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엄마는 더이상 아빠에게 뭐라 하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다 화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아빠도 아빠대로 그 상황에 화병에 걸렸고요. 잠잠해질만 하면 둘이 번갈아가면서 죽겠대요.
그럴때마다 저는 멀리 서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건 그저 경찰에 신고하고 울며 기도하는 것밖엔 없어요. 전화로 말려보려해도 아예 전화기를 꺼놔버려서 제가 할수있는게 없어요. 주로 새벽에 그래서 집에 내려갈 수도 없고... 그럴때마다 엄청난 크기의 증오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고통받을 뿐이에요.
근 20년간, 잠시 평화로웠던 5년을 제외한 15년동안 엄마아빠가 죽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고 마음졸이며 살아온 저는 이제 지치고 있어요. 내가 뭐때문에 이렇게 부모님을 포기하지 못해 이렇게까지 상처받나 싶고 제가 태어난 게 싫고 저도 이젠 다 포기하고 죽어버리고 싶어요.
점점 충동은 커지는데 자제력은 잃어가요. 이럴때마다 몇시간이고 자살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온 머릿속을 지배해선 아무 생각이 안들어요. 이러다 저는 올해 내로 충동적으로 죽어버릴 것 같아요.
+) 그리고 엄마아빠가 모르는 이야기...
아빠가 바람을 피운게 맞더라고요. 어렸을땐 엄마가 미친X인줄 알았는데, 아빠가 해임당하던 그 무렵 아빠의 usb에서 그동안 바람피워온 여자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무더기로 발견했어요. 제가 어렸을때부터 여러 여자들과 쭉 바람을 피워왔고, 특히 엄마아빠가 주말부부로 지내던 시간동안엔 아예 상간녀와 같이 살았더군요.
엄마의 추측은 그야말로 추측이었을 뿐이기에, 엄마의 추측이 팩트였음을 알게되면 엄마가 감당하지 못할 상처를 받을까봐 제가 꽁꽁 숨겨두었어요.
아빠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에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지만, 아빠가 안그래도 힘들어하는데 저까지 그러면 진짜 죽어버릴까봐 아무말도 못하겠어요. 그냥 마음에 묻고, 엄마아빠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죽고싶은 마음을 잊게 하기 위해) 그앞에서 벨도 없이 애교부리고 딸노릇하고 그러는데, 그럴수록 제 속은 썩어들어가요.
남자를 못믿겠고 밤마다 꿈에서 엄마아빠에게 썅욕을 하며 소릴 질러요. 제 마음은 너덜너덜한데 그걸 내색하면 엄마아빤 더 날뛰며, 엄만 같이 죽자고 하고 아빤 자기가 죽음으로써 속죄하겠다 하고... 진짜 너무 싫어요. 놓치고 못하겠고 잡기에도 지치는 이 삶을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