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이 내리고 고요가 찾아온 전철안에 갑자기 소리없는 심한 울렁거림이 감지된다. 소리는 하나도 없는데, 욕설없는 쌍방 멱살잡이 상황이 눈앞으로 확 펼쳐졌다. 원래 저기 구석에서 시작된 듯하나, 순식간에 내 앞에까지 와버렸다. 금방 말겠지 했는데, 점점 거세지는 양상을 띄어 주변 사람들이 자꾸 치인다. 그 빽빽한 전철에서 어느 새 두 사람의 공간은 널찍하게 마련되었다.
그 순간에도 난 신기했다. 발도 못 붙일 것 같더니 어디서 저런 공간이 생겨난 거지?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싸우지 마세요", "서로 좀 참으세요" "그만 하세요" "사람도 많은데 이러지 마세요" 근데 희한하게도 남자 목소리는 하나도 없다.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남자들.
<설득의 심리학> 에서 "콕 찝어서 말하기"를 떠올린 후, 내 앞의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분이 좀 말려보세요" 남자분이 그제서야 이어폰 빼고 어기적어기적 몸을 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역시 "콕 찝어 도움 요청하기"는 효과가 있다.
여전히 진정 안되고 점점 더 심해지는 몸싸움. 둘이 신기하게 말은 한마디도 안한다. 누가 잘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이 피해보니깐 싸움은 일단 말려야지 싶어서 고함을 질렀다. " 남자분들 뭐하세요. 좀 말려보세요" 곱하기 3회차에 마침내 두 사람은 떨어지게 되었다. 그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던 남자들이 내 고함에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떼어놓는데 나도 놀랐다.
자기들도 싸움에 휘말릴까 두려웠던 걸까?
그냥 단순히 누군가 말리겠지 하는 군중심리였을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마침 전철문이 열리고 싸우던 두 사람 중 한 남자가 내리니, 다른 남자도 따라 내리려 하는데, 이번에도 여자분들이 먼저 나서서 따라 내리려는 분의 옷을 잡고 말린다. "내리지 마세요" "내리지 마세요" ......"내려야 하는데......"하던 남자분은 결국 성화에 못이겨 그대로 타고 있었는데, 문이 닫히기 직전에 먼저 내린 남자가 쫑알거림이 들렸다 . "내려!" 으이그~~~ 여튼 여자분들의 제지로 싸움은 확실히 말려졌다.
두 사람이 서로 말을 않았으니 상황상, 소매치기도 아닌 것 같고, 성추행도 아닌 것 같고......아마 밀리고 밀리는 상황에서 터진 우발적 감정싸움이었던 것 같은데, 국민의 절반이 알고있는 출근길 콩나물 전철. 그냥 서로 조금만 양보했음 좋겠는데 하고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뒷사람 좀 밀면, "죄송합니다." 가방이 사람사이에 끼면, "죄송합니다 가방 좀 뺄게요." 옆사람이 얼굴 찌푸리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산다.
물론 가끔 조낸 까칠하게 욕하고 대드는 애들을 보면, 오늘 같은 상황 벌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지만 ^^:;
2호선 출근철 이용자분들~ 일단 출근길엔 "죄송합니다"를 연발할 각오로, 그리고 밀리고 밀려도 무조건 이해하는 마음으로 기분좋은 아침 열자구요.
글구, 그 틈을 노려 손장난 하는 써글 놈들은 걸리면 바늘로 확 찍어버릴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