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를위한 반모기능on)
님들안녕! 나는 꾸역꾸역 대학을다니고있는 EEE EEE EE 퉤니원! (미안)
파릇한 젊은이야.
요즘 일교차가심해서 날씨도춥고 으슬으슬한데, 뜨끈뜨끈한 돼지국밥에 깍두기를 처억 얹어 먹는 생각하니까 왠지 할머니가 손으로 잡아째주시던 김장김치가 막 생각나더라...
갑자기 할머니소개를 잠깐 해볼까?
내가 아주어릴적부터 엄빠가 바쁘셔서, 나는 할머니집에서 오랫동안 지내왔어.
아침에 할머니집으로 상추쌈싸듯이 포대기에 싸져서 맡겨졌어.
심심해하던 할머니한테 재롱부리고 젓가락질 척척 잘할때나 한자읽기할때면 할머니의 눈빛은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한듯했지.
적적할땐 할머니등에 업혀서 동네방네 구경하고
내가 낮잠잘때 할머니는 내가외롭지않게 자는내내 토닥토닥과 쓰담쓰담을 해주셨어.
그 무한한 사랑과 정성이 지금의 내가 망구바라기가 되었다는거아니겠어?
(여기서 망구는 할망구에서 따온말이야, 방구는 할아방구에서 따온말이고. 망구가 윤씨집안이라 윤망구 라고할게.)
성인이될때까지 나의 망구 사랑은 변함이 없었는데,
엄마말로는 내가6살때 망구가 우리집와서 주무시면 내가 망구머리카락을 돌돌돌 말아제끼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었데나봐. 그 염병돌돌돌하다가 지쳤는지 쌔근쌔근 잠이들면, 망구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셨어.
아침이되면 망구가 없다는 공허함에... 유치원버스가 올때까지 눈물바다를 만들었고, 유치원버스안에서도 선생님과 마주앉아 당장 윤망구를 내놓지않으면 꼬집고할퀴고깨물어버릴거라는둥 협박아닌협박을 했데나뭐래나.
나에겐 윤망구는 애틋한존재이고 온리원이야.
국밥에 깍두기같은존재고
흰죽에 소고기장조림같은 존재이지.
그런망구는 내가태어나기전보다 훨씬 거슬러올라가서 울엄마가 고등학생때, 집앞에서 문방구를운영하는 C E O였어.
그시절 동네에서 없어서는안될 상가였고, 꽤짭잘한장사였기때문에 4남매를 키우는 망구입장에선 입에풀칠할만큼은 버티셨다고해.
그렇게 수년후 망구는 장녀인 이모를 시집보냈고 그후로도 문방구는 건사했지.
또 수년후 둘째딸인 울엄마가 시집을갔고, 새신랑인 울아빠를 포함해서 외갓댁전부가 윤망구의 러블리하우스에서 하룻밤을 자게되는 날이 있었다고해.
그날 대가족 식사와 수다로인해 모두가 피곤해서 일찍 잠이들었어.
자정이 넘은시간
계속 (움쳑) (꿍쳑) (훔쳑) 하는소리에
잠귀밝은 망구가 스르륵 잠에서깻어.
그런데 방문너머로 검은형체의 사람같은것이 아주느린속도로 살금살금 지나가고있었다는거야.
(참고로 할머니집 방문은 드르륵문이라 불투명한 거임)
울 망구는 겁같은건 1도없는 마음만큼은 용맹무쌍한
젊은이라서, 문을 티도안날만큼 조금씩 열어서, 도데체 그것이 무엇인지 두눈으로 직접 확인했데.
그것은 전신이 검은천쪼가리로 무장되어있었고,
운동화담을법한 작은 쪼임가방을 어께에 걸친채로
제일 큰방안쪽을 힐끔힐끔 보고있었데나봐.
딱봐도 도둑인거지.
망구는 이도둑의 애칭을 '잡것'이라고 정했어.
그렇게 지켜보기를 몇분간..그 잡것이 드디어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했어.
큰방에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값나가보이는 물건들로만 챙기기 시작했지.
망구는 정말 마음씨가넓은(심하게넓은) 마음만큼은 마더테레사 같은 사람이라
그 잡것이 적당히 훔치고 나가면 아무일도없는듯 보내줄생각이었데.
그순간 망구의 레이더망에 잡힌것은 그잡것이 망구와 방구의 예물단지를 거드리는 모습.
이때 망구의 눈이 흔들렸고 이성의 밧줄을 아슬아슬하게 쥐고있었어.
그런데 잡것이 신실한기독교신자인 망구의 금십자가 목걸이를 건드린 순간, 망구의 이성의 밧줄은 틱!끊어졌고..
방문을 열고 큰방으로 달려가려고 하는순간,
누군가 망구를 잡았고, 망구는 부엌으로 끌려갔어.
그 누군가는 다름없는 울아빠 즉 사위였고, 흥분한 망구를 아빠가 진정시킨후 말을 이어나갔어.
들어보아하니 아빠도 잠귀가예민해서 깼는데 목이나축이려고 부엌으로 가던도중, 누군가 온몸에 검은것을 입고 아무도없는 큰방으로 들어가는걸 봤다고해.
직감적으로 뭔가이상함을 느끼고 어떻게해야하나 생각하다가, 위험할지도모르는 그것에게 가려는 망구를 본거지.
서로 보고듣고 생각한것을 공유하고나서
그렇게 망구와 사위의 잡것조지기 계획이 오고갔어.
완벽하게 계획이 짜여지자 바로 행동개시에 들어갔지.
망구는 큰방앞에서 일부러 발소리를내며 인기척을냈어. 다른가족들은 깊게잠들어있었기때문에 잡것만이 그소리를 들을수있었지.
그순간 잡것이 인기척이 들리니까 어디 숨어야겠다고생각했는지 큰방에있는 가장큰 농문을 벌컥 열었고, 거기에 숨었어.
울아빠는 잡것이 숨고나서 큰방으로 들어갔고, 망구는 산짐승도 맞으면 즉사할것같이생긴 몽둥이를 쥐고 뒤따라 입장했어.
큰방 곳곳을 뒤지다가 농문을 건드리는순간 안쪽에서 잡것이 튀어나오더니
엄청 예리해보이는 칼을 꺼내...는 용기는 애초부터 없었는지 농밖으로 나올생각을안하더라고.
집안에 사람이있고, 사람이인기척을내는데도 흉기로 위협하지않는 잡것이 기특?했던건지 마음씨가 태평양인 망구가 말을꺼냈어.
'잡것아 기회를주겠다. 너도 사는게 힘들어서 도둑질을 하는거겠지. 신발장위에 만원을 올려놓을테니 돌아가서 따뜻한 국밥이라도 사먹고 회개하거라.
우리는 다시 자는척을 하고있을테니 네가 훔쳐간것을 돌려다놓고 나간다면 신고도하지 않을것이고 자고있는
가족에게도 비밀로해줄것이다. 알아들었다면 안에서 농문을 두번 똑똑 두드려라.' 라고하니 똑똑 하는 소리가 났고. 망구와 울아빠는 그대로 방으로돌아가서 잠든척 누워있었어.
수십분이 지나고 망구와 울아빠가 큰방으로 갔을땐 화장대위에 모든물건이 돌려놓아져있었고. 잡것은 발자국만을 남기고 없어졌다고해.
그리고 용서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착하게살겠다고 진심어린말이 못생긴필체로 적힌 쪽지가 신발장위에 놓여있었데.
그렇게 뿌듯함을 감추지못하는 마음씨넓은 우리망구는 기쁨(?)도 잠시.. 현관부터 큰방까지 너저분하게 찍혀있는 발자국을 다른가족이 깨기전까지 울아빠와 낑낑거리며 지워야했데..
발자국으로 유추해봤을때 무려 발크기가 320mm는 되보였데나?
지금까지 도둑이든 집안의 훈훈한 에피소드였다고해.
뭐하다가 돼지국밥과깍두기에서 잡것이야기까지 갔는지 정신이없네..
님들도 집에도둑든적 있음? 요즘도둑들은 무섭고 치밀하다던데.. 다들 집문잘잠궈.
뭐 우리망구는 신고도안하고 만원까지 쥐어줬다고하니ㅋㅋㅋㅋㅋ신기하다 진짜..
시간나면 윤망구의 다른집 강도 목격사건 이야기도 써볼게.
왤케우리망구는 도둑하고 자주만나는지;;
운명일지도?^^
생각난김에 저녁은 뜨끈뜨끈한 돼지국밥에 깍두기로 한뚝배기 박살내고 와아겠다^^
그럼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