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시바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시바는 일곱 살의 나이로 저에게 입양을 왔어요. 전보호자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데리고 왔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릴 순 없지만 전보호자와는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시바가 이어준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좋은 분이거든요.
오늘은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시바의 성격상 어린 고양이들(조로, 동글, 도로, 구미, 치치, 코우)와는 교류가 많이 없어서 그 녀석들의 모습도 안 나오기 때문에 깜찍하고 발랄한 느낌은 아닐 것 같네요.
시바를 데리고 온 첫날이에요. 낯설지 않도록 항상 입던 익숙한 옷을 입혔어요.
시바는 동물병원의 중성화 수술 시 문제로 인해서 저에게 왔던 2012년에 탈장 수술을 3회에 걸쳐서 했답니다. 전보호자께서 수술 케어까지 완벽히 하고 문제없음을 확인 후 저에게 보내주셨어요.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거듭된 수술에는 몸도 마음도 위축되지요. 시바도 그런 상태였어요.
처음에는 창문도 닫아놨다가 어느 정도 적응하고 열어놨어요. 기웃기웃하는 키이, 로이, 쵸이.
특히 쵸이가 적극적이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쵸이와 시바의 애증의 관계가 시작이 됩니다.
베란다 쪽 창문 턱이 엄청 좁아요. 몇 번을 떨어지면서도 훔쳐보는 발랄한 놈들;;;
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문을 살짝 열어놨어요. 키이가 오도카니 앉아서 시바에게 면회를 요청했거든요. 밤에 잠결에 작게 냥냥, 양양 소리가 들렸는데 둘이 대화를 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중간 과정은 건너뛰고!! 적응한 시바.
중간 과정도 그렇게 간단하진 않았어요. 저만 보면 도망가고 7년 동안 외동묘로 살다가 천방지축 남자 고양이 셋이랑 살려니 귀찮고 버거웠을 거예요. 그래도 천천히 너그럽게 받아들였어요.
시바를 끈질기게도 따라다니며 놀자고 귀찮게 했던 쵸이.
결막염이 온 시바는 넥카라를 하고 있어요.
쵸이는 시바를 많이 괴롭히며 쫓아다녔지만 지금은 시바를 오히려 지켜주고 있어요.
둘을 보면 정말 딱!! [애증의 관계]라는 것을 알 것 같아요.
그리고 로이랑 시바는 처음에는 약간 주도권 싸움으로 생각했는데, 오지랖 넓은 로이가 시바를 돌봐주려 하고 시바는 나이도 어린놈이 그러는 게 어이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투닥투닥 거리는데, 스치지도 않거나 톡톡 치는 정도로만 때려요.
가만히 지켜보면 신경전이 70%, 허우적거림 25%, 가격 시도 5.5%, 유효타 0.5% 정도랍니다.
로이와 시바의 상황극
로맨스 : 누나...
실제 : 어이.
로맨스 : 좋아해 쪽.
실제 : 뭔 냄새야? 킁킁 입 냄새야?!
로맨스 : 성희롱이야 새꺄!!
실제 : 저리 좀 가 새꺄!!
막간 콩트 -끝-
그리고 찾아봤는데 키이와 시바 사이에는 뭔가가 없어요. 왜냐면 키이는 저만 좋아하거든요.(클클)
딱히 다른 고양이한테 곁을 주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우연히 같은 이불 위에서 자는 것이 아니면 뭐 싸우지도 않고 이벤트가 없더라고요. 키이는 형제인 로이와는 좋지만 그 외에는 별로예요.
내년에 키이가 곁을 주었던 어느 고양이의 얘기도 기회가 되면 해 드릴게요.
고양이 + 귤 + 이불은 최고죠.
시바가 전성기 때는 몸무게로는 최고였어요.
혀를 물고 있는 (나한테만) 귀여운 사진.
시바도 귀여운 잠버릇이 있어요.
자신이 어떻게 하면 귀여운지 아는 녀석...
저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것은 왕지네입니다. 정말 정말 싫었는데
냥이들이 궁금해해서 넣어놨어요. 심지어 시바도 한참을 보고 있더라고요.
써클 스크래처를 꽉 채우는 완벽한 냥모나이트.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시바는 이렇게 통통하고 복슬복슬 몽실몽실한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많이 빠졌어요.
이전까지는 괜찮았어요. 시바는 노령묘라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었거든요. 올해 9월에 받았을 때도 오른쪽 아랫니의 치석만 빼면 피검사도 초음파도 엑스레이도 키트 검사도 다 좋았어요.
근데 10월~11월 환절기를 지나면서 갑자기 쇠약해졌어요. 지켜봐 온 바로는 고양이들의 식욕과 기력이 봄과 여름을 지나는 환절기, 가을과 겨울 사이의 환절기에 뚝 떨어지더라고요. 원래 밥을 주면 세 시간 안에 사라지는데 다음 식사시간 때까지 남아있어요. 그때 특식을 좀 챙겨주고 주의를 기울이면 곧 기운을 차렸는데, 이번의 시바는 달랐어요.
어리고 젊었으면 그냥 지나갔을 치석이, 건조해진 공기가, 늙은 고양이에게는 힘겨운 것이었나 봐요. 지금은 좋아져서 식욕도 많이 되찾았어요. 약도 부지런히 발라줘서 조금은 좋아졌지만 이제 본격적인 노묘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하고 속상해요.
제가 올린 글에 달아주신 회원님의 댓글처럼 고양이가 아프면 간호하는 시간과 마음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가늠할 수 없는 지출도 함께 될 거예요. 백만 원 단위, 극단적이지만 천만 원 단위도요. 저도 마음을 다잡아서 좀 더 열심히 살도록 할 것이고 더 잘 보살피도록 다시 한번 다짐하겠습니다.
열여섯 개의 게시글에 마지막에 항상 쓰려다가 주제넘는다는 생각에 지우고 망설였던 말인데요.
버려지는 고양이가 엄청 많아요. 버려지면 보호소로 잡혀가서 안락사 당하고 차에 치어서 죽고 굶어서 죽고 병에 걸려서 죽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알려지지 않게 학대당해서 죽는 녀석들도 굉장히 많아요. 누군가가 제가 사는 집 앞에 죽은 고양이 시체를 던져놓은 적도 있고요. 추운 겨울에 시동이 걸린 트럭 밑이 따뜻해서 웅크리고 꾸벅꾸벅 졸던 청소년 고양이가 바퀴에 깔려서 죽은 적도 있어요. 운전자가 이상을 눈치채고 후진을 해서 나갔는지 짓이겨지진 않았지만 저는 맨손으로 내장을 주워 담고 사체를 수습했는데 바닥에 널브러진 장기가 따뜻해서 너무너무 슬펐어요. 그 작은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가 배를 찢고 나오는 고통을 겪은 거예요. 보호소에서의 안락사도 TV 다큐에 나오는 것처럼 재워서 약을 주입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병에 걸리거나 차에 치어서 다쳐서 오면 치료해주지 않아요. 고통받아서 죽을 때까지 그저 두고 있을 뿐이에요.
도로나 코우 같은 품종묘가 암컷이고 중성화가 되어있지 않으면 고양이 공장, 고양이 농장에 잡혀가서 죽을 때까지 새끼를 낳아요. 일 년에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임신하고 출산해요. 고양이의 임신기간은 2개월인데, 단 한순간도 쉴 수 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나비탕이라고 몇천원짜리 고기가 되어서 팔려요. 검증도 되지도 않았는데 보양식이라고요.
저도 목숨 걸고 10묘 책임지고 키울게요. 그러니까 다른 분들도 지금 반려하는 반려동물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주세요.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펫 숍보다 보호소를 찾아주세요.
다음에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찬 10묘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2017년 마무리 잘 하시고 2018년도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