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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폭행한 사람은 간호과 남학생이었다(제발 읽어주세요)

MeToo |2018.02.01 16:16
조회 4,802 |추천 19

방탈 정말 죄송합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경상북도 모 도시에 살고있는 28살 여자입니다.

6년 쯤 전 저는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알게된 C에게 성범죄를 당하였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던 중 어느날 연락을 하지 않던 C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대화를 주고 받았고,

별 의심없이 술 약속을 잡게 되었습니다.

 

 

 

술집에서 소주와 맥주 정도를 시킨 것 같고

술자리 도중 화장실을 2~3번 정도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화장실을 갔다 온 직후 저에게 맥주가 담긴 잔을 권했고

아무런 의심없이 술을 마셨습니다.

 

 

 

저는 그 술에 약이 들어있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번째, 이날 전후에도 술을 마신 적이 많으나 단 한차례도 필름이 끊겨 본 적이 없습니다.

 

두번째, 사건 다음날 일어나보니 제 손톱 하나가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제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했습니다.

손톱이 날아갈 정도의 충격이면 분명 많이 아팠을텐데 저는 이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튼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올라 저는 의자에 기댔고 그 후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만 적겠습니다.

 

 

술이 취해서 정신이 없는 저를 C는 근처 노래방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저를 추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래를 계속 틀어놓고 저에게 계속 키스했습니다.

 

그리고 제 손을 자신의 성기에 가져다 대고 만지도록 했습니다. 작고 말랑?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제 입을 자신의 성기에 가져다 대고 구강성교를 시도했습니다.

 

이 때는 확실히 기억이 나고 살짝 정신이 들어서 거부했습니다.(그래봤자 몸에 힘이 없었기때문에 고개를 돌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응~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계속 구강성교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정신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이 구강성교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제 옷을 똑바로 입혀주고 택시를 타고 저희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후에는 걷고 있지만 내가 걷는건지 아닌지 모르겠을 정도로는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너 술에 약탔지? 라고 물었고 C는 아니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가 생리중이었는데

 

윗옷 가슴부분에 손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 낸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갑에 돈 2만원가량이 없어졌길래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제가 노래방비를 내겠다고 해서 계산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랬겠죠.. 정신이 없으니 술값은 제가 계산 안했고

빚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기때문에 노래방비는 제가 낸다고 했을겁니다.(노래방 카운터 로비에 잠깐 앉아있었던 게 생각남)

 

성범죄를 당할 지는 몰랐으니까....

 

 

 

정말 상황파악이 안되더군요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습니다.

그냥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하고싶었습니다.

 

그래서 C에게 상황파악을 하려고

손톱이 왜이러냐, 돈이 없다, 약 탔지? 이정도의 질문만 하고

C랑은 연락을 끊기로 했습니다.

 

신고를 해야하나도 생각했지만

저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았고

제가 그런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괜찮아 아무일도 없었던거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도 괜찮지 않았습니다.

씻을 때도 생각났고,

걸을 때도 생각났고,

숨쉴 때마다 생각났습니다.

 

 

 

내가 그 때 교회를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내가 그 때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내가 그 때 C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죽어버릴까?

아니야 내가 왜 죽어야돼? 난 피해자인데

그럼 죽여버릴까?

아니 내가 왜 그런 애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쳐야 돼?

아, 나를 죽이지 않고 무사히 택시까지 태워서 우리집에 데려다 준 것에 감사해야하나?

수천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C가 간호과 남학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C는 지금쯤 평탄히 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어 환자를 간호하고 있겠죠

남자들은 소방특채로 구급대원으로 많이 빠지기때문에 구급대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성범죄자에게 간호를 받을 환자들을 생각하니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 언제나 이 날을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날이 왔네요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저는 괜찮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있습니다.

제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언제나 지각하고 있을 뿐

 

 

제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니 잘못이 아니야" 같은 얘기를 듣고싶어서는 아닙니다.

사실 저는 그 날부터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해서 동정?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혹시나 니가 너무 야한 옷을 입었던 것 아니야?

니가 꼬신 것 아니야? 라는 질문을 하실 분이 있으실까봐 말하자면

제 옷차림은 스키니진+흰색남방+검은색자켓이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다만, 성범죄자에게 간호를 받을 환자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고

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고

누군가는 저같은 일을 당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제가 피해자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두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어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쓰는 것이 저와 C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C가 이 글을 본다면 자신의 글인지 바로 알아보겠죠?

저한테 왜 그랬는지 묻고싶네요 저한테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주었으면도 하고요

제가 진짜 미쳐서 다 까발려버리기 전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 두서없이 썼지만

제 마음이 전달 되었길 바랍니다.

 

추천수19
반대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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