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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이야기] 견우와 직녀 (3편-2)

뽀롱뽀롱뽀... |2018.07.28 02:32
조회 136 |추천 0

 그늘진 공원에 부는 선선한 봄바람을 통해 서로의 향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방향으로 화제가 전환되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도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거든...」

 

 직녀의 말에 견우의 눈이 살짝 당황한 듯 커졌지만 큰 결심을 한 듯 직녀를 나긋이 바라보고 대답했다.

 

「사실 난 담배를 피웠었어. 너의 연락처를 처음 받은 그 시간 이후로는 한 대도 안 피웠지만, 그 날 낮에도 담배를 피웠었지.」

 

「앞으로도 계속 피울 거야?」

 

「아니! 그 날 이후로 신기하게도 담배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어. 새로운 자극이 나를 담배로부터 떨어트려 놓는데 아주 효과적이더라고.」

 

 누구나 소개팅 자리라면 담배를 피운다고 할지라도 끊겠다고 말하겠지만, 견우의 눈빛은 달라 보였다. 그런데 믿음이 가는 말과 눈빛이 만족스러운 것은 둘째 치고 견우의 말은 여전히 직녀를 수줍게 만들고 있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가자 직녀도 조금씩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견우가 어떤 가수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견우는 절대 그럴 일 없다며 당황하기도 했다.

 

「아니야, 아니야! 소개팅 버프를 받아 네가 지금 살짝 콩깍지가 씌워져서 그럴지도 몰라.」

 

「흠.. 아닌데, 이것 봐봐. 전에 네 사진을 봤을 때도 그랬고, 여전히 비슷한 거 같은 걸?」

 

 누가 보더라도 비슷한 점을 찾기란 힘들었을 테지만 직녀는 여전히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직녀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을 느낀 견우는 그런 직녀의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했다.

 그렇게 공원에 앉아 다양한 화제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견우와 직녀는 함께 찾아봤었던 팔○삼겹살 가게로 향했다.


「사실, 난 파스타는 좋아하지 않아. 파스타 가게에 가도 나는 리조또만 먹거든. 그래서 네가 파스타 말고 다른 거 먹자면서 선택지들을 말했을 때 좀 신기했어. 당연히 레스토랑 같은 곳에 갈 줄 알았거든.」

 

 직녀가 견우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를 생각하며 견우에게 그때의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삽겹살은 좋은 거지?! 소개팅을 한다고 해도 맛있고 좋아하는 거 먹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전에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고 했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 그건 안심이고, 다른 거 또 싫어하거나 못 먹는 거 있어?」

 

 이제는 음식이라는 화제를 통해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는 견우와 직녀였다.

 

 즐겁게 배를 채운 그들은 다시 또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할○○커피숍에 들어갔다. 안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마실 음료를 주문하였다. 견우는 캐러멜 마키아토를, 직녀는 녹차라테를 시켰다.

 

「으윽, 나 못 싫어하는 거 하나 생각났다. 나 녹차라테 싫어해. 사실 한 두 모금 마셔본게 전부라서 앞으로 한 번 도전해 보지 뭐.」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직녀가 견우에게 녹차라테를 내밀었다.

 

「한 번 먹어볼래?」

 

 조심스레 녹차라테를 받아들고 견우가 한 모금 마셔 보았다.

 

「으악... 흠... 음...」

 

「맛 괜찮아?」

 

「싫어했던 맛이 맞긴 한데, 아직 왜 먹는지는 모르겠어. 먹다보면 맛있을 수도 있을 것 같네.」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는 저물고, 서로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개팅 첫 날에 여느 연인들과 다를 거 없는 달콤한 시간을 보낸 견우와 직녀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난 통금 시간이 있어서, 10시 까지는 들어가 봐야 돼.」

 

 ‘아니?! 다 큰 성인이 통금시간이 있다니?’ 하고 놀랄 수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딸 아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밤늦게 돌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견우는 주변에 통금이 있는 친구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너도 금요일에는 공강 이었지? 혹시 금요일에 시간 되면 그 때 또 볼 수 있을까?」

 

 소개팅 자리에서 바로 다음 약속까지 잡는 다니, 웬만큼 확신이 있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지 않을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알 수 없는 것이다. 직녀의 대답을 듣기 전 까지는, 견우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 그래, 좋아...」

 

 직녀도 다른 대답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저 첫 만남에서 그렇게 대시를 받은 것에 살짝 놀라고, 수줍었던 나머지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렇게 견우와 직녀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헤어지기 아쉬운 건 둘 다 마찬가지였다.

 

「혹시 내가 집까지 바래다줘도 될까?」

 

 견우가 먼저 아쉬운 마음을 내 비췄다.

 

「너 학교로 돌아가려면 반대로 가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어.」

 

「너 바래다주고도 돌아가는 전철이 있으니까 괜찮아.」

 

 직녀의 집에서 견우의 학교까지는 2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지만 직녀도 견우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의 신호를 보내왔다.

 

 함께 전철을 타고 직녀가 매일 걷는 동네를 함께 걸어 그녀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은 평소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 집을 잘 안 알려 주는데, 어쩌다 보니 너한테는 알려주게 되었네.」

아파트 공원에 마주선 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바래다줘서 고마워. 그리고 오늘 즐거웠어.」

 

「나도 오늘 정말 멋진 하루였어. 금요일에 또 보아.」

 

「응!! 조심히 돌아가!」

 

「알겠어, 너 들어가는 거 보고 나도 갈게.」

 

 그렇게 견우와 직녀의 소개팅은 아주 성공적이 하루를 장식한 채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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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한 번만 읽어주세요!!


 계속 글에서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순간 최근에 봤던 TV프로그램중에 10분 강연을 하는 프로에서 했던 주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찾아보려고 해도 그 프로그램을 찾을 수가 없네요.


 강연 주제는 '성폭력'이었고, 여성인권변호사가 나와서 강연을 해 주었습니다.


 한 피해 여성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성폭력을 당할 당시 부끄러웠습니까?」


 그 질문을 받은 피해여성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대답때문에 경고로 끝났다고 했던것 같아요.


 그런데 피해자가 그렇게 말 한 이유가 뭘까요?


 법정을 나와 변호사가 물었습니다.

 

 「왜 거기서 갑자기 부끄럽지 않다고 했어요? 저와 얘기할 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얘기했잖아요? 그랬죠?」


 피해자의 대답은 강연을 하시는 변호사분도 놀라게 했고, 저 또한 피해자가 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 상황에서 부끄러워야 할 상황인가요? 저는 무서웠어요....」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이 강연을 보고 확실히 재판에서 피해여성에게 하는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었고, 솜방망이처벌을 받은 가해자나 판사에게 너무나 화가났습니다.


 뭐 그런 사실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살짝 끄적여 봤고요.


 문득 든 생각은, 제가 앞 선 글에서 부끄럽다는 표현을 잘 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뜻을 살펴 보게 되었어요.


 사전적 의미에서 부끄럽다는 표현은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더라고요!


1. 일을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

2. 스스러움을 느끼어 매우 수줍다.


 우리는 흔히 2번의 뜻으로 많이 쓴다고 생각하지만 1번의 표현이 조금 더 공식적으로 쓰이나 봐요. 그래서 재판에서도 피해자가 부끄러웠는지 안그랬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거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부끄럽다는 표현 대신 2번에도 나왔듯이 수줍다는 표현을 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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