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은 음력으로 칠석이었어요. 지난 3년과는 달리, 오늘은 비도 안오고 평소보다 시원한 맑은 날씨를 느낄 수 있었네요. 오랜만에 견우와 직녀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
견우와 직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자주 보기는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다. 게다가 학기 말에 만나게 되어 시험공부도 해야 했고, 그 밖에 스케줄들을 소화하다 보니 첫 만남 이후 만나지는 못한 채 연락만 주고받았다.
그래도 계속 연락을 이어가다보니 서로에게 호감이 계속 쌓여가고, 다시 만나기로 한 날이 금방 찾아 왔다. 장미 축제가 막 열리는 시즌이라 장미 축제에 가자고 견우가 먼저 제안을 했었고 직녀도 좋아했다. 견우는 샌드위치와 여름 담요, 물티슈 등 갖가지 필요한 것들을 챙겼고, 직녀도 돗자리와 셀카봉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중간에서 만나 같이 가기로 해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처음 만났을 때랑 변함없이 둘 다 너무 빨리 출발 한 나머지, 약속 한 시간보다 십 여분은 일찍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공원으로 향하는 전철의 창밖은 점점 어두컴컴해 지고 있었다. 아침에 잠깐 오고 그친다고 했던 비가 한 방울, 한 방울 뚝뚝 떨어지면서 금방 소나기라도 내릴것만 같았다. 뭔가 낌새가 좋지 않다. 결국 견우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직녀야, 안되겠다. 오늘은 백화점에서 밥 먹고, 카페에서 얘기하며 보내고, 장미 축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때 가자.」
하늘을 보아 하니 직녀도 그게 좋을 것 같다며, 둘은 가까운 백화점이 있는 역에 내렸다.
「우선 여기서 비를 좀 피했다가, 날이 좀 괜찮아진다면 한강에 가자.」
「그래, 금방 그쳐야 할텐데..」
견우와 직녀는 카페에 들어갔다. 둘 다 자몽에이드를 한 잔씩 시키고 자리에 앉았는데, 두 번째 만남이라 아직은 어색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직녀는 음료를 시키고 받은 영수증을 꼬깃 꼬깃 접어 방패계단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견우는 그런 직녀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장난스럽게 직녀에게 물어보았다.
「많이 두근두근 대는구나! 손이 가만히 있질 못하네.」
「아냐. 음.. 이건 내 손버릇인데, 영수증만 보이면 방패 접기를 하곤 해..」
「오.. 근데 엄청 신기하게 접는다. 끝까지 다 접었네?」
며칠 만에 다시 마주 본 견우는 직녀의 심장을 가만두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편안하게 해 주었다. 처음 만난 이후 계속 연락만 주고받으며 지금 같은 순간을 기다려 왔다. 설레고 행복한 지금 이 기분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에 차 있었다.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고, 백화점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백화점의 스카이라운지에 나가 보니 이슬이 맺힌 나무가 보였고, 날이 조금 밝아져 있었다. 견우와 직녀는 비에 젖지 않은 벤치를 찾아 나란히 앉아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
「시원하다! 아! 나 네가 전에 준 기린이도 챙겨왔다~」
「잘 챙겨 다니는 구나! 사실 장미축제에 가면 너 주려고 준비해 온 것도 있었는데.. 계획이 엉망이 되어 버렸네.」
견우가 이번에는 뭘 준비해 온 걸까? 지난 첫 만남 때 견우가 선물해 준 기린 선풍기를 매일 같이 애지중지 하던 직녀는 견우가 이번에도 무언가 준비해 왔다는 말에 호기심에 찬 눈으로 견우를 쳐다보았다.
「응?!」
「장미 축제에는 못 갔지만... 잠깐 눈 감아봐 줄 수 있어?」
「응?! 눈 감아야 돼...?」
「어... 아, 아니야 부담되면 꼭 감을 필요는 없어.」
그러고는 직녀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두근, 두근. 견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응..? 뭐야?」
전 날, 견우는 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좌판에서 장미장식이 되어있는 머리핀을 보았다. 직녀에게 잘 어울릴 것 만 같아 보였다. 평소에 하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머리핀이지만, 장미축제에서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사온 머리핀이었다. 견우는 가방에서 머리핀을 꺼내들고 직녀에게 다가갔다.
살짝 눈을 뜬 직녀는 견우의 손에 들린 장미 모양의 머리핀을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견우의 손길이 그녀의 머릿결을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두근, 두근. 견우도 머리핀을 꽂아주는 손을 통해 그녀의 머릿결이 느껴지고 있었다. 두근, 두근.
「어제 학교 앞에 지나가다가, 너한테 꽂아주면 예쁠 것 같아서, 장미축제에 가서 꽂아주려고 했는데, 이렇게라도 꽂아주게 되었네.」
쑥스러운 나머지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들어 거울삼아 머리핀을 꽂은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직녀에게 견우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지 얼마 안됐지만, 난 앞으로도 너와 쭉 함께 이고 싶어..」
견우의 갑작스런 진지한 말투에 직녀가 살짝 당황하며 견우를 바라보았는데, 확실히 진지한 눈빛으로 직녀를 바라보고 있는 견우의 모습에 빠르게 대답을 생각하기 바빴다.
「응..? 나도..」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직녀는 견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금 견우가 직녀에게 고백을 했다. 다만, 견우는 고백이 처음이라 너무 서툴렀던 나머지 너무 알아듣기 힘들게 고백했고, 직녀가 고백을 받아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머리핀은.. 오늘 하고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눈에 띌 것 같아. 다음에 장미축제에 갈 때 할게. 고마워.」
확실히 백화점에서 다 큰 어른이 하고 다니기에 눈에 띌만한 머리핀이었다. 직녀는 견우의 선물에 기뻤지만 지금 하고 돌아다닐 수는 없어 견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비가 그쳐, 견우와 직녀는 밖으로 나와 무지개 분수가 있는 한강공원을 찾아갔다.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밤이 찾아왔다. 가까운 벤치를 찾아 앉아 장미축제에 가서 먹으려고 싸왔던 샌드위치를 나눠먹고 나란히 앉아 노래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이 깊어지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견우가 직녀에게 덮어주었던 여름담요를 함께 두르고 조금 더 가까이 붙어 앉고, 어느새 서로의 손이 포개져있었다.
직녀는 계속 참아오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견우에게 물었다.
「우리.. 사귀는 거 맞지?」
「응?」
「아니, 아까 네가 고백한 게 맞나 해서...」
직녀의 질문에 견우는 고백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응? 아까 나 혼자 고백했다고 생각하고,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으악..」
견우는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가린 채 직녀를 바라보지 못 했다.
「아냐, 아냐. 아까 그 얘기 들었을 때 나도 좋았어. 다만 고백이었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네 행동으로 봐서는 확실히 고백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물어봤어.」
그렇게 견우와 직녀는 재미난 해프닝으로 정식 커플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날의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