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을 믿는다. 반드시 너는 댓가를 치르리라고 나는 믿는다. 너와 나는 7년을 함께 했다.
어려운 형편 탓에 비싼 레스토랑 한 번 못가고 늘 저렴한 학생식당 분식메뉴만 먹었어도우린 즐거웠다.
두유 대리점을 하는 옆집에서 얻어온 두유 두 팩과
남은 사과 두 조각을 비닐백에 담아나왔던 너
좋은 걸 주고싶은데 미안하다며
너는 사과조각을 내 입에 넣었었다.
사람들은 네 옷을 보고 비웃었다. 너는 코디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매일을 전쟁처럼 살았다. 나도 어려웠지만
그런 너를 보는게 힘들었던 나는과외뛰고 알바뛰어 받은 돈으로
네 옷을 사 입혔다.
비싼 옷은 아니었지만 너는 행복해했다.
그런 너를 보며 나도 행복했다.
그런 네가 손에 꼽히는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후
너는 조금씩 변했다. 선물을 사주겠다며 백화점에 나를 데리고 갔지만
나는 차마 무언가를 고를 수도 없었다.
네 고생을, 네 시간을, 네 월급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그런데 너는 말했다.
나같은 사람은 돈 쓰는 재미로라도 살아야 하는 사람이야. 내가 얼마나 빡세게 사는 줄 알아? 나는 돈쓰는 재미로 살거야. 너처럼은 안 살아 나는
사람은 누구나 다르고 가치관도 삶의 기준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진보가 있는가 하면 보수도 있고
돈이 중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이 중요한 사람도 있다.
누구도 잘못된거라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취향이 다를 수 있다고,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너는 분명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었고,
그렇게 수 년을 함께 해왔지만
지금의 넌 내가 알던 너와
너무도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되었다.
결국 마지막이 되던날 밤 너는 말했다.
나랑 급을 맞출려면 넌 최소한 공무원이라도 해라. 싫으면 연락하지 마라.
네가 입사시험에 통과하고 고모 삼촌 등 친지들까지 모두 모였던 잔칫날
너는 말했었지
날 낳은건 엄마지만 사회적으로 길러준건 바로 너야 그럴리 없지만 만약에 내가 널 버린다면 난 부모를 버린 패륜아야 아니 사람도 아니다 금수만도 못 해.. 앞으로 너한테 받은 거 갚으면서 살게고마워....
잠도 못자는 바쁜 나날 속에서도 네 자소서를 쓰기위해 밤을 지새운 것도
바로 나였다.
누가 협박을 해서도, 시켜서도 아니다.
나는 나 스스로 너를 돕고자했고
그 오랜 시간 너를 위해 살았다.
댓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나의 청춘을 누군가에게 내어바쳤다.
헤어진 것이 억울한 게 아니라
내가 사람을 이렇게 볼 줄 몰랐나..
이렇게 바보였나 하는 자괴감이 나를 갉아먹었다.
내 말이 아니라, 네가 한 말 그대로 금수만도 못한 너에게 내 청춘을 내어바쳤다는 것.
그것도 스스로.
그것이 고통이었다.
너무나 진부해서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다.
유치하고 구차하다.
얼마 지나지않아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예쁘고 돈 잘 버는 여자와 너는 결혼했고
보란듯이 전체공개로 웨딩사진을 여러계정 SNS에 올리는 걸 보며
나는 속울음을 울었다.
그 누구와도 자본 일이 없었다. 너 외에는.
누구와도 몸 섞을 일 없던 나였다.
그런 내게 자궁경부암이 찾아왔다.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 입원하고 혼자 수술하고 혼자 치료받았다.
사무치는 배신감과 처절한 고통속에서
나는 혼자 발버둥쳤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산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받아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 하면 좋은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은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남녀가 만날 수 있고 정을 나눌 수 있고 헤어질 수도 있다.
모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너는 내게지키지도 못할 너무많은 약속을 했고
원하지 않는 큰 병을 주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떠났다.
나는 아직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넌 잘못한 것이 없다는 마음과넌 죽일놈의 새끼라는 마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일은 정도대로 흐를 것이란 점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끔 네 소식을 듣는다.
좋은 이야기들과 나쁜 이야기들이 섞여 들려온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길기에 기대된다.
믿는다 다시 한 번, 사필귀정.
그것이 아니면 내 시간과 애정과 건강은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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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이렇게 하는 거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하다가 들어와보니 댓글이 많아졌길래
신기한 맘에 읽어봤습니다
눈팅만 하다 처음 적어봤는데
글쓴이들이 추가글 다는 심리를 조금은 이해하겠네요
일일이 댓글 달긴 그렇고..
힘이 되는 좋은 글 적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기대이상의 큰 힘을 얻어요.
그리고 금수만도 못한 그가 대기업 갈 동안
넌 뭐했냐
같은 수준을 만나라 이런 댓글이 많길래
추가글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저희집은 그 금수의 집처럼 가난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고 계셔서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아요
그렇다고 수백억대 자산가는 아니시지만요.
단, 부모님 두 분 모두 집안 도움 없이 성공한
전형적인 산업화세대라 정말 열심히 사셨습니다.
저는 어린시절부터 그게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성인이 된 직후부턴 학비를 제외한 모든 생활비를 자의로 해결했습니다. 이건 그냥 제 신념의 문제에요. 해외 연수가는 비용도 휴학해서 과외 알바 빡시게 뛰어서 생활비 벌어서 갔었구요( 물론 그때도 학비만은 부모님께서 대주셨습니다)
남친 뒷바라지?? 하느라 제인생 쳐박은 아이로 생각하시는 분들 많은데
전 그런 단어를 쓴 적도 없고 그리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 지적을 보니 그런 문투가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일부만 적으니 이렇게 오해도 생겼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삶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소홀한 적 없었어요
제가 화났던 지점은, 그 빡센 나날들 속에서도 한 번도 거절 못하고 모두 들어줬던 그의 부탁 등등에
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본전(시간 노력 등등) 생각난 것 같아요. 네 제가 대인배는 아닌건 확실합니다. 그 금수는 저희 집안에 대해 대충은 알았지만 자세히는 몰랐을 겁니다. 제가 늘상 과외뛰고 알바뛰니까 대충 짐작했었을 거고, 제가 확실히 말해준적이 없기도 하구요.
그리고 글만봐도 못생기고 능력없는 버려진 여자일거란 댓글도 있어서 좀 서글프네요
차이면 다 능력없고 못생긴건가 싶어서.. 이런 대응 옹졸하지만 저 오랜 남친 있는 와중에도 연수때도 인턴때도 입사때도 늘상 만나고 싶다는 분들 여럿 있었습니다. 저 잘났다가 아니라 그렇게 못난이 무능력은 아니란 말씀을 요즘 화법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빡치는 건 또
개중엔 잘생긴 남자 돈 잘버는 남자 없었겠습니까. 돈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인간은 신의를 지고 사는 동물 아닌가요...
물론 저는 대기업에는 입사하지 못했습니다. 지원 자체를 한 군데도 하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너무 변명이 많았나 싶은데 하고싶은 말은 하는게 나을 듯 하여.. 저 헤어졌단 얘기듣고 소개팅 진짜 많이 들어왔는데 몸도 그렇고 제가 지금 너무 상황이 그래서 다 쳐냈습니다. 저부터 일단 노멀해지는게 순서 같아서요...
돈도 쓸 줄 모르는 사람이라시지만 이건 정말 가치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버는만큼 벌고 가질만큼 가졌지만 전 아직도 명품백 등등에 관심없어요 아직 귀도 안 뚫었고 반지 팔찌 이런건 답답해서 못 합니다. 여자들 다 하는 네일도 안 해봤어요 네 그런걸 미의 기준으로 본다면 전 못생긴 여자가 맞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가 써야할 곳 필요한 곳이라 느끼면 안 아끼고 씁니다. 그 분야가 다를 뿐이지요.
혼자 입원하고 수술하는게 가능하냐며 자작이란 댓 보고 어이가 없지만. 평생 안 아파보신 분들이라 건강하신가보다 하고 좋게 생각하렵니다.
병원은 상급 대학병원 종합병원만 있는게 아니라 병원급 의원급 등 다양합니다. 제가 다니고 있늠 병원은 지역에서 가장 큰 여성병원이었고 절차나 단계마다 보호자를 자꾸 필요로 해서 브레이크 걸리긴 했어도 제가 직접 싸인하고 서약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리적으로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에는 간호조무사분들이 도와주셨고요.
쓸데없이 길게적어 시간뺏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저도 제 마음을 다스려가는 중이라 이런 공개적인 천명이 조금은 필요했어요. 같이 마음아파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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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변명 몇 자만 더 적고 그만 적을게요
이렇게 많은 분들 봐주시고 공감도 지적도 해주실 줄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늦은 점심시간 후로 조금 억울?한 마음에 추가글 적었는데 퇴근하고 다시보니
너무 급하게 적느라 엉망이네요
사람의 가치는 그사람이 몸담은회사나 직책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사람의 일부이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제가 혹자가 지적한대로 못나고 그에게만 헌신하느라 제일에 조금 소홀해서 결국 좋은 회사도 못다니는 여자였다고 해도
그것이 그가 저를 배신하고
어리고 예쁘고 돈잘버는 여자에게 간 것을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나 안못났다! 하고 못난짓 한 것 같아서요..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겠지요. 그도 저도.
미워하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결국 병원에서 무너졌습니다. 솔직히 잘 되길 바라줄 수가 없네요..
다시금 감사드리고 더 사족붙이지 않겠습니다.
즐거운 불금되세요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