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자마자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음료수를 꺼내 면접관들에게 하나씩 돌리면서 “힘들죠?”라고 하는 면접생.
가벼운 어조로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특기가 뭐냐”고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해가며 에미넴의 랩을 5분 동안 열라 침튀기며 똑같이 한다. 뭔 소린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Motherfucking"이란 단어는 선명히 들렸다.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말리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분위기는 한 순간에 싸늘해졌다.

그룹 면접에서 옆 사람과 짝을 지어 토론을 시켰다. 처음엔 둘 다 조리있게 잘 얘기하더니만, 갑자기 한 놈이 “너무 잘난 체하시는 거 아닙니까”라면서 감정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눈을 부라리던 두 사람은 결국 멱살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나가서 싸우라고 했다. 나가서도 싸움이 끊이지 않아서 결국 경비원들 불러 건물 밖으로 쫓아내야 했다.
여자 면접생. 한참 질문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다. 재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태연히 꺼내든 그 여자 면접생은 통화 내용이 충분히 전달될 정도의 큰 목소리로 닭살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기구나? 응, 지금 면접중이라서 통화 오래 못하거든? 나 면접 잘보라고 해줄 거지?”
농담삼아 “여자친구는 없나?”라고 물었더니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있었는데…”라고 얘기를 시작한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일부터 싸웠던 이야기와 그녀가 양다리 걸쳤던 세세한 디테일까지 한참 동안 절절한 목소리로 털어놓는다. 퍼질러 앉아 소주 한 잔 걸칠 것 같은 표정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면 언제부터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이번 달에는 스키장 가야 하고 다음 달 초까지는 친구 별장에 놀러가 있기로 해서 곤란하니까 다음 달 중순 이후로 스케줄을 맞춰보겠다”고 대답하는 면접생.

여름이었는데, 정장 바지에 흰 양말에 스포츠 샌들 신고 온 면접생.
중간중간 커다란 하트 무늬가 뻥뻥 뚫린, 귤 담는 주머니 같은 그물 스타킹을 신고 온 여학생.
좀 경력이 있는 웹 프로그래머가 이력서를 냈다. 면접에 부를까 말까 하고 있는데 회사로 전화를 걸더니만 “면접은 언제 가면 됩니까? 저 작업량이 많아서 바쁘거든요? 빨리 일정 잡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닦달하는 것이었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 동기를 물어보았더니 언제 어떻게 그 많은 자료를 다 조사한 것인지 회사의 창립부터 대표이사의 경영관, 사훈과 사원들의 모토, 사업계획, 사업실적, 앞으로의 전망과 비전 등 자신의 꿈과 회사의 이상이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 매우 감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설을 펼친 면접생. 정말 면접관들을 눈물나게 하기 충분했다. 달달 외운 그 연설문이 우리 회사가 아니라 최고 경쟁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만 빼면. 실수로 잘못 외운 것이었겠지. 그 면접생 그날 과음했을 것 같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걸 보니 원래 컨설팅에 관심이 많았나 보죠?”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한 후) “…아뇨, 관심 없습니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못하겠습니다.” (한숨)
영어로 자기 소개를 시켰더니 첫 문장에서 막히고 나서 얼굴이 빨개진 채 한참 더듬거리더니, “저 오늘이 200번째 면접인데 너무 속이 상합니다”라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 어떤 면접생이 있었지.
나갈 때 허리를 굽히며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고 말하는 면접생.
뻔히 가발인 거 티나는 가발을 쓰고 온 면접생이 있었는데… 사이즈가 좀 작아보였다.
우리 회사는 압박면접으로 유명하다. 면접관들의 황당한 질문에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을 잘 마치고 나간, 얌전하게 생긴 여자 면접생. 면접관들은 한결같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간 직후 복도에서 다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씨바 !” 라고 외치지만 않았다면 아마 합격도 가능했을 것이다.
면접관 부대의 역습
청년 실업자 부대여 단결하라!!
이런 어처구니 없는 면접관들을 혼내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취업 원서를 쓰자!!
■ 어느 작은 회사에 영업직 면접을 보러 갔는데, 사장이 50대 아줌마였다. 면접이랍시고 단둘이 마주앉았는데, 질문이 좀 이상했다. “여자친구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왜 없느냐” “지금까지 몇 명이나 사귀어봤느냐” 등등 업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것은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꾹 참고 웃으며 나름대로 대답을 했는데 결국엔 “영업은 사람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날 좀 꼬셔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으으… 살 떨려서 더 이상 참고 앉아있지 못할 지경에 이른 나는 문을 박차고 나온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었다. (김명민, 28세)
■ 우리 부모님이 이혼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그 사실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서 자기소개서에 가볍게 언급했는데 면접관이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이혼 사유가 뭐냐는 둥, 아버지가 딴 살림을 차린 거냐는 둥, 그런 아버지를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둥, 정말 열받아서 책상 뒤집어버리고 싶었다. (유민호, 26세)
■ 단순히 얼굴만 보는 면접인 줄 알고 갔는데 1차 면접이 끝나자 목욕 면접이란 게 이어졌다. 사장을 포함해 부서 전 직원이 같이 목욕탕을 간다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랑도 절대 목욕 같이 안 가는 나는 몹시 황당했지만 내가 꼭 원하던 회사였고 더 이상 실업자로 살 수 없었기에 참고 따라갔다. 그리고 구석에 처박혀서 열심히 목욕을 했다. 정말 죽고 싶었다. 끝나자 다시 회사로 갔는데, 사장은 여직원들 앞에서 “이 친구 물건을 봤는데 몹시 작아”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마치 악몽 같았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박현수, 27세)